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이 뽑는 BEST 5 (국내영화편)



이번에는 국내영화편입니다


1.바보들의 행진

감독: 하길종

주연: 이영옥 윤문섭 하재영

개봉: 1975년 국도극장

바보들의 행진은 고 하길종감독 작품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었

습니다.

하길종 감독은 배우 하명중의 친형이기도 하구요. 현재 대가로 추앙받는

조지루카스감독과 동문수학한 한국영화의 기대주였습니다만 30대의 나이

로 요절하여 세인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바보들의 행진은 몇가지 점에서 상당히 특이한 점을 지녔는데 주연여우로

는 당시 인기배우인 이영옥이 기용됐습니다만 주연 남자배우는 연기경험이

없는 대학생들을 기용했다는 겁니다

그 대학생중 하재영은 현재까지도 배우겸 탤런트로 활동하고 있죠

또 영화중 막걸리 시합장면에서는 당시 인기 코메디언인 땅딸이 이기동이

심사위원으로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돋보였던 점은 탁월한 영화음악이었습니다

송창식의 대표곡인 왜불러,고래사냥,날이 갈수록등이 장면장면 삽입되어 영

화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켰습니다

지금처럼 OST음반 출반이 활발하지 않던 그 시절 저는 영화음악을 녹음하

기 위해 당시 대부분의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던 4X6배판 크기만한 내셔날

검정색 휴대용 녹음기를 영화관에 가져가 영화 시작전 무대 맨앞에 올려 놓

고 영화 전체를 녹음한 후 가져와서 들었던 추억이 있는 영화입니다


2. 겨울 여자

감독: 김호선

주연: 신성일, 장미희

개봉: 1977년 단성사

겨울여자는 77년 방화흥행기록(60만)을 세운 작품입니다.

신성일이야 말할것도 없는 최고의 배우였고 장미희는 당시 세칭 뜨는 배우

였었죠.

저는 겨울여자를 고교시절 지금은 포항에서 정형외과 개업의로 있는 친구

와 수업을 땡땡이치고 지금은 없어진 대구 남산동 대도극장에서 보았습니

다

그 때는 수업중에도 학생과장 선생님이 간혹 인근 극장을 검열하곤 하던 때

라 잔뜩 긴장한 채로 본 기억이 납니다

영화를 보던 도중 장미희에 온통 매료된 나는 영화 끝장면에서 장미희가 걸

어오는 장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자 영화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 틈바구

니에서 열심히 고개를 뒤로 돌리곤 했었습니다

이렇게 나를 매료시켰던 장미희를 그후 10여년이 지난 80년대말 신입사원

시절에 눈앞에서 마주치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돌아 가셨을때 이태원 본가에서 방명록 접수대를 담

당하고 있던 저는 장미희가 저 앞에서 저를 향해 걸어 오고 있는 걸 보고 아

득한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여기저기서 후래쉬가 터지는 가운데 펜을 들어서 주는 제 손은 부들부들 떨

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이병철회장 장례식에 장미희가 왜 왔지?


3. 별들의 고향

감독: 이장호

주연: 신성일, 안인숙

개봉: 1974년 국도극장

이 작품도 역시 그 당시 붐을 반영하여 당대 최고 인기작가인 최인호의 인

기소설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참고로 바보들의 행진 역시 최인호 소설이

고 겨울여자는 조해일의 작품이었죠

최인호는 70~80년대 영화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당대 최고의 소설가

로 그의 작품이 영화화 된 것만해도 두자리 숫자에 이릅니다. 고교2년때 신

춘문예에 당선되었고 신춘문예 응모시 당선소감과 사진을 같이 보낸 것으

로도 유명하죠

이 영화는 그 당시 드물게 OST음반이 출반되었는데 그 음반엔 유명한 코메

디 소재인 영화대사가 그대로 실려 있었습니다

"무슨 대사냐구요?"


"경아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아울러 그 음반엔 이장희 불후의 명곡 "한소녀가 울고있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실려 있고 모두들 의아하게 생각하는 청아한 목소리의 윤

시내가 부른 "열아홉살이에요"가 실려 있습니다. 그 후 서울 가요제인가에

나와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공연히"란 노래를 불렀으며 "열애"로 대중에 알

려진 윤시내는 모두들 탁음의 소유자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 당시만 해도 아

주 맑은 목소리를 가진 예쁜 여가수였습니다

최인호 소설 "별들의 고향" 도입부에서 여주인공 경아는 껌을 씹다가 벽,

책상등 아무데나 붙여 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씹는 장면이 그려지는데

지금 처음 들으시는 분들께는 생소한 얘기일수도 있겠군요

저도 그랬었습니다

최인호와 서울고 동창생인 이장호가 이 영화의 감독을 맡기 위해 돈을 싸들

고 최인호의 집을 방문했다는 일화는 유명했었습니다

이장호는 이 영화로 일약 유명해졌으나 이후 대마초 사건으로 오랜기간 잠

수를 하게 되죠

이 영화는 제가 중학교때 양말공장 사장 딸이었던 교생선생님과 같이 보았

었습니다.

영화를 보던 도중 교생선생님은 감탄한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리더군요

"아 신성일은 걷는 것도 멋있어 어쩜!"


4. 바람불어 좋은 날

감독: 이장호

주연: 안성기, 유지인

개봉: 1980년 명보극장

대마초사건으로 일선에서 물러나온 이장호는 1980년에 안성기의 성인영

화 데뷔작이자 최근 타계한 김성찬씨가 나온 "바람불어 좋은 날"로 다시 무

대 전면에 서게 되죠

OST는 투코리안스에서 솔로로 독립한 김도향이 불렀는데 노래가 상당히

좋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연여우는 신트로이카중 일원인 유지인이 나와서 부잣집 딸의 매력을 한

껏 발휘했었고 안성기는 말을 더듬는 중국집 종업원으로 나와서 열연했습

니다

이 영화는 서울로 유학 온 제가 맨처음 본 영화로 명보극장에서 개봉했었습

니다.

아직 까까머리 고등학생의 티를 채 벗지 못한 채 여자친구가 없어 누나와

같이 봤었습니다

김성찬씨의 명복을 빕니다


5. 꼬방동네 사람들

감독: 배창호

주연: 안성기 , 김보연

개봉: 1982년 푸른극장

꼬방동네 사람들은 이동철의 자전소설을 영화화한 배창호 감독의 데뷔작이

었습니다.

배창호는 현대종합상사에 다니다 이장호의 조감독을 거쳐 감독으로 데뷔

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었습니다.

김보연이 외팔이 검은장갑의 여인으로 열연했고 후덕한 이미지의 최불암

이 이 영화에서는 강남개발 붐을 탄 졸부로 나와 이발소에서 면도사를 희롱

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영화에서 지금은 대가가 된 김영동이 영화음악을 맡아 "어디로 갈꺼

나"를 삽입시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었구요

이 영화는 당시 군사정권이 국민들의 관심을 돌려놓기 위해 다소 완화시킨

성개방풍조에 힘입은 호스테스영화의 맥을 끊은 수작이었습니다

제가 본 영화중 원작보다 뛰어난 유일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당시 몇안되는 과후배 여학생중 한명이랑 같이 보았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져 전 나갈려고 일어섰습니다

그때 후배가 다급히 얘기하더군요

"형 잠깐만요"

전 무심히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눈이 새빨개진채 애써 울음을 감추고

있는 후배로만 보았던 예쁜 여자애가 앉아 있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