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환자만 있다.
나는 일종의 홧병 고혈압으로 시달리고 구순 엄니는 고관절 수술로 거동 불가고
가족은 있어도 서류상. 인연으로 가족일 뿐 나눌 가족은 없다.
내가 잘못한 것이 그 업이란 게 많겠지만 무능한 나는 그렇다 치고
엄니마저 괄세 받는 게 안타까워 모시고 있지만 직업이 있어도 거의 무직인 생활이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 여럿 겪지만 부모 형제간에는 천륜으로 무마되는데
일상에서 패 죽이고 싶어도 그때뿐 사회성과 도덕으로 술 한잔하고 무마하는 감정이고
천륜은 가슴에 못이 박힌다.
엄니가 불쌍하지만 그래도 나보고 참으라실 땐 울화통이 치민다.
그래도 엄니 보는 데서 어찌 그러겠나.
요양사가 와서 닭 한 마리 냉장고에 넣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 일주일에 한 번 배당인데 구청에 말해서 두 번 오게 되었습니다.”
“엄니랑 너무 친해서 자랑은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근데 저 직업 있지만 거의 무직인 상태인데 실사 함 나오게 건의해 주세요.”
“제가 바라는 건 정부의 혜택이 어떻게 기준을 두는지 모르겠지만.”
“엄니 일주일에 한 번 방문 목욕이라도 건의해 주세요.”
정신은 맑으셔서 제가 도와 드리는 걸 거부하는 게 지금은 가장 큰 애로다.
치매 중풍 30년 넘게 간병 한 노하우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끝내기니 승부에 관계 없이 훈수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동생들에게 실망이
역력한 엄니를 애써 달래며 죽여버리고 싶은 연놈은 엄니 보내드리고 할 수 있으니
위로하며 마음을 삼킨다.
“엄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레이.”
평소엔 연락 안 하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란다.
(__)
지들 품앗이 챙기려고?
내가 먼저 죽지도 같이 죽지도 않겠지만 절대 그런 일 없다.
지들이 다녀가고 알면 그만이고 다녀가지 않으면 내가 연락할 일 없다
삶이 고통 속에서 선택한다면 내 선택은 후회 않을 것이다.
바란다면 간접 경험으로 그 사람의 고통을 짐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리를 선택한 모든 기우님들의 인내에 존경심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