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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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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와 들판
2020-10-08 오전 10:16 조회 2027추천 9   프린트스크랩

골짜기와 들판

추석 연휴에, 연휴가 끝나자마자 무수 골에 가기로 결심했다.
가을의 논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무수 골에는 너 댓 마지기의 논이 여섯 개쯤 있다.
초등학교 때 몹시 추운 날 아침에 동네의 다섯 마지기 논에 얼음이 얼은 것을 보고는 학교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한 얼음을 발로 굴러가면서 깨지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는 학교에 갔다.
어떻게 학교수업이 이루어졌는지는 기억에도 없다.
 하교하자마자 책가방을 방에 던져버리고는 썰매를 가지고 논으로 뛰어갔던 기억만 새록새록 떠오를 뿐이다.
다섯 마지기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신나게 얼음을 지치기에 충분한 넓이의 논이다.


무수 골은 서울특별시 도봉구 도봉동에 있다.
전에 승용차가 있을 때에는 가을 논을 구경하기 위하여 황순원의 소나기마을이 있는 경기도 양평의 서종부근을 한 바퀴 돌았었다.
 차가 없는 지금은 논을 구경하기 가장 가까운 곳은 무수 골이다.
지하철 1호선 도봉역에서 걸어가면 된다.
무수 골을 처음 안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도봉산의 보문능선에 올라서였다.
오봉을 올려다보고 우이 암을 내려다보는 곳 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는데 오른쪽에 내려다보이는 골짜기가 나의 주의를 끌었다.
도봉산 국립공원 입구의 주 골짜기보다도 규모가 더 크게 보였는데도 그 골짜기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집에 와서 지도를 찾아보고는 그 골짜기가 무수 골 인 것을 알았다.
근심이 없는 골짜기란다.
조선 시대에는 제법 큰 동네가 형성되었었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오월에 혼자서 무수 골에 찾아갔다가 칠월에 아내와 다시 한 번 찾아갔었다.
논을 바라보면서 오붓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했으나 이곳에서는 5인 이상의 음식만 주문할 수가 있었다.
그냥 걸어 내려와서 도봉역 부근의 음식점에서 수입 삼겹살을 먹었다.


연휴 내내 무수 골에 대해서 상상을 했다.
어릴 때 땃돌이 씨 아이 에이라는 만화를 보았는데 주인공이 비행기를 탔다가 남미의 골짜기에서 추락하여 강물에 떠내려가다가 강변 마을에 안착했다.
 마을 중턱의 산에서 빛이 비추이면 계속 가뭄이 계속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주인공은 용감하게 산을 올라갔다.
그리고 산 중턱을 넘겨보면서 앗! 하고 비명을 지르고는 다음 편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나는 다음 편을 보지 못하였다.
그것이 평생의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무수 골 골짜기를 계속 올라가면 우이 암 밑의 원통 암이란 암자에 다다른다.
그 원통 암을 건너다 본 순간 내가 앗! 하고 놀라게 될까?

연휴에 계속 방영하는 영화가 나에게 영향을 끼쳤다.
커트러셀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사막의 납치범들과 또 어떤 영화에 나오는 산속의 납치범들을 보면서 무수 골은 약간 외지지 않나?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수입 삼겹살을 2인분 시키고 공기 밥을 두 그릇 시킬 것이냐, 아니면 삼겹살을 3인분 시키고 공기 밥을 한 그릇 시킬 것이냐 로 고민 아닌 고민도 하였다.
 어쨌든 산등성을 타고 산꼭대기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산골짜기에서 봉우리들을 경건하게 바라보면서 산의 품에 안기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고 연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의 풋풋한 냄새를 기대하면서......


그 무수 골에 가려던 계획이 순식간에 틀어졌다.
딸애의 친한 언니가 연휴가 끝나자마자 오대산으로 놀러가자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딸애가 있을 때에도 약간 망설여졌는데 딸애가 없으면 무수 골에 가는 것이 상당히 망설여진다.
만일의 경우 뒷배가 없는 셈이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계획이 바뀌었다.
중랑천 변을 걷고 나서 먹 골의 엄가네 숯불갈비 집으로 가기로 했다.
 두보의 시  [등 고]의 한 구절 ‘무변낙목소소하’를 읊으려던 계획이 ‘부진장강 곤곤래’로 변했다.
골짜기에서 들판으로 장소가 바뀐 것이다.
골짜기로 들어가는 것은 수렴하는 것이요. 들판으로 나가는 것은 발산인가?
무한소와 무한대의 차이인가?
그러나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무한소이지만 관찰대상에서 보면 그것은 무한대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냥 지구는 둥그니까 그것을 n차원으로 확대하면 결국은 같은 것이라는 결론도 이끌어낼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딸애는 새벽에 집을 나섰고, 나와 아내는 11시쯤에 집을 나섰다.
주소를 새긴 목걸이를 아내에게 채워주고 가방에 손 전화도 챙겨주었다.
 태릉 역에서 내려 중랑천으로 접어들었다.
별내면에서 내려오는 시냇물이 제법 세차게 흘러 중랑천으로 합류하였다.
물이 참으로 맑다.
예전에 어느 분인가 호가 ‘갈물’ 였던 기억이 났다.
가을물, 얼마나 차고 맑은 물인가?


중랑천은 꽤 넓다.
 비둘기들이 수십 수백 마리가 모여 있고, 가마우지 떼들도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가슴이 확 트였다.
천변에 심어놓은 억새와 갈대들이 저마다 세를 자랑하였다.
날씨는 또 얼마나 화창하였던가?
서울의 한복판에서 우주를 느낀 하루였다.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20-10-08 오후 12:20: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도봉동은 제가 군에 가기 전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철길 건너로 기억하는데 인켈 옆에 삼영모방에서 근무했지요.
할 수 있다면 부인과의 소소한 행복이야기 보러 자주 오고 싶습니다.
나작이 아니 오로 모든 게시판이 그랬으면 좋겠구요.
딸내미도 잘하고 있지만 구속하지 않는 임의 배려 또한 무죄(?)입니다.
부인께서 모를지도 모르지만 느낄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보듬는 것이 아니라 안타까움을 해소하려 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늘 같이 오래오래 행하소서.
 
우리선한달 |  2020-10-08 오후 2:49: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인생에 대한 짧은 소견 입니다.
임의 글에 남기고 싶네요. (__)

내가 모자라는 건 아는데 고쳐지지 않아 속상하고
속상해서 속상한 일을 만들어 또 속상한다.
내가 모자라는 걸 아는데
그것만 아니면 자기가 속상할 일 없다고 말하면서
내가 속상한 줄 모르고 내 잘못만 되씹는다.
왜 그러냐고 되물으면 서로에게 말한다
사랑이라고 우정이라고.
그렇게 안타까워 위로하면서 내가 더 상처를 주는 줄 모른다
내가 잘 아는 것만
내가 잘 하는 것만
상대가 못하는 것에 투시하면서 정작 반추되는 나를 못 본다.
속상한다.
내가 그랬듯 나에게 그런 사람이.
속상한다.
정말 속상한다.
그래도 그 사람과 만나고 또 속상해 하는게.

 
승부사 |  2020-10-08 오후 7:31: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요즘 날씨가 정말 좋죠?
모처럼의 나들이, 저도 함께 했네요.
두분모두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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