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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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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같은 세상 (최종)
2022-01-20 오전 10:01 조회 649추천 4   프린트스크랩

몇 끼를 굶은 재현이는 힘없이 방바닥에 앉아 있었다. 

누굴 향해서 인지 모를 분노가 가슴속에서 치밀었다. 

주먹으로 방바닥을 쳤다. 쿵하고 방바닥이 울렸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하여 청계천을 거닐어보기로 했다. 

버스를 탔다. 차들이 많았지만 버스는 중앙차선으로 막힘없이 질주했다. 

광화문에서 내렸다. 

주위의 빌딩들이 압도하듯 재현이를 내려다보았다. 

저런 빌딩에서 근무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런 곳에서 오대양 육대주를 내려다보면서 자기의 포부를 펼쳐내는 것이 바로 젊은이들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재현이는 터벅터벅 청계천으로 걸어 내려갔다. 

물이 계속 힘차게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두루미 한 마리가 물고기를 찾으며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저 놈은 곧 먹이를 구하겠지.” 

주위의 모든 사물이 저마다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자기 자신만이 아무 목표도 없이 방황하고 있는 것이 재현이는 싫었다. 

그러나 물가를 따라서 계속 걸으면서 재현이의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차분하게 안정되어갔다. 

마음이 안정되고 갖가지 상념이 재현이의 머릿속을 스치는 가운데 언뜻 유치환님의 시 ‘깃발’의 끝 구절이 떠올랐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또 프로그램이 실행이 되지 않았다. 

코드를 자세히 살펴보니 단어가 하나 틀려있었다. 

늦은 밤까지 씨름하다보니 눈이 피곤해져서 그런지 o와 e를 구분하지 못했다.

 단어를 바르게 입력하고는 실행을 시켜보았다. 

그런데 실행이 되지 않았다. 

분명히 단어 외에는 틀린 것이 없는데 어쩐 일일까? 

어제는 기호 순서를 틀려서 실행이 되지 않았었다. 

다시 한 번 더 꼼꼼히 되풀이해서 살펴보았지만 단어 외에는 잘 못된 부분이 없었다. 

한 참을 씨름하다가 원인을 파악했다. 

단어를 고치고 나서 저장을 하지 않은 것이다. 

저장을 하고나서 컴퓨터를 돌리니 곧 바로 실행이 되었다.


덕배에게 그간의 사정에 대하여 털어놓았다. 

덕배는 같은 과 친구로서 집이 가난하여 입학할 때부터 알바로 학비를 벌어온 친구이다. 덕배는 몸과 마음이 모두 야무져서 사막에 떨어뜨려놓아도 너끈히 살아 돌아올 녀석이라고 친구들이 인정하는 터였다. 

재현이의 하소연을 들은 덕배가 대뜸 화부터 냈다. 

“야, 이 미련한 놈아. 그런 일이 있으면 진즉에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덕배는 재현이에게 오토바이를 탈 줄 아느냐고 물었다. 

재현이는 자전거는 잘 타지만 오토바이는 탄 적이 없었다. 

덕배는 재현이에게 빨리 오토바이 면허를 따라고 말했다. 

면허만 따면 오토바이는 자기가 빌려준다고 하였다. 

재현이는 학원에 등록하여 연습한 다음 바로 오토바이 면허를 땄다.


오토바이 배달로 알바를 다시 시작했다. 

중국음식이나 피자 또는 치킨 같은 음식물이 주였다. 

배달통에서 피자를 꺼내어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흘러나온 피자 냄새가 코에 스며들었다. 

처음에는 꺼내 먹고 싶은 충동까지도 느꼈었다. 

대문을 열고 미리 마중을 나와 있는 고객들이 아주 고마웠다.


정신없이 바쁘게 일을 하면서 몸은 비록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푸근했다. 

수입도 그동안의 알바에 비해서는 많은 편이었다. 

배달을 시작하면서부터 끼니를 거르는 일은 없어졌다. 

휴일에는 배달하면서 그 동안 먹고 싶었던 음식들을 푸짐하게 사서 먹었다.


피자를 배달하는 날이었다. 

주문이 밀려서 시간이 상당히 늦었다며 빨리 배달을 해달라고 음식점 주인이 재촉했다. 

피자를 배달통에 넣자마자 부르릉 하고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아파트의 정문에 들어가려면 좌회전을 해야 했다. 

신호가 빨간불이었다. 초조하게 기다렸다. 

좌회전 신호로 바뀌자마자 100m 달리기의 주자모양 스타트를 했다. 

아! 그런데 승용차 한 대가 우회전해서 들어오는 모습이 시야에 잡히는 것이 아닌가?

 “어 어? 안되는데.” 하면서 브레이크를 걸었으나 이미 늦었다. 

오토바이가 승용차의 앞 범퍼를 들이받으면서 재현이의 몸이 붕하고 떴다. 

손으로 땅을 짚었으나 넘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는 없었다. 

넘어진 재현이의 오른쪽 발목위로 오토바이가 덮쳤다. 

“아야.”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 

정신은 말짱했다. 

피자를 주문한 고객이 생각났다. 

길옆으로 옮겨가려고 몸을 일으켰으나 오른발의 통증 때문에 다시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기어서 길옆으로 몸을 옮겼다. 

핸드폰을 꺼내서 고객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다. 

재현이의 주위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재현이를 쳐다보았다. 

모두들 걱정스럽고 측은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미칠 지경이었다. 

프로그램을 완성했으나 실행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저께 마지막 부분을 완성했는데 그때부터 실행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프로그램의 마지막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인쇄까지 해서 어제 하루 종일 살펴보았어도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오늘도 거의 자정에 가까워가고 있었다. 

눈이 아프고 뱃속까지 메슥거려왔다. 

다친 다리마저 더욱더 욱신거렸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 걸까? 

아무래도 그렇게 밖에는 달리 생각할 도리가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에이,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않는다고 내가 죽기야하겠어? 정말 내려놓자.” 

완전히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잠이 스르르 왔다.


아침이 되었다. 

햇빛이 창문에 비치었다. 

오늘은 휴일이므로 늦잠을 자도 되었다. 

프로그램생각을 억지로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밝은 햇빛이 재현이의 가슴을 자극했다. 

“살라미 전술을 한 번 써보기로 할까? 그래, 딱 한번만.”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번에는 긴 파일을 한 번에 검토하지 않고, 한 절씩 실행한 다음에 문제가 없으면 바로 저장하고는 다음절로 넘어갔다. 

마지막 한 절이 남았다. 

그 부분에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었다. 

짧은 부분이라 충분히 어렵지 않게 검토할 수 있었다. 

드디어 문제점을 찾아냈다. 

한 문장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동시에 틀려있었다. 

앞부분은 대문자를 소문자로 뒷부분은 소문자를 대문자로 잘 못 코딩한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어느 한쪽만 고쳐놓고는 실행을 반복했던 것이었다. 

양쪽을 모두 고쳐놓고 실행을 시키자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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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나무길 |  2022-01-21 오전 8:49: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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