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연하게 내리는 비
수줍은 소녀의 쑥스러움처럼 다소곳이 창을 타고 흘러내릴 때
삼라만상이 흐릿하게 가려지고 어둠마저 밀려오면 낯설지 않은 고독.
살아 있다는 반가움도 잠시 스쳐 가는 새벽을 맞고
저녁까지의 무사함을 기원하며 해야만 하는 일로 하루를 메운 이 시간
감사하는 마음은 기약 없는 내일을 불안한 마음으로 준비한다.
“입맛이 없네”
매끼 마다 신경을 쓰지만. 그때마다 듣는 이야기는 가슴에 엉어리진다.
기실 나는 입맛 없으면 안 먹으면 그만이고 만평통치 약 소주 한 잔이 있다만
엄니는 그렇지 않다.
회를 좋아하시는데 오염수 방류니 뭐니 하는데도 회 값이 비싸다.
기본 3만 원인데 잔대가리 굴려 2만 원짜리 무침회를 사다 드렸다가 퇴짜 맞았다.
혹시나 마음 변하실까 싱싱고에 넣어 두고 나는 김치로 한잔한다.
머 안주가 서글픈 건 아니지만 적당히 즐겼던 고독이 외로움이 되고
가끔 신세타령 삼아 만나던 사람들도 기피 하게 된다.
그들은 나에게 격려와 함께 도덕경을 내세우고 수고하는 김에 모범이 되란다.
가보지 않을 길은 짐작뿐이고 행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그때 못했으면 영원히 못 할 일인데.
최소한 나는 환경을 조성하고 도덕성을 행하기보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으로
변명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할 말과 행동은 하고 잘못은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기본 인간성에 충실했다.
하지만 세상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마음에 선하지만은 않다.
가끔 지인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흥이 나면 2차 3차 노래방까지 갔지만
나도 인간이라고 30년 넘은 간병생활에 이 정도 나에 대한 위로가 허물일까.
글로 올리면 찌질일까.
치매 10년 중풍 30년 노환 앞으로 얼마일지.
오로에 대명을 밝히지 못하지만 몇몇 분이 계신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을 것이다.
내 마음으로 본다면 외로울 것이고 억울한 일 되씹을 것으로 본다.
그들도 안 하면 마음 아플 것이고 하자니 힘들 것이다.
어차피 외면하고 평생 마음 아프거나 행하면서 고통을 겪거나 매 맞는 일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으로 살다 가야겠다.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 내 가치관으로 평가하지 말고 모자라더라도
행하지 않은 생각만으로 그들의 고통을 평가하지 말길 바란다.
모두 한두 가지 고통을 안고 살지만 환경이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