Home > 커뮤니티 > ⊙신인
⊙신인 달의금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신사;야스쿠니 가치관의 잉태 5
2022-04-11 오전 9:18 조회 396추천 9   프린트스크랩

그녀가 커피숍에 들어서자 먼저 와 있던 설민국이 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그녀는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의 표정이 너무나 해맑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무슨 말로 또 행패를 부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했던 마음은 일단 접어둬도 될 듯싶었다.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 그녀를 보며 그가 말했다.

나와 줘서 고마워요!”

, 뭐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해서···”

사뭇 사무적인 어투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다시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경계심이 이해되었다. 우선 그녀의 마음을 누그러트려야 했다.

지난번에는 미안했어요! 제가 너무 섣부르게 판단했더군요.”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앉아서 커피 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겸연쩍어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설민국씨가 저의 무엇을 왜 판단했는지 궁금하네요.”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던 그녀가 조용하고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물음에 답을 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몸짓과 생각이 느껴졌는지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응시했다.

당신이 답을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힘겹다 해도 내게는 오늘 답이 필요해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최선애는 요즈음 사는 것에 부쩍 겁이 났다.

강대한의 아버지 강만철이 주는 생활비가 부쩍 줄었기 때문이다. 고모를 포함해서 여섯 명의 생계를 해결해야 하지만, 자신의 수입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부품가게인 직장도 매출이 줄고 있어서 회사 사장님도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도심에 있던 제조업체들이 점차 도시외곽으로 이전하면서, 그곳들을 바라보며 영업하는 공구상가의 매출이 부쩍 줄어드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를 줄일 수도 없고 다른 대책도 없어서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자기야! 이번 달도 너무 쪼들려. 그나마 고모가 받는 국가유공자 연금이 아니었다면 애들 학원도 끊어야할 형편이야.”

참다못한 그녀는 강만철에게 하소연했다. 그렇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제조업체들의 경기가 한창일 무렵에는 매출이 꽤 좋았다. 주머니가 넉넉했던 그는 그녀에게 지난 수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희망이고 활력이었기에 오로지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들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아들도 낳고, 행복한 시간도 보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사업이 힘들게 되었고, 닥쳐온 현실은 자신이 속한 두 집안 중 어디에도 소홀하게 할 수 없는 형편으로 빠져들어서 그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는 막다른 골목에 점점 몰리고 있었다.

 

그의 그런 깊은 고민을 눈치 채지 못할 그녀가 아니었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이 너무 막막해서 그를 이렇게 몰아 부칠 수밖에 없었다.

회사가 지금 어렵다고는 해도, 그전에 모아둔 게 조금이라도 있을 거잖아! 당신이 나를 돌보지 못하면 나는 당신을 떠날 수밖에 없어!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 내가 자기에게 다짐받았던 거 잘 기억하고 있을 거야.”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그는 한참을 앉아 있더니 말없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이유가 경제적인 지원 때문임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삶에 대한 강한 본능만 오롯하게 존재하는 그녀였다. 그녀는 자신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살고 있음을 오히려 떳떳하게 밝혔다. 처음 만나던 시절 그녀가 스스로 밝힌 길지 않은 삶에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말 할 때 그는 몹시도 가슴이 먹먹했었다.

이렇게 고운 사람도 살아온 날들은 가시밭길 이었구나!’

그녀가 자신의 삶의 여정을 고백하듯이 말하던 지난날, 그는 한 여인을 가슴으로 품었고, 더는 고단한 삶을 감내하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어기지 않으려 살아온 시간들을 그녀가 모를 리 없을 터인데···

오늘따라 자신의 형편을 아랑곳없이 말하는 그녀가 몹시도 서운해서, 그는 다시 사무실로 내키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썰렁하고 쓸쓸한 그곳에서 외로운 밤을 보내야 했다.

 

그가 집을 나가버린 뒤, 그녀는 울적한 마음에 소파에 홀로 앉아 술을 마셨다.

외로웠다. 고아처럼 남겨진 뒤, 아무것에도 의지할 수 없었던 지난날들이 만들어낸 자신의 모습이 또한 서글펐다. 어린 동생과 다리가 불편한 고모는 자신에게 있어서 부양가족으로 여겨졌다. 아직 10대인 그녀의 어깨에 얹어진 냉엄한 현실이었다. 그 짐을 견뎌내야 하는 고통에 저항도 해보고 방황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생겨난 딸 민희는 그녀의 삶을 온통 바꿔버렸다. 갓 스물에 생겨난 자식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소녀 가장의 삶은 닥치는 모든 것이 전쟁이었다. 그렇건만 딸린 식구들과 더불어 살아남느라 만나 의지한 또 다른 남자는, 아들 대한이를 남기고 또다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소파에 엎드려 흐느꼈다.

방에서 잠을 못 이루고 있던 최윤경도 조카의 울음소리에 무너지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고 인정하기 싫었던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음을 이제 스스로에게 고백해야만 했다.

