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화
어전회의(御前會議)
용상(龍床)에 앉아서 입시해 있는 육조의 대신들을 바라보는 젊은 왕의 눈빛에는
자못 호기심이 가득 서려있다.
"듣자니 요즘 도성에서 백성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는 그 얘기가 도대체 무슨 말이오?."
낮은 목소리로 서로 소근거리며 웅성이던 신하들 틈에서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호조의 김좌연이 입을 연다
" 신 호조참판 김좌연 아뢰오!"
차마 어전에서 고하기 망측하고 황송스러운 이야기이나
사연인즉
선대왕 때 과거를 통해 등용하여 당상관(堂上官)의 반열까지 올랐던
전 사헌부 '송 열'의 둘째 여식의 일인줄 아옵니다.
"음!...송 열....송 열이라!!..."
"그리하야??...
"예!
"슬하에 1남 3녀를 둔 송 열은 병을 얻어 일찍 타계하였는데,
대를 이을 그의 자식은 아비와 달리 성정이 방만하고 방탕하여
일찌기 기생집을 들락거리고 투전을 일삼아 가산을 모두 탕진하기에 이르렀다 하옵니다.
한 때 벽촌 향반(鄕班)에서 종 3품에 이르렀던 가세가 급격히 몰락하자
호구지책을 근심하게 된 송 열의 내자는 그의 둘째 여식을
본부인과는 사별하였다지만 재취자리인 송도 만상의 도방에게 시집보내게 되었는데''
" 이런 일이 있나!~... 반가의 규수를...
그 만상의 '엄희안' 이라는 자가 본디 호색 음란한 위인인지라
초례청을 차린지 이태를 넘기지 못하고 기생 첩을 보았는데...
........험. 험!~
차마 소신의 입으로는 망측하여 더 이상 아뢰지 못하겠나이다.
저간의 내용을 승지께서도 잘 알고 계시니
승지의 말을 들으소서.
"헐! 과인이 오늘 오랬만에 의정부의 대신들과 함께 정사를 논하고
백성들의 사정을 이야기 하는 자리인데
어찌 따로이 승정원의 인사를 부른단 말이오!
어서 말해 보오".
"예! 하오면...
......
"이 엄희안이라는 자가
쥐 풀방구리 드나들듯 출입하던 기가에서 데려온 첩을 본 후로는
그 첩의 신기묘묘한 방중술에 빠져
밤이면 날을 새며 정신이 혼미하도록 열락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낮이면 그저 먹고 자느라 상단의 일도 제대로 보지 않는것은 물론이오
당최 본부인의 침소에는 들려고 하지 않는지라
본디 성정이 피팍하고 질시가 많던 송 열의 여식은
참지 못하야 어느날 야심한 밤에 칼을 품고 첩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하옵니다.
허.허어!
그..그리해서??...
"옷을 활랑활랑 벗어부치고 나신으로 침상에서 어우르던 두 남녀는
식칼을 들고 나선 부인을 보고 기겁을 하였는데
부인이 말하길
'어차피 원래 주인인 내가 차지 하지 못할 거라면
첩이 다 가지고 노는 꼴을 어찌 보겠느냐!~하면서
이자의 음경을 짤라버리겠다고 기함을 토하니
엄희안 이자는 아랫도리를 잡고 혼비백산 이불을 뒤집어 쓰던 와중에도
영악하고 침착한 첩이 하는 말이
'성님! 내가 잘못하였소!
'그럼 앞으로 성님과 제가 사이좋게 함께 가지면 어떠하냐면서,
넌즈시 옷을 벗고 침상으로 들기를 권하더라 합니다.
"저,저,저, 저런!..."
"부인은 딱히 서방의 아랫도리를 짤라버리려고 나섰다기 보다는
미운 첩과 무심한 서방때문에 뒤틀린 심사를 풀어보고자
칼을 들긴 하였으나
흐트러진 침상과 벗은 두 남녀의 모습에 묘한 감정이 치솟아
슬그머니 칼을 내려 놓고 옷고름을 푸니
긴장했던 두 남녀도 맘이 눈녹듯 녹아 그녀를 맞이하여
셋이서 지새는 밤이 짧다하며 뒹굴어 제치고
새벽에 울던 닭을 다음날 백숙으로 삶아 먹었다 하옵니다.
세상에!,,,..
"이런 해괴한....허 험!~~
여러 대신들의 웅성이는 소리가운데
용상에서는 빙긋이 입꼬리를 올리는 왕은
숙빈의 처소에서 엉뎅이 튼실한 김나인과 함께 어우러졌던 지난날을 회상한다.
한편 고변을 듣고 있던 이조의 이하연이 나서기를
"참판께서는 어찌 그리 직접 보신것 처럼 소상히도 알고계시오? 하고 물으니
주상께서
"옳커니!~ 하고 맞장구 치며 김참판을 응시하며 내려다 보는데
참판 왈!
"마침 그 집안의 방물 창고를 관리하며 허드렛일을 하는 종복하나가
밤에 소피를 보러 나왔다가 주인 처소의 수상쩍은 소란함에 우연히 엿보게 되었는데
이자가 후에 방물을 빼돌리다가 들켜 치도곤을 당하고 쫒겨나게 되니
앙심을 품고 저자거리에다 소문을 내었다 하옵니다.
저간의 백성들 사이에서는
야심한 밤이 되면 스리슬쩍 한 침실로 모여서
두 여인이 한 남자의 음경을 붙잡고 서로 쌈질을 하듯 탐하고 노닐어 대니
이런 작태를 두고 '스리쌈'이라고도 한다 하더이다.
실소를 머금으며 웅얼거리는 대신들 틈에서
굳은 얼굴로 말석에 있던 형조의 송태봉 입을 열기를
"전하!
"신 형조참의 송태봉 아뢰옵니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 일컫는 이 땅에서
이러한 망측한 일로 장안 백성들의 풍기를 문란시키는 일을
일벌 백계로 다스려야 하니
당장 의금부를 통하여 이자들을 잡아들여 추국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신하들의 이야기를 듣던 가운데 문득,
눈부신 나신의 자태로 자신을 올려다보던 숙빈과 김나인의 드러난 4개의 젓가슴을 회상하던 왕은
귀찮은듯 대답한다
"그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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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여현
팔공선달
이끼그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