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란 맥주병이 점점 식구를 불려옵니다.
하나, 둘, 셋······ 열하나.
투명한 맥주잔에 하염없이 맥주를 들이키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청명한 달이 산꼭대기에 걸릴 때까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서없는 얘기가 한참을 오가고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른다고 느낄 때 쯤,
조용히 밖으로 나가 주차장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봤습니다.
기분이 매우 좋거나, 기분이 매우 나쁠 때,
이렇게 하늘을 보곤 합니다.
별이 나를 향해 쏟아질 것만 같은 그 황홀한 느낌,
하늘과 정면으로 맞닿은 그 행복함은 나를 한없이 설레게 합니다.
그리고 하늘을 훨훨 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이쪽 별에서, 저쪽 별으로.
이곳저곳,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러 갑니다.
그날 밤,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는 계속 됐습니다.
모두들 기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
다음 날 아침,
모두들 부스스한 모습으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사진기로 찰칵 찰칵 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꾸밈없는 그 모습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과음한 탓에 속이 매우 안 좋았지만, 여하튼 기분은 좋았습니다.
*
산행은 적당히 힘든 코스였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훨훨 날라 다녔을 텐데, 잠 부족에 과음에- 뭐 몸상태가 영 꽝입니다.
유창혁 사범님께 “컨디션 괜찮으세요?” 인사를 건네니,
“아니, 안 좋은데.” 하시며 웃어주십니다.
이창호 사범님은 괜찮다고 말씀하시는데 보기가 약간 안쓰러웠습니다(?).
▲바둑TV 김영곤 MC님(왼쪽), 이창호 사범님과 함께 찰칵. 하필 이 순간 눈을 감아 버리셔서..
중간지점부터는 유창혁 사범님을 비롯한 몇몇 멤버들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이창호 사범님, 조대현 사범님, 빈삼각묘님, 함께 산을 오른 등산객들은 쉬엄쉬엄 산을 올랐지요.
같이 산을 오른 선글라스 낀 아주머니 두 분이 매우 기억에 남습니다.
이창호 사범님이 연신 땀을 훔쳐내자, 준비해온 깨끗한 손수건을 건네주셨지요.
휴식을 취할 때마다 과일과 초콜릿을 손에 쥐어 주셨고요.
그러고 보니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네요.
산을 오르며 처음 뵌 분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배웠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줄 수 있고, 또 누구에게나 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
산 중턱에서, 이창호 사범님께 무리한 부탁(?)을 했습니다.
v^-^ <-이 포즈를 취해 달라고 징징거렸지요.
“살려줘.”라고 말씀하시며 애원하는 표정을 짓는 이창호 사범님께,
“제발요, 딱 한 번 만요.” 라고 말하며 온갖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습니다.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만 이창호 사범님,
오색단풍이 곱게 물든 태백산 전경을 뒤로 하고 어설픈 브이 포즈를 취해보였습니다.
이 사진은, 비록 잘 찍지는 못했지만,
기자생활 4개월 반 만에 얻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창호 사범님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이 한 장의 사진은,
제 기억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