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혁(革)은 갓 벗겨낸 가죽(皮)를 무두질 하여 다듬는 것이라 합니다.
아마 가공전의 가죽과 가공후의 가죽이 전혀 다르나 봅니다.
그래서 혁신은 "완전히 바꾸어 새롭게 한다"는 뜻을 가집니다.
그동안 바둑계에서 변화라고 하면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바둑계에서 혁신적인 일이 일어난 적은 없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마라톤으로 돌려보겠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의 마라톤을 보면서 가졌던 생각이
"저런 것을 왜 하는가?" "서양사람들은 이상하다" 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마라톤은 건강에 좋다. 마라톤 하는 사람은 대단하다.'라고 이미지가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저변 또한 엄청 확대되었고
즐기는 사람 또한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마라톤은 '황영조'와 '이봉주'라는 기폭제 때문에 급격히 변한 것입니다.
야구와 축구는 어떻습니까?
아주 오래된 우리나라 전통의 스포츠입니다.
야구와 축구 모두 일찍 프로가 생겼고 그전에도 지금도
팬들이 많은 종목입니다.
그러나 이 두개의 스포츠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변화되어서
아마추어 축구팀, 야구팀이 많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바둑은 어떻습니까?
마라톤, 축구 야구보다 먼저 프로가 생겼고
기폭제로 조남철, 조훈현, 이창호라는 핵폭탄급 기폭제로
구경하는 바둑에서 벌써 즐기는 단계로 넘어가서
집집마다 바둑판 하나 없는 집이 없을 정도였고
방에서 마당에서 길거리에서 나무아래서 어디서든
바둑을 즐겼습니다.
.... 그리고 지금까지 와서 쇠퇴기를 걷고 있는 것입니다.
바둑은 이제 쇠퇴기를 막고 다시 국민들 보편적으로 즐기는 바둑으로
만들고 싶어합니다.
아쉽게도 바둑을 축구로 본다면 문전처리 미숙으로
이미 노마크 슛찬스를 몇번이나 골대 밖으로 날려버린 것입니다.
이제 그런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고점을 지나 저점으로 향하고 있는데
두번 다시 그런 상승의 호재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둑계에서는 이제 "혁신"과 같은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혁신만이 살 길이라하여 이것저것 많이 바꿀려고 합니다.
만약 지금 이때까지의 모든 것을 백지화하고 혁신을 원하는 사람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바둑계의 구조를 원하는대로 다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지금의 야구처럼, 마라톤처럼 바꿀 수 있냐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부정적입니다.
역사를 돌아봐도 큰 변혁으로 혁신은 이루어지지만
그렇게 오래가지 않고 그 혁신은 다시 낡은 것이 되어버립니다.
조금씩 꾸준히 바꾸어 나가는 것보다 못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으로 바꿀 것이 10개가 있다면
1년에 한개씩 바꾸어 10년동안 바꾸는 게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BC카드배 세계대회를 예로 들어 봅시다.
결국 대국료제가 상금제로 바뀌었잖습니까?
이건 어떻게 보면 대변혁입니다.
처음부터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면 상전벽해하듯이 이런대회는 안생겼을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를 들어 총상금이 1억이라면 그중에 90년 이전 입단자 몫으로
1천만원을 배정해서 90년 이전 입단자는 대국료제, 91년 이후 입단자는
상금제로 운영했다면 두마리 토끼를 다잡았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 선배기사들의 반발도 없애고
점진적으로 대회의 구조도 바꾸고 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완전 상금제로
바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주최하는 측에서도 일정한 예산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고
말입니다.
불합리한 것을 하나하나씩 바꾸어서 새것과 기존의 것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면 효과적으로 운영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낡은 것을 조금씩 바꾸면 무리없이 개혁이 된다는 것입니다.
개혁이라고하면 뭐든지 손바닥이 손등이 되고 손등이 손바닥이 되는 그런건
아니라는 것입니다. 10년동안 미루어서 한번에 바꾸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바둑계에서 "혁신"이라는 주장은 포기합니다.
점진적인 변화를 요구합니다. 또 개혁의 선두에 계신 바둑관계자분도
장기적이고 꾸준한 변화의 계획을 세웠으면 합니다.
바둑저변확대를 위해서 하루아침에 뭔가를 바꾸면 된다. 이런건 아니라고 봅니다.
참고로 요즘 TV에 나오는 "천하무적야구단" 어떻습니까?
야구의 초보들이 모여서 아마추어 야구단을 구성하고 실력을 향상 시켜나간다는 것인데
바둑에 관심있는 초보자(연구생, 연구생 지망생 제외한 순수 초보자)를 골라서
"천하무적바둑단"을 구성해서 운영해보는 것 말입니다.
방송으로하면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반인이 그것을 보고 동일시되면 바둑 두고 싶다는 욕구도 생길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