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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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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친구
2021-03-26 오전 9:48 조회 1272추천 12   프린트스크랩

늘 하든대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카톡을 보았다.
친구의 부고가 실려 있었다.
얼마 전에 병원에 입원했다는 전갈을 받았었다.
평소에 건강했던 친구라 꼭 일어날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다.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대 목동병원이었다.
전철 으로만 가기가 어려웠다.
당산역에 내려서 병원 셔틀버스를 타야했다.
 11번 출구를 찾았다.
 이층에서 헤매다가 내려가는 길을 찾았다.
한 참을 내려가서 거기에서도 무척 헤맨 후 결국 출구를 찾아서 올라갔다.
전철 출입구 앞에 버스정류장이 다섯 군데나 되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셔틀버스가 정차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철역에서 헤맨 후라 진이 빠졌다.
딸애에게 전화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잘난 척하고 딸애에게 큰 소리 쳤지만 어려움에 빠지고 보니 역시 뒷방지기가 된 것이 실감이 났다.
어제 저녁인가? 설거지 하는 딸애의 등이 듬직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딸이 어려서 유모차에 태울 때에는 내가 딸애에게 무척 잘 대해주었다.
 안아주고, 업어주고, 똥 싼 것까지도 잘 치웠다.
그러나 딸이 크고 나서는 손 한번 잡아준 적이 없다.
 딸애는 그 점을 무척 서운하게 여긴다.
그러나 어쩌랴. 나는 과묵한 충청도 사내인 것을.


전화를 걸려다가 그래도 한번 내 힘으로 라고 생각하고는 장사하는 아저씨에게 셔틀버스 타는 곳을 물어봤다.
바로 전철역 입구의 버스 정류장이었다.
그늘에서 기다렸다.
옆의 카페에서는 서양인들이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아는 그 곡조의 이름은 재즈밖에 없으니 그냥 재즈음악이라고 해야겠다.
 가슴에 와 닿았다.
 어쩐지 이국땅에 온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외로움이 밀려왔다.
차라리 아주 먼 곳에 와 있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늘 아침에 읽은 ‘반지의 제왕’의 반지원정대는 모리아의 어둠속으로 들어갔는데, 그리고 또 한 친구는 영원히 올수 없는 저승길로 들어갔는데.


그 친구는 중학교 때 재간꾼이었다.
선생님이 출장으로 비는 시간이면 늘 또 다른 친구와 함께 만담을 했다.
우리들은 두 친구들 덕분에 한 시간을 즐겁게 보냈다.
친구는 공부를 잘하여 서울상대에 진학했다.
같이 만담을 하던 친구는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가서 해군 중장으로 예편했다.
어느 날 서울상대에 들어갔던 그 친구가 찾아와서 책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친구는 대학교 졸업 후에 대우그룹에 들어갔는데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나서는 일자리를 잃은 모양이었다.
그 때 산 책을 우리 딸애가 어릴 적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아침에 애기했다.
한 동안 어려움에 처한 적도 있었지만 요즈음에는 생활이 안정되었는지 등산모임에도 참석하고 아주 건강한 상태였다.
 다른 친구들이 막걸리를 마실 때 그 친구는 꼭 소주를 마셨다.
내가 그 친구에게 장단을 맞춰주었다.
같이 소주를 마셨다.
내가 한눈을 팔 때마다 그는 호통 쳤다.
 “야, 임 마 내 술잔 비었다.”
방금 따라준 것 같은데 어느새 그 친구의 술잔은 비어있었던 것이다.


셔틀버스는 대로를 누볐다.
길거리에는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허경영이란 이름이 보였다. “허허, 이 양반, 안 끼는 데가 없구먼.”


셔틀버스는 다리를 건넜다. 오목교란 느낌이 들었다.
젊었을 때에는 차를 몰고 가끔 다니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생소했다.
다리를 건너고도 차는 여기저기를 빙 돌았다.
 양천구가 무척 넓다는 것이 실감났다.
영등포쪽이 보였다.
은방울 자매의 노래 ‘마포종점’이 생각났다.
 ‘길 건너 영등포엔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 하나.’


병원 앞에서 차는 상당히 막혔다.
차에서 내리니 집에서 출발한지 벌써 두 시간이 넘어있었다.


빈소를 거쳐서 접객 실로 안내되었다.
고인은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와서 바로 쓰러졌다고 하였다.
심혈관계 질환으로 의식을 잃은 것이었다.
아무 증상도 없이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혹시 술과 관계된 일이 아닌지 물어보았으나 그 때까지 한동안 술은 자제시켰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차라리 마음껏 마시게 할 걸 그랬다고 고인의 아들이 울먹거렸다.


고인의 딸도 인사를 왔다.
 나는 고인이 학창시절에 공부를 무척 잘 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친구들의 말을 들으니 고인의 딸은 친구보다도 더 공부를 잘했다고 전했다.
무슨 진동에 관한 것을 연구한단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적에는 공부를 잘한 편이었다.
고향에 갔을 때였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있는데 할아버지 두 분이 애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애가 공부를 잘한다는데 oo보다 더 머리가 좋을까?”
 나는 누군가 나의 라이벌이 생긴 줄 알고 질투심을 느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니 oo은 바로 우리 아버님의 함자였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접객 실은 소란스러워졌다.
너무 조용한 것 보다는 다소 소란스러운 것이 더 좋다고 느꼈다.
 활달했던 고인의 취향에 더 잘 맞을 테니까.


장례식장을 나서자 동쪽 하늘에 하얀 달이 걸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 꼭대기나 빌딩은 뛰어서 올라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저 달까지는 도저히 뛰어서 올라갈 수 없을 만큼 높았다.
 달까지도 저렇게 먼 데 별까지는 얼마나 더 멀 것인가?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데.

안양천 둑길을 따라 걸었다. 봄이 막 시작되는 중이었다.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21-03-26 오전 10:46: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고인의 영면을 빌며 충격 받지 않은 담담함에 연륜이 배어 있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벌써 친구를 떠나 보냄에 충격을 받지 않을만큼 늙었나 봅니다. ㅇㅇ  
킹포석짱 |  2021-03-26 오후 4:20: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  
⊙신인 |  2021-03-26 오후 6:43:3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친구분은 떠나셨는데 봄이 막 시작되는 중이었군요!
하루하루가 소중합니다!
짜베님,,,,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수양버들 |  2021-03-27 오후 12:45: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언제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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