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이 뽑는 BEST 5 [한국 느와르편]

다들 아시겠습니다만 느와르(NOIR)는 불어로 검은,또는 어두운이란 뜻입니다.

즉 느와르영화라 함은 암흑가스토리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 싶습니다.

일각에서는 Film Noir라 칭하며 마치 한 사조인양 느와르영화의 계보까지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각설하고 저는 이글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하고 잠시 고민 아닌 고민을 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본 박노식 주연의 용팔이 시리즈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아님 최근의 화제작   친구는 어떨까?

담배 한대의 사념에 잠겨 있다가 결국은 적당한 선에서 절충을 봤습니다.

자 그럼 들어갑니다.


1.장군의 아들

감독: 임권택
주연: 박상민,이일재
개봉: 1990년 단성사

장군의 아들은 伯坡 홍성유가 조선일보에 연재한 동명의 소설을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 했었습니다.

백파는 “비극은 없다”, ”장군의 아들”등을 쓴 작가입니다만 사실은 식도락가로 더 알려진 분입니다.  “월간문학” “주간조선”등 여러 지면에 식도락 기행을 연재해 국내에서는 그 방면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죠.

신문연재 소설을 즐겨 읽었던 저는 장군의 아들 이후 신문연재 소설은 읽지 않았나 봅니다.

그 즈음이 제가 사회생활이 바빠진 시기와 일치하기도 하구요.

다 들 아시다시피 임감독은 이 영화에서 주연인 김두한 역에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신인 박상민을  쓰고, 당시만 해도 그리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이일재를 쓰는 모험을 단행합니다.

그러고도 90년 한국영화 최대관객인 68만명을 동원하는 빅히트를 기록한 걸 보고, 저는 역시 영화는 감독의 비중이 절대적인 분야라는 생각을 또 한번 하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후일 3편까지 시리즈로 나올 만큼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1편에선 우미관을 중심으로 한 종로를 쟁탈하기 위한 김두한 對 일본 야쿠자의 대결이 펼쳐 졌었습니다.


우미관에 대한 단상 하나

제가 대학 2학년때 저는 종로 주먹파들의 역사의 현장을 살펴봐야 된다며, 얌전하기 그지없는 K를 꼬여 종로 2가 뒷골목에 있는 우미관을 갔었습니다.

극장식 주점으로 2층으로 되어 있었던 우미관에 당시 다 들 들고 다니던 대학생 가방을 든 저와 K가 들어서자 30-40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의아한 듯 쳐다 보시던게 기억에 남는군요

짧은 치마 무희들의 캉캉춤, 촌스런 코메디 공연을 보고 인당 3,000원인가 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 그리운 얘깁니다.


2.게임의 법칙

감독: 장현수
주연: 박중훈,이경영,오연수
개봉: 1994년 명보극장

장현수 감독은 “겨울나그네”로 유명한 곽지균감독의 조감독을 하다가 “걸어서 하늘까지”로 감독데뷔를 한 후 역작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냅니다.

극사실주의를 표방하는 장감독의 작품답게 현대 조폭사회의 비정함을 과장없이 그려나갔었습니다.

평소 과장된 코믹연기가 많은 박중훈은 이 작품에선 조폭 똘마니가 되어 인생을 한번 끼갈나게 살아 보겠다는 용대역에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비추어졌었습니다.

외려 사깃꾼 만수역의 이경영의 후반부 연기가 다소 억지스런 면이 보이기도 했었습니다만…….


이 영화의 라스트씬은 특히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잠시 그 속으로 들어가 보죠.

조폭두목 유광천의 똘마니가 된 용대(박중훈)가 유광천의 사주를 받아 김검사를 암살한 후 공중전화에서 태숙(오연수분)에게 전화를 겁니다.

유광천이 용대가 김검사를 암살하면 외국에서 잘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용대는 태숙에게 “내가 해냈어! 이제는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고 흥분해서 전화기에 대고 큰소리를 칩니다.

바로 그 때 유광천이 보낸 또 다른 똘마니가 박중훈의 얼굴에 총을 쏩니다.

마치 프랑스 영화처럼 허무한 그러나 여운이 남는 결말이었습니다.


