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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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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만원짜리 라면 한 그릇
2020-09-19 오전 10:29 조회 1970추천 8   프린트스크랩

오천만원짜리 라면 한 그릇


새벽녘에 꿈을 꾸었다.
주머니에 금붙이가 있었다.
금반지 몇 개와 금 덩어리였다.
금은방에 갔더니 금덩이를 오천만원에 사겠다고 하였다.
팔지 않은 상태에서 꿈을 깼다.


날씨가 화창하였다.
늦게 아침을 먹은 아내에게 뒷동산에 가자고 청했다.
 무조건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인지라 말을 듣자마자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였다.
 딸내미가 지청구를 하며 양치질을 마치고 샤워까지 해야지만 나갈 수 있다고 하였다.
일찍 일어났던 나는 아내가 준비를 하는 동안 잠시 눈을 붙였다.


아내의 손을 잡고 뒷동산으로 향했다.
뒷동산 축구장을 거쳐 지압 장 봉우리까지 올라갔다오기로 작정을 했다.
보통은 축구장 까지만 갔다가 내려오지만 오늘은 날이 좋으니만치.


아내는 아파트 끝자락 연못에 이르렀을 때
“나, 다리 아픈데 여기서 앉아 있다가 내려가면 안 돼?” 엄살을 부렸다.
“안 돼.” 나는 단호히 아내를 이끌고 축구장으로 올라갔다.
나도 숨이 차올랐지만 꾹 참고 한발 한발 디디며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주변 길섶을 찬찬히 살폈다.
꿈에 누런 금덩이를 보았으니까 혹시 누런 오 만 원 짜리 지폐가 눈에 뜨일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축구장에 올라갔더니 청년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되어서 가능한 모양이었다.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저 쪽에 앉아있던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화들짝 거리며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였다.
아내가 아는 척 참견하였다.
“방아깨비에요.”
나도 일어섰다. 방아깨비가 아니고 사마귀였다.
아주머니가 말하였다. “ 방아깨비는 아니에요.”
이번에는 내가 나섰다. “사마귀입니다.”
그리고 속으로 더 아는 체를 하였다.
‘중국말로 탕랑입니다. 소림사 무술에 패배한 왕랑이라는 사람이 사마귀의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당랑권이란 권법을 만들어서 소림사 무술을 이겼다고 하지요.’


젊었을 때 동네에 들어온 중국무술 ‘팔괘장’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 때 ‘탕랑저여’라는 형을 아무 뜻도 모르고 배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이 바로 ‘당랑 적요 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팔괘장(빠과장)이라고 배웠지만 사실은 소림과 여러 파가 뒤섞인 혼합 중국무술인 셈이었다.


축구장을 벗어나 편의점으로 내려갔다.
산을 더 오르려면 편의점을 거쳐 내려간 다음에 다시 올라가야했다.
편의점을 지나치면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편의점이 문을 열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을 얼핏 품었다.
그런데 편의점이 정말로 문을 열고 있었다.
두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편의점은 확실히 열려있었다.
무려 일곱 달 동안이나 문이 닫혀있었던 편의점이 아닌가?
편의점 주인아주머니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편의점을 지나쳤다.
얼마간 산을 향해 올라가다가 생각이라는 것이 들었다.
 “편의점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오늘 보니 편의점이 문을 열었더라. 점심으로 라면을 사 먹으면 어떻겠니.”
딸애는 안 된다고 자기가 라면을 끓여주겠다고 하였다.
 “야, 여기 야외 탁자에 아무도 없어. 코로나 걱정 안 해도 돼.”
딸애가 승낙하였다. “에이, 알아서 하세요.”
이게 꿈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것이 얼마만인가?
라면 두 그릇과 막걸리 한 병, 그리고 소시지 두 개를 주문하였다.


야외 탁자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 서서히 누런빛이 들어가는 수양버들과 소나무와 느티나무, 그리고 산들 산들 부는 가을바람.
얼마 전에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시 [들을 지나서]가 생각났다.
 [... uber die felder geht der wind...]


주인아주머니가 쟁반에 라면을 내왔다.
계란을 넣은 라면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 이거였구나. 오늘 아침의 꿈이.”
황금 빛 라면의 색깔이 꿈에 봤던 금덩이의 색깔과 똑 같았다.
그야말로 오천만원짜리 라면인 셈이었다.
아내는 막걸리 잔에 생수를 받아다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 “라면을 다 먹은 다음에는 커피를 마셔야지.”
 “알았어, 내가 사줄게.” 내가 흔쾌히 대답하였다.
산꼭대기에는 커피를 파는 아주머니가 있다.
그런데 가끔 그 아주머니가 안 나올 때가 있다.
커피를 마시려고 기대했다가 몹시 실망한 아내를 이끌고 내가 이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주고는 했었다.
갑자기 생각난 듯 아내가 말했다.
“아, 커피는 산꼭대기 가서 마셔야지.”
 “그래 오늘은 꼭대기까지 올라가자.”


