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은 영감들의 마지막 생일인 줄 알았고 진갑은 고비를 넘긴 축하연으로 알았다

나는 늘 그 나이가 되지 않을 것으로 그나이 되기전에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나이는 나에게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졸음과 세월엔 장사 없다지만 아직 내가 살아있고 내또래도 건장하다.

각자의 환경은 다르지만 이나이 되니 별로 경쟁심도 없고 삶에 절로 처연해진다.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던일이 그저 그렇게 지나가고

애써 경우를 따지는 게 피곤하게 느껴지며 홀로 외로움을 느끼지만

또 고독이 뭔지 그 자유로움에 예전에 몰랐던 성숙함마저 느낀다.

한동안 뜸하던 30년 지기가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허하다 했더니 암으로 곧 간다고 얼굴 한번 보잔다.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몰랐다

곧 가마 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평소에 약삭 빠르고 자기 몸 챙기며 안주 많이 먹고 술 안사고

내가 느껴도 나를 이용하는 걸 알면서 30여년.

그런데 곧 간다고 연락이 왔다.

물론 나도 나름대로 경계선이 있었지만 그 친구와 만나고 나면

후회하는 자리가 많았는데 또 만나고 한 게 30여년.

친구라고 모두 내맘 같지 않으니 그렇게 뒤죽박죽 엉켜사는 게 친구라

죽고 못사는 친구도 아니었건만 나에게 연락이 왔다면

내가 특별한 애정이 없었더라도 아니면 내가 모르는 정이 있었다고 본다.

축의금 때문은 아니니.

친구들 여럿 보냈지만 지도 나도 만만하지 않은 사이였는데

연락이 고맙기도 하고 다툼의 시간이 떠오르며 나와의 싸움이 아니라도

삶에 활복하는 모습을 나에게 남기려는 게 얼마지 않은 나의 삶을 보는 듯하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물었다.

다 필요 없다며 얼굴만 보자더니 추궁하는 나에게 마지 못해 하는 말이

“쌀 음료수 좀 사와라”

나는 그 말에 삶에 집착을 느꼈다

몸에 좋은 것 먹고 싶다는.

계절이 가고 친구도 가고 배신도 당하고 나는 언제 어떻게 가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