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잡설로 시작해 온 연재도 이제 꽤 진행이 되었네요.

글솜씨도 부족하고 별 재미있는 얘기도 아니라 당연히 반응이......
여하간 나작의 연재글 중 가장 졸작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사무치게 휘감아 도는 햇볕 좋은 오후입니다.

이글은 제 평범한 생의 추억을 모아 놓은 것으로 제게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만 게시판에 연재하기엔 제 스스로도 부끄러움이 적지 않네요.

각설하고 오늘은 제게는 사연이 담긴 노래들을 모아보았습니다


1.서유석의 [싫어요]

대구근교에는 동화사라는 명찰이 있습니다.

저는 독실한 불교신자인 어머님을 따라 곧잘 동화사에 따라가곤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차가 없던 시절이라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장시간 가야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어머님이 사주시는 기가 막힌 촌두부 맛에 매료된 저는 어머님을 따라 나서는 걸 조금도 주저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중학교시절 어느 가을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어머님을 따라 동화사에 가서 스님을 만나고 계신 어머님을 기다리며 저는 인근 냇가에서 놀고 있었죠

혼자서 물장구를 치면서 놀고 있는데 어디선가 노래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닙니까?

“아이러브 유~~. 유~ 러브미 그런 말씀 마세요~~”

생전처음 들어보는 노랫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여고생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머리엔 이름모를 꽃을 꽂은 채 산위에서 내려오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닙니까?

단풍이 발갛게 물든 산, 잔잔한 시냇물 소리에 어울려 그 소녀의 노래는 제게 깊이 각인되게 되었죠.

하지만 노래제목도 모르는 저는 그 노래를 그 이후로 전혀 듣지 못했고 제 기억에서도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그 노래는 한참후인 대학 신입생 환영회때 오리엔테이션에서 소개받고 나온 응원단장이 저희 신입생들 앞에서 불렀고, 그게 제가 서유석의 “싫어요”를 알게 된 계기자 지금껏 즐겨드는 노래로 자리매김하는 시발이 되었습니다.


2. 라스트포인트의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라스트 포인트는 원용석이 리더였고 79년 제2회 TBC 대학가요제에 소월시를 가사로 한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를 들고 나와 대중에 알려졌죠.

음악성이 뛰어난 리더 원용석은 후일 파라독스라는 그룹을 이끌기도 했었는데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데는 실패하게 됩니다.

저는 이노래를 대학 2학년때 강촌으로 MT가서 처음 듣게 됩니다.

그런자리가 늘상 그렇듯이 장기자랑 순서가 이어졌고 키가 큰 L이 앞으로 나가더니 바로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금은 모 외국보험사에 국장인가로 있는 이 친구 훤칠한 키에 샤우트 창법으로 당시 최신곡을 불러재끼자 과 여학생들은(들이래봤자 2명밖에는 안되었지만)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L을 쳐다보고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시샘어린 눈길로 L을 째려보고 있었습니다.

음치인 저는 MT갔다와서 그 노래를 배우느라 꽤나 힘들었었습니다.

후일 L은 결혼 후 제가 사는 아파트 위층으로 이사와서 한동안 한동네 사람이 되기도 했었죠


3.한대수의 [물좀주소]

한대수는 양병집과 함께 우리나라 포크송의 시조격인 가수였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가 내는 노래들은 족족 금지곡의 반열에 올랐고 그는 결국 70년대 후반 이 나라를 등지게 됩니다.

각설하고 그의 “물좀주소”도 역시 금지곡이었습니다.

그의 음반을 구할 수 없었던 그 시절

저는 대학 1학년때 이 노래가 실린 한대수음반을 신촌 독수리다방옆 음악사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첩보를 기어이 입수해 내고야 맙니다.

그 당시 일반 LP값의 두배 정도인 5,000원에 구입하고서도 무척 기뻐했었죠.

지금껏 잘 모셔두고 가끔씩 듣는 음반입니다.



4.권진경의 [강변연가]

권진경은 산울림이 해체되고 난 후 김창완이 이끌었던 “꾸러기들”의 멤버였습니다.

지금은 가수로 일가를 이룬 최성수,임지훈도 꾸러기의 멤버였었죠.

저는 이 노래를 군바리 일병때 고참들이 없는 사무실에서 입대동기와 처음 들었습니다.

무어 하나 희망이라곤 찾을 수 없었던 그 시절

권진경의 강변연가는 제게 절절하게 와 닿았고 군시절을 떠올릴 때 저는 이 노래가 동시에 떠 오르곤 한답니다.


지금은 다 아련한 추억속의 얘기가 되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5.사랑과 평화의 [장미]

제게는 20년이 넘게 친구로 지내 온 녀석들 몇몇이 있습니다.

제가 결혼하기 직전

이 친구들 몇몇이 제가 살고 있던 아파트로 놀러 왔었습니다.

당연히 술판이 벌어졌고 너나할것없이 취한 우리들

급기야 가무에 돌입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사랑과 평화의 “장미”를 부르기 시작했고 곧이어 합창으로 변하게 되었죠.


그 시간이 대걔 새벽 1시즈음

우리는 그후 장장 5시간을 오직 “장미” 노래 한곡만 합창하면서 한마디로 지랄발광을 해대었습니다.

요즘도 어쩌다 단란주점이라도 가게 되면 벌어지는 “탁자위 올라가기” 는 아마도 이 때가 그 시발점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