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듯 여름이 되어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아주 어린시절 밭에서 캐본 감자알들이 생각나서 어른이 되어서 비록 아파트에 살지만 베란다 화분에 한알씩 심습니다. 책에 옛사람들이 감자꽃도 관상용으로 심었다하니 화분에 감자 심는 일이 영 틀린 일은 아닌가봅니다. 요즘처럼 큰 알도 아니고 어린시절 밭에서 캐어 쪄먹던 감자는 알이 작았습니다. 어린애 입으로로 몇개는 거뜬히 먹었으니까요. 올해도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감자꽃을 봐도 영 감흥이 없습니다. 어느 화초와 비교해도 희고 노란꽃이 뒤쳐지지 않아 볼때마다 미소가 흘렀는데 올해는 마치 영혼없는 무생물을 보는듯 합니다.
오늘밤은 카레라이스를 합니다. 빨간 당근을 썰고, 하얀 감자를 썰고, 눈물이 나는 양파를 썰고 더 넣을 것이 없어 주섬주섬 냉장고를 뒤져서 손에 잡힌 호박도 썰고... '호박은 카레라이스에 넣지 않는데... 하지만 입에 들어가면 매한가지라...' 요리에는 늘 고기가 꺼려지는 탓에 새로나온 제품인듯 '인도식 카레라이스'라는 광고가 적힌 봉지의 뒷면에는 소고기나 닭고기를 넣어라고되어 있지만 그냥 기름에 볶은 야채에 분말을 물에 타 넣습니다.
불이 가해진 카레라이스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걸쭉해집니다. 이제 몇번만 더 젓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끕니다. 칼을 닦고 야채 껍질을 정리하고 도마를 씻습니다. 파티시간이 지난 것입니다.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합니다. 부엌에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한짝처럼 카레라이스 한냄비가 남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고 옵니다.
요며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내뱉었더니 마음이 횡합니다.
밤 창문으로 장마의 빗물을 가득 실은 바람이 세게 날려옵니다. 곧 비가 오려나 봅니다. 이런 날은 대청마루 한켠에서 조용히 기보나 놓아보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이 아니라, 컴퓨터가 아니라 나무 바둑판에 청량한 돌소리를 울리면서 대국자의 생각을 따라 시간을 따라 그렇게 손을 뻗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시 마음 속의 연못에 물이 찰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