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심 고층 아파트에 사는 김기욱 씨는 휴식이 필요할 때면 집과 연결되어 있는 정원에 나가 산책을 한다. 굳이 옥상이나 1층 정원으로 나가지 않아도 층마다 계단식으로 녹색 정원이 꾸며져 있고, 이곳에는 늘 푸른 나무가 그를 반긴다.
생활공간 속에 자연을 끌어들인 `그린 스타일` 아파트가 주택의 화두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실내와 야외의 개념을 통합한 계단식 수직정원이 꾸며져 있는 일본 후쿠오카 도심의 `아크로스 후쿠오카`빌딩은 자연 친화적 아파트의 모델이 됐다. ...............................................
위의 오늘 인터넷 기사를 보다보니 사진이 눈에 익습니다.
'아~... 저 건물이 아크로스 후쿠오카 빌딩이구나...' 하는 탄성과 함께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하고도 열흘전쯤입니다. 한참 일로 바쁠때였는데 일본에 간다고 해서 부랴부랴 여권을 만들고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고 끌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가이드가 설명해줘야 아~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떡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후쿠오카가 일본의 어디쯤 있는지 모릅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일본 도착 3일째 정도 되는 날이었습니다. 낮에 이리저리 버스타고 다닌다고 선잠을 잔탓도 있지만 사람들이 일본호텔, 일본호텔 말하는 그런 전형적인 호텔에 밤을 보내야 했는지라 불편해서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딱 누우면 움직일 수 없는 그런 방에 두명이나 같이 사용해야했고 회사의 제일 높은 분하고 같은 방이 배정되어 더 불편했던 것입니다. 혼자 1층 로비에서 호텔직원의 눈총을 받으면서 밤새 책을 읽었습니다. 혹시나 하고 일본에 대한 책을 한권 사서 가져간 책인데 그날 그렇게 읽은 것입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복택유길, 1835.1.10 - 1901년 2월 3일)에 대한 전기였는데 밤새 비몽사몽간에 읽었습니다. 일본의 최고액 지폐인 만엔권의 인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사서 온 것입니다. 그렇게 낯선 땅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전기를 읽으면서 기나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겨우 날이 밝자 밤새 물 먹은 솜처럼 처져버린 몸을 소파에서 일으켜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커피캔을 뽑아먹습니다. 커피라기 보다는 콩 볶은 맛이 강합니다. 빈속에 그냥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해서 먹습니다. 새벽 술이 덜 깬 사람들이 차판기를 발로 차고 갑니다.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도 지릅니다. 슬쩍 피해서 자리를 옯깁니다. 타지에서 맞는 것은 좀 그렇잖습니까? 우리편이 잔뜩 있기는 하지만 지금 호텔에서 다 자는 통에 제가 통뼈이기는 하나 통뼈도 많이 맞으면 부러집니다. ㅜㅜ
건물 주변을 배회하면서 조금씩 걷다보니 텐진중앙공원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그곳에서 노숙하는 사람들도 보고 노숙자들이 노상방뇨하는 것도 봅니다. 거대한 까마귀들이 밤새 어질러진 쓰레기를 뒤지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낮의 깨끗한 일본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앞으로도 2-3시간은 더 지나야 기상시간이고 밥을 먹게 될텐데... 산책이라는 것이 여유가 있을때 하는 것과 마지 못해서 해야하는 것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더군요. 아무리 마음을 편안히 먹고 여유를 즐길려고 해도 밤에 잠도 못자고 우산도 없이 낯선 곳을 걸어야하는 상태는 공원의 노숙자들이 맞는 아침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부슬 부슬 비가 옵니다. 모든 비를 다 좋아하지만 봄비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더욱 좋아합니다.
텐진중앙공원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에서 갑자기 공원이 펼쳐집니다. 다리를 하나 건너가니 상당히 넓은 잔디밭이 도심에 숨어 있습니다. 그때 느낌은 마치 환한 빛이 다가 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밤새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가볍게 해주었습니다. 공원은 그런 힘이 있나 봅니다. 그래서 도심에 만들어 두나 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잠을 잔 것처럼 휴식의 효과가 있더군요.
그리고 텐진중앙공원에서 정면으로 올려다본 건물이 바로 기사에 난 '아크로스 후쿠오카' 빌딩입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건물 이름인 아크로스는 "Asian Cross-Road of Over the Sea"를 줄여서 만든 조어라고 합니다. 건물 안에는 국제회의장, 쇼핑시설, 정보센타 등이 있고 1995년에 준공되고 Emilio Ambasz라는 사람이 설계했다고 하네요.
건물을 본 첫 인상은 조금 괴기스럽다는 것이 었습니다. 아침이고 비까지 오니 그렇게 느껴졌나봅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밝은 사진을 보니 자연친화적으로도 보입니다. 나무를 심으면 건물이 상할텐데라는 초보적인 생각으로 건물이 많이 낡았겠구나 여겼는데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 일반흙의 40%정도의 무게인 인공의 초경량토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하는 걸 보니 최신식일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공원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좀 어둡게 나왔습니다. 나무 크기를 가늠해보시면 대단히 큰 건물임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날 같이 간 사람들중에 아무도 아침 산책한 사람이 없어 혼자만 본 관경이라 사진으로만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흘러 오늘 신문을 보고서야 과거와 현재 1년이 이렇게 오버랩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