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바둑을 둡니다.
왠만하면 자기전에 딱 한판 두고 자려고 합니다.
두판두기에는 시간이 없고 안두기에는 아쉬워서 말입니다.
'딱 한판'이라고 하니까 애주가들이 '딱 한잔'이라는 거짓말이 생각나기는 하지만,
그런 딱 한판은 아니고 그냥 열심히 두는 한판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바둑을 둘때 혼자 대화를 합니다.
내가 백이면 첫수부터 상대가 어디에 둘까? 내가 흑이면 소목을 둘까 화점을둘까?
그렇게 속으로 대화를 하지요.
일단 백이든 흑이든 소목에 날일자로 굳히고 시작하고 싶은데
내가 첫수에 소목을 두면 상대가 걸치지 않을까?
화점과 소목에서 상대가 화점에 걸칠까?
아니면 갈라칠까? 이런 저런 상상을 합니다.
그렇게 한수 한수 대화하듯이 둡니다.
하염없이 떨어질 것 같던 기력이 이제 다시 1단이 되었습니다.
1단의 바둑. 대국후에 혼자 복기해보면 1단의 바둑이지만 재미있습니다.
혼자 중얼거리면서 둔 바둑이지만, 소설 같기도 합니다.
비록 하수의 허접한 소설이지만 말입니다.
며칠전 버스에서 내리니 정류장 바로 앞에 책대여점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요즘 책대여점이 대부분이 만화이고 무협소설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빌리지는 않았지만 책 제목을 쭈욱 훑으면서 상상했습니다.
바둑책이 이렇게 가게를 가득채울만큼 있으면 어떨까?
바둑 책도 "마도바둑" 이런 식으로해서 극악무도하게 바둑 두는 법이
적혀있는 것입니다. 물론 극악무도한 스타일의 바둑을 잠재우는
바둑책도 있지요.
'바둑 더럽게 두는법', '무매너 바둑', '징그러운 끝내기' 이런 책 말입니다.
무론 상상 속의 책들입니다만 지금처럼 '정석'류의 재미없는 바둑책은 너무 오래봤잖습니까...
그래서 상상해봤습니다.

~~털털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