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을이라 청명한 하늘에 들판엔 오곡이 무르익어 가는데
왠지 인생 가을은 겨울을 떠올리며 조바심이 난다
조급증은 조바심이나 비슷하지만 행위 여부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대개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피해의식에 의한 경우에서도 나타나며
인간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나 초연하기도 여간 힘들어
보편적으로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된다고 본다.
인생은 아주 먼 곳을 바라보지만 결코 그리 긴 여정이 아닌듯하고
잠깐 졸고 난 세월은 아득하고 벌써 짐 챙겨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잠깐을 영원할 거라 생각하고 또 꾸벅이며 존다.
그렇게 졸다 깨다 살다보면 불가항력이라는 산과 강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들은 무심할 뿐이나 마주한 이의 마음에 따라 달라 보인다.
거기서 나를 인정하고 그것들을 인정하면서 나는 포기를 배웠다
그러나 돌아서거나 주저앉지는 않았다
오르다 쓰러지기를 택했고 돌아가다 못다 가더라도 기약 없이 길 떠났다
오를 땐 위를 보지 않았고 오른 만큼의 아래를 보며 짐작하여 위로 했으며
돌아갈 땐 뒤돌아보지 않았고. 아니 잊어 버렸고 오직 다가오는 것만 보았다
여기 수 없이 건너고 오르내린 이들은 나를 무능하다 힐끔거리며 지나치고.
가난이 떠나지 못하게 하는 여러 환경의 족쇄에 늘 원망의 술을 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잔이 채워지면서 작은 글자 둘 소용돌이 속에 맴돌고 있었다.
교만.
그렇다.
나는 가난을 원망하는 사이 교만을 대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겸손이라는 오해를 받기도하고 착각도 하지만 어렴풋이 몸에 배였고
도리를 앞세워 그렇게 성실을 무능의 변명으로 삼으며 살아왔다고 본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산다고 물질적으로 부유해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난을 게으른 자들의 변명이라는 자에게 도리를 지키는 어리석음에
모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더라고 반문하고 싶다
베풀고도 부자 된 자가. 도리를 지키고 부유하게 사는 자가 얼마던가.
아마도 그쪽엔 없다고 단언한다.
가난한 무리에 도덕군자와 마음 평온하고 부유한 사람이 넘쳐나고
모사꾼들은 물질을 쫒아 지들만의 세상으로 달아난다.
고향을 버리듯.
자기의 잘못을 먼저 말하는 사람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하다 본다.
그것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것을 알거나 개의치 않으니 기다릴 수 있으며
잘못을 스스로 밝히므로 개선의 의지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반면 자기의 장점을 말하려 애쓰는 사람은 여유가 없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단점이 많으니 기다리면 장점을 이야기 할 기회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명예욕에 조바심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자신을 말하기도 어려운 데 남의 장단점을 말하기야 더하겠지.
물론 자신의 그것과 역순이라는 것도 알아야겠다.
하루를 반성하고 인생을 참회하고 인연에 감사하고 신세를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와 남은 시간을 위해 짐을 내려놓았다
내 비록 곧지 않고 거친 참나무지만 군불을 데우고 소죽을 끓이고
그 남은 불씨로 이미 나의 자식이 되어 버린 여린 마음들을 안쓰레 챙겨
따뜻한 물로 씻게 하고 밤새 아랫목 온기 지켜 지친 몸 편히 보듬다가
검게 타버린 몸으로도 버려지지 않고 숯으로 찌게거리를 따끈하게 데우고
그렇게 재가 되어 완전연소 하려한다.
내 지금부터 어찌 살아도 죽어 분명 지옥에 떨어 질 것이나
살아 세 가지 도리에 충실하였기에 심판자에게 막걸리 석 잔은 받으리라.
.gif){kind=logo}
작가의 말
화려한4급
장터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