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 (1342~1398) : 고려후기 조선 초기, 정치가, 학자  호는 삼봉.

난간 밖 꽃가지에

낮 그늘이 옮겨갈 때

한가로이 바둑돌 두드리며

젊은 마음 달래누나

황금 백 냥을 내기에서 졌다고

안타가워 하지마소

미인이 한 번 웃는 그 값이

백 냥을 못 당할까 ?

When the shadows of the day

move to the flower branches beyond the balustrade,

I soothe my young heart

with the leisurely clink of Baduk stones.

Don't feel bad about losing

a hundred gold coins in a bet.

Won't a beauty's laugh compensate for the loss of the coins ?

정도전이 살았던 시대는 개벽의 시기였다. 

왕조가 바뀌는 시대. 삶과 죽음, 벼락출세와 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대변혁의 시기.

그는 혁명을 완성하여 벼락출세의 가도를 달린다.  개국 일등공신.

이색의 문하에서 야망을 품었으나, 스승의 인정을 받지 못하여 분노를 품고,

끝내 스승에게 복수를 하고야 만다.

이색은 고려시대 삼은이라 불리 운다.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 목은 이색이 그러하다.

정도전은 조선왕조 500년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다.  유학자로서 숭유억불 정책을 완수한다. 

그리고 조선을 문의 나라로 인도한다.  후에 왜란과 호란으로 그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평화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란 얘기가 그래서 나온 것이 아닐까 ?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주변에 초강대국이 포진해 있는 우리의 현 사정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또다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그런 삼봉도 한가로이 바둑돌 두드리며 젊은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야망으로 피가 끊는 젊은이가 현실을 목도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얼까 ?

좌절, 분노, 술, 여자, 도박 등등 이렇게 서서히 몰락의 길로 다가가는 것이 고금을 통한 사례인데...

그는 바둑을 두며, 생각을 정리한다.  초립 문에서 뜬 해는 이제 뜰의 목련 꽃 가지에 그늘을 만든다.

그리고 절세의 미녀와 내기 바둑을 둔다. 그리고 슬며시 저 준다. 

미인의 한박 웃음을 보기위한 젊은이의 책략인줄도 모르고 그 미인은 깔깔대고 웃어댄다.

그는 진정한 조선의 풍류가객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