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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제 6 회>
2008-12-18 오후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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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교내 도서관 열람실은 여느 때보다 한적했다. 양 갈래로 빽빽이 들어선 서가 사이로 마련된 긴 책상엔 드문드문 몇몇 학생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현욱은 서가 구석 한편에 마련된 컴퓨터에서 앉아 필요한 도서를 조회했다. 모니터에 출력된 청구기호를 확인하고 행여나 잊을까 작게나마 중얼거리며 서가 사이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혜린이 서가에서 책 한권을 꺼내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직은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반사적으로 서가 뒤편으로 기민하게 몸을 숨겼다.
잠시 짧은 한숨으로 긴장감을 겨우 떨쳐내고는 슬쩍 고개를 내밀었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책을 훑어보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매일같이 붙어 다니던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혜린에게 다가가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하지만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서관에서 전혀 알지도 못하는 한 사내가 뜬금없이 다가와 고백한다면 그녀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녀를 향한 진심을 알아주기는커녕 오히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는 매몰차게 돌아설 것이 뻔했다. 상상만 해도 아찔한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차라리 학과 동기라는 명목으로 친구로나마 지냈다면 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인사라도 건네고 몇 마디라도 대화를 나눴을 텐데… 작년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 무척이나 후회스러웠다.
그때 한 여학생이 낑낑대며 여러 권의 책을 들고 서가 사이를 누볐다. 마침 서가에 몸을 숨겨 고개만 내밀고 있는 현욱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가볍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여학생은 더 이상 그의 행동에 개의치 않고 현욱을 피해 막 지나가던 찰나였다.
때마침 혜린이 보던 책을 다시 서가에 꽂아두고 현욱이 있는 서가로 다가왔다. 한동안 상념에 젖어버린 나머지 갑작스런 그녀의 행동에 허둥댈 틈도 없었다. 얼른 서가 뒤로 몸을 틀었는데 하필이면 지나가던 그 여학생과 부딪혀버렸다. 그 여학생이 들고 있던 몇 권의 책들은 사정없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도서관 내의 정숙함에 책들이 떨어지는 소리는 더욱 유난스러웠다.
현욱은 얼른 허리를 숙여 그 여학생과 같이 책들을 주웠다.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현욱은 어느새 식은땀까지 흘리며 어쩔 줄 모르며 서둘러 책들을 주웠다. 너무 성급하게 줍다보니 들고 있던 책마저 떨어지기 십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했다. 그렇게 허둥대는 현욱의 모습과 좀 전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마저 생각난 나머지 그 여학생은 또 웃음이 났다. 애써 침착하려 더욱 나직하게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현욱은 겨우 떨어진 책들을 그 여학생에게 안겨주고 일어나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너무 과한 사과 탓에 그 여학생마저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받았다.
“네, 괜찮아요.”
어느새 현욱의 이마를 비롯한 관자놀이엔 식은땀이 역력했다. 대충 옷소매로 닦아냈다.
“저기… 다치신 곳은 없으시죠?”
“네, 크게 부딪힌 것도 아닌데요, 뭐…”
그제야 안심이 됐는지 현욱의 입에선 절로 긴 숨이 나왔다.
“다행이네요. 그럼… 정말 죄송합니다.”
현욱은 또 고개를 숙였다. 그 여학생 역시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그의 사과를 받았다. 현욱은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하필 발걸음한 곳이 혜린이 있는 서가였다. 마침 혜린도 그의 인기척을 느꼈고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것도 잠시 현욱은 얼른 등을 돌려버렸다. 그런데 좀 전에 부딪혔던 여학생까지 다가왔다. 혹시나 또 부딪힐세라 몸을 서가에 바짝 붙이고는 서둘러 벗어났다.
그 여학생은 느닷없이 돌아가는 현욱을 흘낏 보고는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혜린이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을 훑어보고 있는 가운데 그 여학생이 넌지시 말했다.
“혜린 선배?”
혜린은 그 여학생을 보자 반가운 기색이었다.
“어머, 미란아?”
“안녕하세요?”
미란은 두 손 가득 책을 들고서 고개까지 숙이며 인사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혜린은 얼른 몇 권의 책을 거들었다.
“무겁지 않아? 내가 좀 들어줄게.”
“고마워요, 선배.”
“대출대로 가져 갈거지? 근데 갑자기 많은 이 책들은 뭐하게?”
“리포트 때문에요. 매스미디어와 사회라는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얼마나 깐깐하시던지… 요즘 대학생들은 리포트 작성할 때 대충 인터넷에서 검색해서는 붙여넣기한다고 얼마나 까다로운 주제를 주시던지… 게다가 또 자필로 작성해서 제출하라는 거 있죠?”
“나도 작년에 수강했는데 정말 까다롭긴 까다로웠지. 그래도 학과 필수과목이니깐 어쩔 수 없잖아.”
“그러니깐 더욱 어쩔 수 없죠.”
푸념을 늘어놓은 사이 대출대로 와서는 책을 사서한테 넘겼다. 바코드를 찍어 대출받은 책들을 한 권씩 챙기는데 미란이 문득 물었다.
“참! 선배. 좀 전에 있었던 서가에서 있었던 남학생이랑 아는 사이에요?”
“누구?”
“아니, 아까 책을 들고 가는데 어떤 남학생이랑 부딪혔거든요. 근데 지금에서 생각해보니깐 그 남학생이 아마 선배를 몰래 훔쳐보다가 나랑 부딪혔고, 다시 선배가 있는 쪽으로 갔는데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되돌아가더라고요. 선배, 누군지 몰라요?”
혜린은 잠시 갸우뚱하더니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이름은 잘 모르지만… 우리 과일거야. 나랑 같은 학번일걸. 근데 그 애가 왜 날 몰래 훔쳐봐?”
“글쎄요? 설마 선배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뭐?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릴…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리고 나는…”
그때 혜린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영섭이었다.
「오늘 신입생 환영회 꼭 참석할거지? 우리 과 공주님이 빠져서는 절대 안된다고!!!^0^」
혜린은 참석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미란과 함께 책을 나누어 들고는 로비로 내려왔다.
마침 현욱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세면이라도 했는지 앞머리가 조금 젖어있었다. 대충 손으로 툴툴 털고는 도서관 정문으로 향하는데 저만치 앞서가는 혜린이 보였다. 언제나 바라보기만 했던 뒷모습이었기에 너무나 익숙했다. 갑자기 현욱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영섭의 문자메시지였다.
「혜린이도 온다니깐 저녁6시에 리플레이로 꼭 와라!!!ㅋㅋㅋ^_~」
확인을 마치고 얼른 혜린을 찾았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익숙한 뒷모습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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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선공팔 |
｜ 2008-12-19 오전 12:44:41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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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변수 - 미란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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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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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당근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