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한 지 50여 년.
바둑을 배우고 젊은 날엔 자학도 많이 했다.
이 좋은 바둑을 배웠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한 것은
그로부터 40년이 지나서이다.
기원의 생태계에 환멸을 느끼고 바둑을 접은지 20여 년 만에
인터넷 오로를 접하고 다시 20여 년.
대면의 장점과 가면의 단점을 오가며 신비로움에 오프도 숱하게 참석했다.
30후반에 시작한 인터넷 인간관계를 돌아보니.
내가 하늘같이 모시던 형님들이 하나둘 떠나시고 어느새 내가 그 자리에 섰다.
참 멋있었던 분들 바둑과 술은 풍류를 아는 사람들의 몫이고
늘 상생의 묘를 찾는 게 바둑이고 살면서 수상전을 하더라도 빅이 최선이며
선수를 취할 수 있으면 다행하지만 유유자적하는 멋도 생각하라 했던
선배님이 생각난다.
그렇게 살 것이라 그런 바둑을 둘 것이라 다짐했던 시간 들이 흐르고
돌아보니 옹니 같은 생각과 허접한 바둑을 두어 왔다.
얼마나 남았을까.
늘 나를 기다려 준 내일은 나에게 얼마나 인내를 해줄까.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살았지만 최선이라는 삶이 그렇지 않았다.
나만 그럴까.
나는 먼저 가신 형님들처럼 아우들에게 여운을 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내가 느꼈던 감흥을 줄 수 없고 나처럼 살면 안 된다는 선례라도 남기며
굳이 변명이나 하려나.
실수를 하면서 서민이고 인간적이라 했었지.
사실 가식 없는 행동이었기에 욕을 먹어도 의도적이지 않았기에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나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니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다.
이왕이면 봄날에 떠나자
가을은 너무 꿀꿀 하잖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보듬었던 것을 허공에 뿌리고 어리석은 나에게
위로의 술 한 잔 따른다.
세상아.
내 너를 귀히 여겼는데
너 나를 귀하지 않았더랬나.
내가 섭섭한 만큼 내 잘못이었더라도
너는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산처럼 쌓인 지난 빈 병들은 나의 시름이었구나.
간다. 간다.
너를 두고 나는 간다.
네가 보낸 봄날이 다시 감사할 때까지 잊혀짐이 서럽지 않다면
다시 오지 않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