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침 (1444~1505) : 조선중기 문신, 호는 이헌.

내가 세상일을 익히 보아왔는데

마치 바둑처럼 번복이 심하여

판마다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네

높은 벼슬을 했다고 자랑마라

나는 고관을 지냈지만

가난해서 끼니 갈망을 못하노라

그러나 궤안에 세 친구가 있어

임천에서도 웃고 살고 있으니

팔진미가 부럽지 않다

내가 장자의 제물론을 애독하는 이유는

이 세상에 진짜와 가짜를 아는 이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I'm skilled in the affairs of the world ;

its ups and downs are like Baduk ;

every game presents a new situation.

Don't boast that you've held high office !

I've been a ranking official

but I'm so poor now I can't look forward   

to the next meal with certainty.

 I have three friends in my house.

I live a smiling life in the rural village

with stream and forests.

I do not covet the eight tastes.

The reason I love Changzi's book on sacrifice

is that no one knows what's true and false in the world.

허침은 연산군의 스승이었다.  연산군은 영리하였으나, 어렸을 때부터 악동이었던 같다.

그러나 허침은 늘 웃으면서 타일렀기에 흉포한 연산군 밑에서도 무탈하게 관직을 수행 할 수 있었다.

조선조 최고의 폭군 밑에서 관직을 수행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은 확연하다.

연산군은 조선조에 네 번 뿐인 사화 중에서 두 번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수많은 선비들이 선홍의 칼날에 낙엽처럼 떨어졌다.

허침은 관료들의 모범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좌의정의 벼슬까지 지냈지만 가난하여 끼니 걱정을 한다면, 요즘 시대엔 오히려 무능하다

손가락질 받을 만하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우리는 영혼이 없다"고 외치는 요즘의 관료들이 보기엔 무능해도 한참

무능한 인물이다.

가난하지만 궤안에 세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추측 컨데, 바둑판과 바둑알, 붓과 벼루, 그리고 책이 아닐까 ?

그와 더불어 막걸리 한 사발에 풋고추에 된장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풍류가 아닐까 ?

죽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무릉도원이 아닐까 ?

요즘시댄 옆에 인터넷 끼고 앉아, 컵라면 훌쩍이며, 사이버 세계를 써핑한다면,

그것이 바로 무릉도원 일 것이다.

컴 밖으로 나오면 아귀지옥이 따로 없으니... 방콕, 히끼고모리를 현대판 은둔거사로 칭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