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사냥 [사진 v 2.1]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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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사냥 [사진 v 2.1]
2008-11-05 오후 1:07 조회 4640추천 12   프린트스크랩

아주 오래전 헤밍웨이의 노인과바다 를 읽고
'나도 언젠가는 저런 커다란 생선과 한번 결투를 해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낚시를 좋아해 한국에서는 붕어와 잉어 낚시를 자주 다녔고 미국에 와서는 주로 바다 낚시를 다녔다.

큰 물고기를 잡으러 가고싶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곤 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여지껏 한번도 먼바다에 나가보지 못하고 다리 아니면 해안 근처에서만 낚시를 하곤 했었다.

그러던차에 지난달 한국에서 손님들이 우리집에 오게 되었는데 마침 바다 낚시를 해보고 싶다고하여 곧바로 50 피트짜리 배를 하루 빌리기로 예약했다.  시속 50~60 km 정도로 달리는 빠른 배인데도 참치를 잡으려면 2시간이상 달려 깊은 바다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드디어 출발일.  설레이는 마음으로 새벽 2시에 일어났다.  남캘로라이나(South Carolian) 의 Oregon Inlet 이란 선착장 까지는 차로 세시간 정도 달려 가야한다.  큰아들과 손님은 다들 주무시고 나는 아무도 없는 새벽 길을 달렸다.

도착해보니 낚시배가 50여척 모여 있었는데 요즘 기름값이 하도 올라서 그런지 출항 하는 배는 반도 채 않되는듯 했다.  먼바다에 한번 나갔다 오는데 기름값만 해도 거의 칠 팔백불이 들어간다고 한다.

포인트 런너 라는 이름의 배를 찾아 가니 선장과 조수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준다.  조수는 일당이 따로 없고 그날 손님이 주는 팁으로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뭐든지 친절하게 잘 도와주었다. 

모든 낚시 장비와 미끼는 배에서 준비해 주었다.  우리는 낮에 먹을 점심만 가지고 가면 되었다. 점심은 회 쳐먹을 요량으로 밥과 함께 고추장, 와사비, 간장을 따로 챙겨갔다.

건조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보트 라서 그런지 깨끗하고 시설이 잘되어 있었다.  피곤하면 넓직한 캐빈에서 잠을 잘수동 있었고 낮에는 에어콘이 추울 정도로 잘나왔다.  그리고 두개의 커다란 엔진은 엄청난 파워로 배를 밀어 주었다.

 

아직 어두움이 깔려있는 바다를 향해 배가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다.
한시간 후면 동이 틀것이다.

어두운 밤 수많은 별을 볼때 내가 얼마나 작고 미미한 존재인지 깨닫는다.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겸손해 지지 않을수 없다.

바다 역시 나 자신을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보게하는 위엄이 있다.
사방 어디를 둘러 보아도 끝없는 망망대해가 펼쳐지면 또한번 자연의 위대함 앞에 머리를 숙일수밖에 없게 된다.

어두움이 갈라지면서 드디어 동이 트기 시작한다.  나는 신에게 그리고 바다에게 기도를 올렸다.
참치를 더도 말고 한마리만 잡게 해달라고...
그리고 오늘 나에게 잡힐 참치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불렀다. 
참치여  빨리 내게 달려 오너라...

 

한시간쯤 넘게 달린후 선장이 배를 멈추었다. 
참치를 잡지 못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먼저 잡기 쉬운 생선부터 낚시를 시작 했다.
소위 말하는 bottom fishing 이라고 바다 바닥에 사는 생선을 잡는것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우럭 낚시 하던것이 생각났다.
Tile fish 라는 이름의 생선인데 잡는 재미는 별로 없지만 맛있는 생선이라고 한다.
진짜 잡아서 회를 먹어보니 쫄깃 쫄깃 한것이 우럭과 광어 맛이 나는게 일품이었다.
집에와서 매운탕을 끓이니 기름이 얼마나 많이 나오던지... 매운탕감으로도 기가 막히게 좋은 생선이었다.