몇 달 동안 산꼭대기에 올라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지압 장 봉우리까지 올라가는 것이 최대한 많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꼭대기 까지 올라가기로 용기를 냈다.
나무 데크 길을 거쳐서 산꼭대기에 다다랐다.
그런데 커피 파는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커피 끓이는 도구마저 일체 보이지가 않았다.
꼭대기에 있는 정자에는 올라가지 못하도록 붉은색과 흰색의 안전 테이프가 둘러쳐져 있었다.
살벌한 현실이었다.
“아, 아직 아닌가?”
갑자기 일진광풍이 불어왔다.
몸이 날아갈 듯하였다.
두 손으로 벤치를 꽉 잡았다.
게양해 놓은 태극기가 푸드득거리며 펄럭였다.
나는 꼭대기에서 보이는 훌륭한 전망을 즐기고 싶었으나 아내가 내려가자고 재촉하였다.

서둘러 내려왔다.
내려올 때는 나무 데크 길을 거치지 않고 오솔길을 택했다.
우리는 이 길을 ‘차마고도’라고 부른다.
폭이 좁고 구불구불하며 왼쪽은 제법 비탈이 졌다.
 약 40m정도의 길이일까?
실제의 차마고도에는 갈 수 없는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달래는 것이다.


내려오는 길에 무궁화 꽃이 함 뿍 피어있었다.
 대학교 때 부르던 노래 생각이 났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막걸리 막걸리 우리나라 술,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술.’

그 때 하숙을 하거나 자취를 하던 우리들은 항시 배가 고팠다.
그래서 그런지 회식이 무척 반가웠다.
 자장면과 과자와 막걸리를 배불리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회식 때에는 중국집 탁자위에 막과자가 수북이 쌓여있고, 양푼에 막걸 리가 그득히 담겨 있었다.
물론 그 위에는 담배 공초가 몇 개인가 떠다니곤 했지만.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걸리를 퍼 마셨고 노래를 부르며 젓가락으로 탁자를 두들겨댔다.
찔레꽃, 백마강 달밤. 제목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나지만 ‘날이 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그러고 보면 가수 못지않게 노래 잘 부르던 선배들이 꽤 많았다.


집에 도착하니 팔뚝이 무척 가려웠다.
모기는 한 여름보다는 초가을에 더욱 극성인가 보다.

┃꼬릿글 쓰기
가는길에 |  2020-09-19 오후 6:47: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꿈이란
정말 알수없는 영역인것 같습니다.
작은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 잘 읽었습니다.
행복 하세요.  
짜베 칼 융의 자서전을 봤는데 해몽을 중요시 하더군요.
저는 그냥 기분좋은 꿈을 꾸면 하루가 즐거운 편입니다.
⊙신인 |  2020-09-19 오후 7:31: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짜베님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정겹고 부럽습니다.
아내분의 손을 아직 잡고 다니시는군요~~^^
막걸리 드신거 축하드립니다,,,,ㅎㅎㅎ  
짜베 저는 능력 부족으로 소설을 잘 못 쓰고 있습니다. 신인님의 능력이 대단하십니다.
아내가 자주 넘어져서 부득이. 아내가 손을 잡으면 대개는 조금 있다가 내가 손을 밴답니다. "힘들어, 손 놔."
승부사 |  2020-09-19 오후 8:49: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절로 미소가 나오는 글입니다. 맛좋게 일근 막걸리같은 글입니다. 건승하세요~^^  
짜베 닉 네임에 처절함이 느껴지는 군요.
저는 주로 욕심 바둑을 두는 편입니다. 하수이지요.
팔공선달 |  2020-09-20 오전 8:38: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라면은 군에 있을 때가 가장 맛있다는 생각엔 변함없지만
가끔 야외에서나 힘든 일 하고 추운 겨울에 맞는 맛도 견주었는데
일상에서 황금 라면이 있다는 걸 깨우쳐 주시네요.^^
제법 장문의 글인데 우리가 그럴 때 있죠.
시작은 멀어 보이는데 벌써 다 왔어.? 할 때. 그렇게 다 읽었네요.^^
제목처럼 그냥 누구나 하는 일상이 황금 띄운 라면 일지도.  
짜베 계란 풀은 라면이 바로 황금라면 이더군요. 김치하고 먹는 맛이 기막힙니다.
요즈음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은데요. 정말 장문입니다. 두번 째에야 겨우 이해가 되는 편입니다.
옥탑방별 |  2020-09-20 오후 8:21: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무쟈게 비싼 라면이네요 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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