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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의눈 소돔의 벤치에 앉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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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서정
2008-01-23 오전 8:31 조회 3667추천 13   프린트스크랩
▲ 종가집 장독대

 

 

하얗게 함박눈이 쌓여

무너질듯 무겁게 느껴지는 초가지붕위로 겨울 햇살이 눈부시다.

지붕 끝 밀집 대롱이마다

양지쪽으로 실로폰처럼 점점 작아지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열리고,

덜 잠근 수도꼭지처럼 쉬지 않고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뒤안에는 까치밥조차 보이지 않는 감나무

잎을 모두 다 떨꾼 채 칼바람에 흔들리는 가지가 오솔오솔 춥게 느껴지며

추울쎄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한 눈 쌓인 장독대 위로

어지럽게 새 발자욱이 그려져 있다.

 

 

저만치 뒤로..

온동리 초가들을 감싸 안고 있는 대나무 숲에는

유난히 푸르게 느껴지는 대나무잎이

소복히 쌓인 눈을 머금어 축축 늘어져 있고,

그 안 어딘가에 우~ 몰려 왔다 푸드드득~하고 사라지는 참새떼의 재잘거림이

조용한 농가 마을에 가득하다

멀리 횡~하니 비어 있는 들판!

움막처럼 노적가리들이 하나 둘 쌓여져 있고

동네 우물가  옆  맘 좋은 부안댁네 논 위에는

물을 가둬 얼려서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도 나가서 놀아야지!...'

돌돌 말아 놓은 멍석들이 장승처럼 서있는 고방에서

할아버지께서 창틀 레일을 뜯어다 만들어 주신 썰매를 꺼내어 집 밖을 나서는데,

왠지 누렁이가 따라 오질 않는다.

마루 밑 토방.. 볏짚 깔아 놓은 자리 위에 갓 낳은 제 새끼들을 누위고

이놈 저놈 번갈아 핥아대기만 할 뿐,

밤낮으로 나를 귀찮게 쫓아 다니더니,

이젠 나 같은건 안중에도 없다.

 

 

목덜미에 때국이 쩔은 촌동리 아이들,

서로 밀었다 끌었다 참새떼처럼 재잘거리며 시간 가는줄 모른다.

손발이 꽁꽁, 소매와 바짓단 무릅이 흠뻑 젖어 얼어갈 무렵,

"상태야!~ ... "귀옥아~"...., 

저녁 밥때를 알리는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에

그제서야 터서 갈라진 손을 호호 불고 부비며 집에 돌아간다..

 

 

젖은 썰매를 끈 달아 끌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얕으막한 동산에 비틀비틀 서있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들리는

뭐라 표현하지 못할 바람소리가 그립다.

꽁꽁 얼어 곱은 손을,

불때는 아궁이에 쪼그리고 앉아 녹이자면,

이따금 '탁..탁..'하고 들려오는 콩대 타는 소리..

알싸한 연기가 한번씩 눈물나게 하였지만

서까래 나무가 갈비처럼 드러난 까맣게 그슬린 황토 부엌안에 앉아

꿈결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그 내음을 맡고 싶다.

 

 

내 유년의 겨울,

마치 내 인생의 전부였던 것처럼,

문득 문득 아련하게 떠올리는 그 때가...

그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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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  2008-01-23 오전 8:47: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반갑습니다...^^*

누구나 탈수있고 한번쯤은 탄듯한...
완행열차로의 추억이
가마솥 밥익는 연기처럼
소록히 그리고 구수하게 피어 오릅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  
선비만석 |  2008-01-23 오전 8:51: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나도작가 글판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좋은 글 많이 올리셔거 애기가들을 즐겁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니 |  2008-01-23 오전 9:26: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반갑습니다. 언제나 포근한 이곳을 위해 에너지를 주십시요.  
별天地 |  2008-01-23 오전 10:29: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이 계절에 잘 맞는 분위기에 취해 버렸습니다.

아궁이에 장작불은 이시대에 가장그리워 하는 도시인의

안식처가 될 듯 ~  
꾹리가아 |  2008-01-23 오전 11:54: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서오세요. ^^*  
dori124 |  2008-01-23 오후 12:09: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농촌에서 자란세대에겐 너무 정겹습니다 그시절에 엄마가 밥먹으라고 부르는소리에는 우리도 저녁밥 해놓았다는 알림도 포함 되었을 겁니다 힘들었지만 정겨웠든 어릴적으로 돌아가고싶어지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당근돼지 |  2008-01-23 오후 12:42: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눈 내린 장독대를 보니 어린시절이 그리워 지는군요..................좋은 사진 감사 합니다.  
예뜨랑 |  2008-01-23 오후 4:35: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축하합니다. 나작에 잆성하셨습니다. 많은 활동부탁드리구요 애기가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세요  
허블의눈 |  2008-01-24 오전 11:21: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반갑게 맞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바깥공기가 많이 차군요.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냥골촌장 |  2008-01-24 오후 8:48: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콩대, 재릅대(삼대)로 밥솥, 국솥 불 지필 적을 생각키웁니다.
모든 남성들의 고향은 자궁이라는데.
고향으로 가 봅시다.  
아냥골촌장 추천하고 다시보니, 뒤안의 까치밥, 노적가리, 토방, 아! 고향 가고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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