비록 나라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해줘 명예롭게 만들고, 여러 가지 혜택으로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힘을 주었지만, 지금 내 현실을 보자. 나는 평생을 불구로 살아왔고, 하나뿐인 혈육 남동생은 한 세상을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죽었다. 남은 자식들도 이렇게 구차스럽게 살게 만들었다. 원통하고 분하다. 독립운동 한 것을 어찌 잘못된 행위라고 내가 후회를 해야만 한다는 말인가! 이 나라는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면 안 되는 일이다. 앞으로 그 누가 조국이 위기에 처한들 나서겠는가.‘

거실로 나가 조카 앞에 무릎을 꿇고, ‘모든 것이 독립운동을 한 내 잘못이다!’ 라고 용서를 바라고 싶은 충동을 견뎌내느라 그녀는 베개로 목덜미를 누른 채 울음을 삼켰다.

 

그녀의 단단하고 강력한 눈빛에서 그는 열기를 읽었다.

그것은 적의가 아니었다.

나를 납득시켜봐. 그러면 나는 당신에게 호의를 가질 수도 있어!’

그는 커피를 입에 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선미 씨가 공항에서나 회사에서 하시모토를 대하는 모습과 차림을 보고 일본을 추종하는 개념이 없는 여자로 잘못 생각했어요. 업무의 연장선에서 보였던 모습이라고 이제야 이해를 했어요. 사실 그 동안 몇 차례나 수요 집회에서 모습을 보았습니다.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간절하게 응원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었죠.”

나도 설민국씨를 그곳에서 수차례 봤어요. 그런데 왜 그쪽은 참관만 했죠? 그 정도의 관심이라면 행동으로 나설 법도 해 보였는데.”

우리가 서로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네요!”

공감대가 확인되자 두 사람 사이의 냉랭함이 어느덧 사그라졌다.

내가 직접적으로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나를 숨기기 위함입니다.”

최선미는 깜짝 놀랐다.

관심을 받고 싶어서 나대는 종자 관종으로만 여겼던 이 남자에게 신중한 모습이 있었다는 것과, 그녀 자신이 스스로를 숨기기 위해 눈에 튀는 행동을 삼가고 있는 것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에 대해 자신을 숨기려는 거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야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그 일이 어떤 일일지는 모르지만 그 때를 위해 지금의 나를 숨기려고 합니다.”

그녀는 혼란스러워졌다.

혹시 이 사람도 숨은 대한독립의군부 대원인가?’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조직이기에 서로가 모를 수 있는 일이었다.

말하는 투로 보면 설민국씨가 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 안 해 주겠군요.”

그는 대답대신 조용히 웃기만 했다.

 

잠시 시간이 지난 뒤 그가 말했다.

저는 제 주변에 독립유공자가 계시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무례한 부탁이 아니라면 선미 씨의 고모님을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깜짝 놀란 얼굴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갑자기 무슨 말이죠하고 묻고 있었다.

저는 그 어려운 시대에 그런 용기를 가지신 분이 너무나 존경스럽습니다. 제 욕심으로는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그를 새삼스레 바라보았다.

이 시대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게 되었다는 기쁨과 함께, 다른 사람에게 고모를 자랑스레 내보인다는 자부심도 마음속에 일었다.

┃꼬릿글 쓰기
주향 |  2022-04-11 오전 10:10: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예고 되기는 하였지만,
이장면이 민국과 선미의 인연의 시작 인가요?
그인연이 행복해야 할 진데 느낌이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는것 같아서 걱정 이네요
우리의 독립 운동하던 선조들이(선배, 선열 ) 시작만큼 끝이 좋지 않았던게 사실이고
아직 그의 후손들 조차 외면을 당하는 많은 수가 있다는 현실이 캡쳐돼서 한 그림으로 보
이는것 같아서요
좋은글 항상 고맙게 읽습니다  
⊙신인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희생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의 근대사가 이를 놓친 후유증인거죠. 다른 세력에 의한 독립을 얻었으니 어
쩌면 불가피한 일이었을듯도 합니다.
좋은 글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머루 |  2022-04-11 오후 7:00: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조금 지루한 느낌입니다.
등장 인물의 특색을 찿기도 어렵습니다.
제 수준탓이겠지요. 이해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신인 [머루]님의 느낌이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어두운 시대를 묘사하는
어려움 탓으로 돌려보지만, 제 마음도 우울해지네요.
[머루]님의 뛰어난 감각으로 저를 다시금 일깨우십니다. 조금 더 긴장감을 살려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영포인트 |  2022-04-11 오후 7:35:0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 ~  
⊙신인 💖💚💛💚💖
영포인트 |  2022-04-12 오전 1:28:2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현민이와 미진이 아기의 웃음소리가 내게 봄을 알려주었습니다.

중학교 때 읽었던 미우라아야꼬의 [빙점]
삼십년 쯤 전에 읽었던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오랫만에 가슴 벅차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오늘 저는 [1527억]을 읽고 많이 행복합니다.
고맙습니다. ~ 💖💚💛 ~
 
⊙신인 부족한 글을 완독해주셨군요. [1527억]을 완독해주신 첫 독자님이 선배님이신 것
이 저는 가슴 뿌듯합니다.
정말,,,,정말 제게는 영광이고 과분한 격려입니다.
이곳에서 선배님을 만나게 제게는 오로의 나작을 만난것 만큼이나 축복입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