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열무김치를 담기로 했다.
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 배추김치보다 열무가 제격이다.
고 관절 대 수술을 견뎌낸 이쁜 구순 우리 딸내미.
30년 된 에어컨 하나로 이 더위를 버티자니 거실에서 동고동락하는데
좌변기도 거실에 있다.
전기를 아끼려 엄니는 수시로 꺼고 나는 켜기를 반복하는 한낮의 승강이 속에
세프의 잔소리를 들으며 나는 데모도(보조)를 한다.
마늘과 생강을 찍어 대령하니 덤성덤성한 게 마음에 안 드는지 당신이 다시 찍는다
도루 뺏으며 역정을 내었다.
“더 잘게 빠으라 하면 되지.”
“조금만 더 빠으면 되기에.”
가는 뿌리를 버리시길래 나는 다시 집어넣었다.
“그거 못쓴다.“
”무슨 소리 영양분은 뿌리에 있고 작아도 알큰한 맛이 제맛이우“
화학성분이지만 뉴 슈가는 또 여기엔 제격이다
배 하나 갈고 젓갈을 넣고 고춧가루 흩뿌리고 나니 거의 됐는 듯했다.
티격태격 담은 열무김치를 간잽이가 맛을 보니 뭔가 섭섭했다.
뭐지?
그랬다.
엄니가 다치기 전엔 한 번도 내가 옆에 있지 않았다
다른 것 다한다 해도 음식 같이 만든 적은 명절 제삿날이었든 것 같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도 할 수 있는 일을 맡긴다.
나이 들고 무기력해짐에 소외감마저 들면 치매의 원인이 된다
같이 놀아 주고 작은 능력에도 놀라워하고 대단하게 여겨 줘야 한다.
세상이 보는 바보처럼 살았지만 바보는 아니었는데 가끔 힘들 때 실수를
도덕경에 비유할 때 관심이 차라리 싫었다.
지금 내가 두려운 건 집안 사정으로 화병에 고혈압이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버티지만. 대인기피증 우울증은 피할 수 없다.
올만에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리는 밤.
엄니 저녁 챙겨 드리고 낮에 담은 열무김치로 한잔한다.
에릭 클맆튼의 원더플 투나잇 들으며 아름다운 울 엄니 주무시는 모습으로
사람 도리 했다고 무능을 감추고 살아갈 수 있으니
나는 세상에 가장 변명할 게 많은 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