바다가 깊어서 한 70 여미터 낚시줄을 내려야 했다.
1 ~ 2 Kg 정도의 물고기가 한꺼번에 서너마리씩 올라오기도 하는데 이건 완전히 노동중에서도 중노동이었다.
생선은 회색과 함께 하얀 은빛색채를 띠고 있었다.  

삽십여분 만에 삼십여마리가 잡혔다. 이것만 해도 가져온 큰 아이스박스 두통에 차고 넘칠것 같았다.
나는 선장에게 이건 고만하고 가자고 했더니 아쉬워 하는 표정이다.  정말 이것만 잡아도 충분하겠냐고...

 

타일 생선 (Tile fish)

 

그다음에는 마히마히 라고 하는 생선을 잡으러 갔는데 이곳 사람들은 돌핀 이라고도 불렀다.  이생선은 바다 위에 트롤링을 해서 잡는데 색상이 무척 아름다웠다.  노란색에서 부터 초록, 파란색등 햇빛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데 마치 열대어 처럼 아름다운 색상이었다.  대체로 2 kg 에서  5 kg 정도였지만 힘이 장사여서 잡는맛은 훌륭했다.

마히마히의 맛은 앞서잡은 타일피시와는 정반대로 담백하고 살도 붉은 색이었다.  미국식당에서는 이생선을 주로 스테이크 처럼 구워주는데 우리 입맛에는 약간 빡빡한 느낌이 든다.

마히마히 역시 한시간 정도 낚시하고 나니 열댓마리를 잡았다.  나는 또 선장에게 이제 되었으니 참치 낚시를 하러 가자고 재촉했다.  선장은 또다시 아쉬워 하는 눈치이다.   만에 하나 참치를 못잡을 경우 이생선들이라도 많이 잡아야 체면이 서기 떄문인듯 했다. 

(아름다운 색상의 마히마히)

 

출항해서 참치를 잡는경우는 3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마린 이라는 생선을 잡을 확율은 10% 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린 marlin 이라고 하는 생선은 낚시에 걸리면 물위로 몇미터나  튀어오르는   모든 바다 트롤링 낚시꾼들의 꿈의 대상)

 

드디어 참치 낚시가 시작되었다.  낚시 줄이 서로 걸리지 않고 최대한 넓은 지역을 트롤링하기위해  배 양쪽의 커다란 알루미늄 파이프가 펼쳐졌다.   배는 천천히 이동을 하면서 꽁치처럼 생긴 와후라는 생선을 미끼로 달아 여섯대의 낚시가 펼쳐졌다. 

이제는 기다림이다.  낚시는 우리에게 기다림의 미덕을 가르쳐 준다.

정오가 지나면서 9월의 햇쌀은 따가워 지기 시작한다.  조수는 가끔씩 미끼를 확인하고 새로운 미끼로 갈아 끼운다.

그러나 몇시간을 트롤링 하고 다녀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 차라리 타일피시 하고 마히마히나 더 잡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아니야, 그래도 참치를 잡으러 왔으면 참치에 도전을 해야지...'

 

그때 수백마리도 넘는 돌고래떼가 나타났다.
선장에게  "와 이렇게 많은 돌고래는 처음 본다고" 했더니 선장이 웃으면서
이건 돌고래 가 아니고 Pilot whale 이라는 고래 란다. 
정말 자세히 보니 어떤것은 돌고래 보다 두 세배는 컸고 머리가 훨씬 두툼했다.

수많은 고래들이 평화롭게 수영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본것 만으로도 요번 낚시여행은 충분히 본전을 뽑은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선장은 파일롯 고래를 만난것은 좋은 징조 라면서 수백 아니 수천마리의 고래들이 수영하는 사이를 크게 원을 그리며 트롤링을 계속했다.  이 고래들은 바다속의 오징어 떼를 잡아먹는데 그때 참치들도 자주 같이 나타난다고 한다.

바로 그떄 낚시대 하나에서 "찌 ~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낚시대가 휘청하고 휘었다.
선장이 소리를 지르자 조수가 잽사계 낚시대를 잡는다.
"Yes, it's a tuna !" 