3.NO.3

감독: 송능한
주연: 한석규,이미연,최민수,송강호,박상면
개봉: 1997년 서울극장

이 영화는 송능한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적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신인감독의 작품을 보고 차기작을 손꼽아 기다린 감독이 두사람 있는데 바로 송능한 감독과 곽지균 감독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감독의 차기작이 다 제 기대에는 못미쳤구요.

물론 “세기말” 이나 “두여자의 집”이 졸작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다시 넘버 3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그야말로 지지리도 못난 3류인생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한석규가 주연이라고는 하나 조필역의 송강호는 물론이고 재떨이역의 박상면, 3류시인 랭보역의 박광정, 욕쟁이검사 마동팔역의 최민식등이 그야말로 적재적소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연극배우 출신인 송강호를 단역에서 벗어나게 만들어 준 영화가 바로 이 영화라는 건 말 할 필요도 없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이 영화의 실험적인 기법 즉 한자숙어가 활자화되어서 나오는 장면도 재미있었습니다.

여하튼 이 영화는 발상의 기발함과 허를 찌르는 웃음이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4.초록 물고기

감독: 이창동
주연: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개봉: 1997년 서울극장

이창동감독은 소설가 출신으로 성공한 영화감독입니다.

박하사탕의 빅히트후 그를 소설가로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마치 영화를 하기위해 소설이라는 바탕을 닦아 나온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초록물고기는 박하사탕과 마찬가지로 이감독이 쓴 시나리오가 워낙 탄탄해 영화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듯이 자연스런 의미전달이 되어 오더군요.

여기서는 단연 한석규의 열연이 돋보였습니다.

화장실에서 문으로 자신의 손을 찧는 연기는 흉내만 내는게 아니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상처가 날 정도로 세게 부딪히는가 하면 조폭두목 배태곤(문성근분)의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 승용차 유리에 얼굴을 부비는 장면등은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더군요.

또 하나 여기서도 공중전화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배태곤의 명에 따라 살인을 한 태주(한석규분)가 지체장애자인 형에게 공중전화를 걸어 울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살인을 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 박하사탕에서처럼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인생 실패자의 덧없는 희망을 잘 나타낸 명장면이 아니었나 합니다.


사족으로 이 영화에서는 단역으로 나오는 송강호를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콧수염 기른 조폭 똘마니로 나오는데 그가 명연기자는 분명한 것이 단역이지만 그 역할에 아주 잘 어울린 연기를 보여줍니다.

못 보신 분들은 비디오 가게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을 이 영화를 꼭 찾아 보시길.


5.비트

감독: 김성수
주연: 정우성, 고소영, 유오성, 임창정
개봉: 1997년 서울극장

비트는 그야말로 무명의 정우성을 단연 인기배우로 만든 영화였습니다.

사견입니다만 연기 그 자체보다는 잘 생긴 외모덕을 많이 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연기파 유오성은 외려 평범한 연기를 보여 주는데 그쳤고, 임창정이 꾼으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받게 되죠.

이 영화는 희망없는 젊은세대의 고뇌와 좌절을 적절한 폭력과 잘 버무려 나름대로 흥행에 성공을 한 영화입니다.

년배가 비슷한 제 회사 동료 하나는 이 영화를 서슴없이 한국 느와르 최고작으로 꼽고 있습디다만 제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제 의견은 괜찮은 영화였다는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고소영은 여기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진 못합니다.

고소영이 전도연,심은하에 비해 별 히트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의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글쎄요 역시 외모 때문인가요?


저는 한때 제 PC Wall Paper로 고소영 사진을 쓰다가 무서븐 와이프에게서 뿐만 아니라 딸내미 한테서도 심한 비난을 받고 결국은 풍경화로 바꿀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딸내미 왈

“아~빠~ 아빠는 이 여자가 엄마보다 더 좋아?”

추가글) 지난 번 올린 글에 대해서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제가 올린 글 대로만 해석해 주시길 바랐습니다만 일파만파로 확대된 점 

            은 저로서도 유감입니다. 여하간 분란의 중심에 선 사람으로서 독자분들 

            과 오로 관계자 분들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