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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등지고 요란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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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은 피었건만
2009-07-06 오후 10:00 조회 7045추천 11   프린트|스크랩

 

어느듯 여름이 되어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아주 어린시절 밭에서 캐본 감자알들이 생각나서 어른이 되어서 비록 아파트에 살지만 베란다 화분에 한알씩 심습니다. 책에 옛사람들이 감자꽃도 관상용으로 심었다하니 화분에 감자 심는 일이 영 틀린 일은 아닌가봅니다. 요즘처럼 큰 알도 아니고 어린시절 밭에서 캐어 쪄먹던 감자는 알이 작았습니다. 어린애 입으로로 몇개는 거뜬히 먹었으니까요. 올해도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감자꽃을 봐도 영 감흥이 없습니다. 어느 화초와 비교해도 희고 노란꽃이 뒤쳐지지 않아 볼때마다 미소가 흘렀는데 올해는 마치 영혼없는 무생물을 보는듯 합니다.

오늘밤은 카레라이스를 합니다. 빨간 당근을 썰고, 하얀 감자를 썰고, 눈물이 나는 양파를 썰고 더 넣을 것이 없어 주섬주섬 냉장고를 뒤져서 손에 잡힌 호박도 썰고... '호박은 카레라이스에 넣지 않는데... 하지만 입에 들어가면 매한가지라...' 요리에는 늘 고기가 꺼려지는 탓에 새로나온 제품인듯 '인도식 카레라이스'라는 광고가 적힌 봉지의 뒷면에는 소고기나 닭고기를 넣어라고되어 있지만 그냥 기름에 볶은 야채에 분말을 물에 타 넣습니다.

불이 가해진 카레라이스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걸쭉해집니다. 이제 몇번만 더 젓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끕니다. 칼을 닦고 야채 껍질을 정리하고 도마를 씻습니다. 파티시간이 지난 것입니다.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합니다. 부엌에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 한짝처럼 카레라이스 한냄비가 남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비우고 옵니다.

요며칠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머리에서 나오는 것을 내뱉었더니 마음이 횡합니다.

밤 창문으로 장마의 빗물을 가득 실은 바람이 세게 날려옵니다. 곧 비가 오려나 봅니다. 이런 날은 대청마루 한켠에서 조용히 기보나 놓아보면 좋겠습니다. 인터넷이 아니라, 컴퓨터가 아니라 나무 바둑판에 청량한 돌소리를 울리면서 대국자의 생각을 따라 시간을 따라 그렇게 손을 뻗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시 마음 속의 연못에 물이 찰런지..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09-07-06 오후 10:11: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자꽃의 무덤덤함 감성이
빗소리와 청량한 바둑돌 소리에
무아의 무궁화 꽃이 피었읍니다 ^^=  
3쿠션 |  2009-07-06 오후 10:12: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카레라이스를 직접 만드십니까?
저는 뜨거운 물에 3분동안 넣었다가.. 봉지 입구를 가위로 짤라서.. 밥 위에 부어서..
먹는 인스턴트 카레를 이따금 <직접> 하지요.ㅎㅎ 꾸벅  
才英사랑 |  2009-07-06 오후 10:28: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연꽃도 아직 소중히 간진하고 있습니다만

다시 선물을 받아 갑니다.  
bonan |  2009-07-06 오후 11:41: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자 꽃대를 잘라 줘야 감자 씨알이 더 굵어집니다. 영양분을 더 흡수하니까.  
당근돼지 |  2009-07-07 오전 5:11: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내년에는 감자도 심어 보아야 하겠네요......올해엔 화분에 땅콩을 한판이나 심었는데
잘 보고 갑니다.  
⊙배추 |  2009-07-07 오전 10:36:3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어젯밤 친구놈과의 술자리에서 보라색 감자이야기가 술안주였었눈디..
등지고님 이글(감자꽃) 읽을줄이야  
youngpan |  2009-07-08 오전 12:09: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카레감자..태음식..입니다..소고기,닭고기는 합입니다..  
약속다방 |  2009-07-08 오후 7:19: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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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다방 |  2009-07-08 오후 7:19: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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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등지고 ^^이런 좋으신 말씀을... 위의 두 댓글 해석입니다. -저도 실제 바둑판에 바둑을 두려고 신비자 5촌짜리 조개바둑알 35호 를 구입해서 기보를 놓아보는데요ㅕ..아~~ 그래도 인터넷으로 놓아보기하는게 훨 편하데요. 님의 청아한 착점소리를 공감하면서도요..멋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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