조수가 나에게 낚시대를 넘겨 주었다.
와 !  낚시대를 받는순간 참치의  엄청난 힘에 압도 되었다.
가슴이 뛰기 시작하면서 내몸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것이 느껴졌다. 
배둘레에 낚시대를 받칠수있는 두툼한 벨트를 메고 낚시대를 얹은후 조금씩 줄을 감기 시작했다.
조금 감고나면 또 조금 풀려나가고... 10 여분간 사투를 벌였으나 아직 반도 끌어 당기지 못했다.

 

힘이 들기도 했지만 이 맛을 나혼자 보는게 미안해 낚시대를 아들에게 넘겼다.
열아홉살의 한창 힘좋고 건장한 녀석이 자신 만만하게 낚시대를 받았지만 아들녀석 역시 참치의 몸부림과 싸우느라 이를 악물고 고전을 하며 조금씩 끌어 올렸다.
삼십여분간의 전투끝에 드디어 참치를 커다란 갈쿠리로 찍어서 배위로 올렸다.

 

아, 참으로 아름다운 생선이다.  이처럼 단단하고 통통한 생선은 처음 본다.

새벽 나의 부름에 응해준 참치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나를 위해 죽어주어 미안하다고 사과 했다.
그리고 신에게도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한시간후 한마리가 더 걸렸다.  요번엔 조카가 낚시대를 잡았으나 좀 급하게 잡아당기면서 힘 조절을 잘 못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한마리면 족했다.  온가족, 아니 동네 사람들 여럿에게 나눠 주고도 한달은 족히 먹을 양이 나왔으니...

 

<하루 노동의 댓가>

 

어쨌든 요번 낚시로 죽기 전에 해야할 리스트 목록 중 하나를 지울수 있었다.

흠, 요다음 도전목록은...  사하라 사막을 낙타로 여행하는 것인데...  글쎄 언제가 될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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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역 |  2008-11-05 오후 3:40:2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야아~~~ !!!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바다낚시를 무척 좋아해 참돔, 돌돔 났시는 많이 해봤지만 참치낚
시는 해외 원정을 해야하기때문 한번도 못해보고 꿈에 그리고만 있습니다.
축하합니다. ^*^  
술익는향기 아 태평님도 낚시를 좋아 하시는군요. 그래도 생선맛은 역시 돌돔이 최고인듯 합니다. 언제 한번 오시면 같이 나가 보시죠. 이곳은 11월 12월이 참치낚시 피크시즌이라고 합니다.
당근돼지 |  2008-11-05 오후 4:33:3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낚시라곤 고작 덕소에서 견지 낚시 한번 해본 경험뿐이 없어서
그토록 커다란 참치를 올리 셨다니.........축하 드립니다.
 
술익는향기 낚시의 참맛은 대낙으로 하는 붕어 낚시가 일품인듯 합니다. 릴 낙시에 비교할수 없는 세미한 손맛 !
iwtbf |  2008-11-05 오후 4:36: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도 참치처럼 생생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술익는향기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생생한 회 한접시 같이 드셨으면 좋았을 텐데...
팔공선달 |  2008-11-06 오전 6:48: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마지막 사진을 보니 혹 수산시장에서...^^:

부러버라...

바다를 인연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며 사는인생에 박수.짝짝짝...>>>  
술익는향기 |  2008-11-06 오전 7:13:5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ㅎ 마죠 마죠... 사실 수산시장보다 더 좋은곳임. 이곳에서 잡은 생선을 일군들이 돈받고 살코기만 도려내 주는데 그좋은 머리와 살이 잔뜩 붙은 생선뼈들을 모조리 버리더군요. 이곳에 아이스박스만 가지고 가면 싱싱한 생선을 공짜로 무제한 얻을수 있음.  
youngpan |  2008-11-06 오후 7:08:2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ㅎ 대단하십니다..뜻을 이루어간다~~ 그것도 나름 좋죠.. 사막횡단..방랑자 기질이 있으신듯 합니다..기객묘식 이었습니다.  
선비만석 |  2008-11-07 오후 4:00: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허거걱~~~~참치 묵고 싶다.......택배로....^^*  
AKARI |  2008-11-29 오전 8:59:5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하느님께서 님의 간절한 기도에 미소를 지으셨네요..
사하라사막의 낙타..꼭 이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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