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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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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같은 세상 4
2022-01-17 오전 11:13 조회 651추천 5   프린트스크랩

재현이는 눈앞이 캄캄하였다. 

로스쿨 진학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당장 앞으로의 생활은? 

로스쿨 진학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현재의 재정 상태로 로스쿨에 진학하려면 장학금에 기대어야 했다. 

재현이는 국가장학금과 기타 장학금에 대하여 검색해보았다. 

학점 관리가 최우선이었다. 

앞으로 남은 이번 학기 기말고사와 다음 학기의 중간,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해야 했다.


국제법 시험에 늦은 관계로 장학금혜택은 날아가 버리고 로스쿨 진학의 꿈도 물거품이 되었다. 

이제는 무사히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도 큰 문제였다. 

재현이는 우선 이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음 달 부터는 하숙비를 도저히 지불할 수 없었다. 

이 하숙집에서는 군대에 가기 전부터 거주했었다. 

제대한 후에도 계속 이 집에서 먹고 자고 했다. 

어찌 보면 자기 집 만큼이나 편안한 곳이었다. 

하숙집 주인이 눈시울을 붉혔고, 재현이도 차마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힘들게 떼었다.


월세 방으로 올라가는 길은 좁고도 가팔랐다. 

숨을 헐떡거리고 땀을 흘리며 올라갔다. 

가장 월세가 싼 방을 찾았기 때문에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월세 방 못 미쳐서 공중화장실이 있었다. 

 월세 방은 그야말로 딱 방 한 칸 뿐 이었다. 

화장실도 부엌도 없었다. 

매번 볼일은 아래쪽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고 물도 거기에서 받아다 마셔야 했다. 

세간살이는 단출했다. 

이부자리와 책과 옷 몇 벌 그리고 구형 컴퓨터가 다였다. 

이삿짐을 다 옮겨놓고 나서 재현이는 방에 앉아 쉬었다. 

그래도 이런 방이나마 얻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하룻밤 재워달라는 구절이 머리에 떠올랐다. 

“어디 헛간이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묵게 해 주십시오.” 

여기는 헛간 보다는 훨씬 더 좋은 방이었다. 

그리고 하룻밤만 묵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월세를 내면 한 달씩이나 머물 수 있는 곳이었다.


학비는 대출을 받아서 해결했지만 앞으로 먹고 살 일이 문제였다. 

하루빨리 알바자리를 구해야했다. 

하지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봤지만 자기에게 적절한 알바자리는 쉽게 구해지지가 않았다.


어느 날 거리를 걷고 있는데 족발집의 유리창에 ‘알바 구함’ 이라는 쪽지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다.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몇 분 동안 상담을 거친 끝에 바로 채용이 되었다. 기뻤다.

 족발의 구수한 냄새가 더욱 구수하게 느껴졌다. 

재현이가 하는 일은 자리를 정리하고 청소하고 서빙을 하는 허드렛일 이었다. 

족발 만드는 과정은 비밀인지 지켜볼 수도 없었다. 

주인은 족발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우선 재료자체에 대한 인식이 달랐다. 

돼지의 다리는 직접 땅의 기운을 받는다. 

그러니 족발은 단순히 고기의 영양가만을 포함한 것이 아니고 땅의 기를 축적한 신성한 부위인 것이었다. 

그 신성한 부위에 자신이 깨달은 요리의 비법을 더했으니 그야말로 이집의 족발은 황제라도 탐낼만한 아주 고급스런 요리인 셈이었다. 

그렇게 좋은 요리이니만치 가게는 손님들로 넘쳐나야 옳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일까? 

가게는 너무나 한산하였다. 

가게 자리가 약간 외진 탓도 있으리라. 

재현이가 취직했을 때만 하더라도 개업한지 별로 오래되지 않아서인지 손님들이 북적였으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손님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한산한 가게에서 침울한 사장님의 얼굴을 매일 쳐다보는 것도 엄청난 고역이었다. 

결국 가게는 폐업을 하고 재현이도 일자리를 잃었다.


그 다음 알바자리는 편의점에서 얻었다. 

저녁 후부터 새벽까지 편의점을 관리하는 일자리였다. 

손님들에게 물건도 팔고 편의점 내에서 취식하는 손님들의 뒷바라지를 해주면 되었다. 

야간이라 한가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의외로 밤에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밤 12시 까지는 항상 바빴다. 

술을 마시는 고객이 골칫거리였다. 

그냥 조용히 술만 마신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술주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단순히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읊조리기만 한다면 그런대로 견딜 수 있겠는데 물건들을 발로 차거나 재현이에게 행패를 부리려고 하는 손님이 드물게 존재했다. 

손님은 왕이라는데 어쩌겠는가? 

최대한 친절한 태도로 적절히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12시를 넘어서 부터는 손님들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너무 조용한 날에는 약간은 두려움도 생겨났다. 

그러나 중학교 때까지 무술도장에 다녔던 재현이는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두 주먹을 굳게 쥐고는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밤이었다. 

새벽 두시가 지나서 피곤해진 재현이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때 한 사내가 들어왔다. 

과자 코너에서 어슬렁거리던 그 사내가 과자 한 봉지를 집어 들더니 재현이를 불렀다. 

무슨 불량품이 생겼나하고 재현이가 과자봉지를 건네받고는 살펴보았다.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 때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뒤를 돌아본 순간 시퍼런 칼날이 재현이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재현이는 고개를 숙여 칼날을 피하면서 뒤차기로 사내의 급소를 내질렀다.

 비명을 지르며 사내가 쓰러졌다. 

꿈틀거리는 사내에게 다시 재현이는 발차기 한 방을 더 날렸다. 

무술을 배울 때 사부님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공격을 할 시는 한 치 한 숨 쉴 틈을 주지 말라,' 

그러니까 일단 공격을 시작하면 상대방이 완전히 쓰러져서 널브러질 때 까지 공격을 멈추지 말란 가르침이었다. 

재현이는 이번 공격에서는 그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그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공격을 멈추었다. 

경찰이 출동하고 사내는 체포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

경찰서에서 재현이에게 출두명령서가 날아들었다. 

과잉 정당방위라고 하였다. 

경찰서를 왔다 갔다 하는 사이에 재현이는 또 다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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