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야기 [그 세번째]
우수도 지나 이제 날이 많이 풀린 듯 합니다.
오늘은 다 들 아시다시피 정월대보름입니다.
평화로운 저녁시간 맞이하시고 달맞이 잘 하시길 빕니다.
바둑이야기 세번째 들어갑니다.
<과연 어떻게 해야 바둑을 잘 둘 수 있나?>
1.큰 곳과 급한 곳
바둑 수 한 수 한 수가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이 이의를 다실 분은 없을 겁니다..
처음 포석단계에서 한 수의 가치는 20~30집에 이릅니다. 하지만 바둑판에 돌이
늘어날수록 한 수의 가치는 15집, 10집, 5집, 급기야 한집단위로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심지어 대마가 몰릴 경우 자기 집안에 돌을 두어 두 집을 내고 살아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한 수의 가치는 마이너스라고 보아야 할까요?
물론 그건 아닙니다.
만일 그 수를 안 두어 그 대마가 죽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즉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기회비용 개념으로 보면 자기 집에 두어 대마를 살린 그 한 수의 가치는 대마의
크기에 따라 70~80집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원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둑 수는 그 한 수 한 수가 효율적이어야 하나 반드시 급한 곳이 큰 곳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좋은 수는 과연 어떤 수인가?
이 연재가 조금 어렵다고 느끼실 분들을 위해 객관식 문제를 하나 내어 보겠습니다.
일단 문제가 객관식이면 찍어 볼 수라도 있으니 18급분들도 한번씩 맞추어 보세요.
문) 과연 어떤 수가 좋은 수 인가?
①효율을 극대화 하는 수
②이기는 보장을 주는 수
③기분을 내는 수
정답은 단 반집을 이기더라도 이기는데 보장을 주는 수입니다.
1번의 효율을 극대화 하는 수가 왜 정답이 아니냐는 분들에게는 조금 설명이 필요할
듯 하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효율적인 수로 두어 나갈 수 있다면 물론 1번이 정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신이 아닙니다.
최대의 효율만 쫒다 보면 바둑이 위태로워 질 수도 있습니다.
즉 이창호가 대마를 잡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잡으러 가지 않는 경우가 바로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행여 대마를 잡으러 갔다가 까닥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다 이겨 놓은 바둑을 놓칠 수도 있다는 이창호의 냉엄한 형세판단이 그에게 "효율적인 수"가 아닌 "이기는 수"를 선택하게끔 만드는 것을 우리는 누차 보아 왔습니다.
저는 하급자 분들이 흔히 "뻔히 수가 없는 자리에 가일 수를 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라며 자기 혼자만의 수읽기로 가일수를 하지 않았다가 한 순간에 천둥소리가 나며 일껀 만들어 놓은 집이 다 깨어져 불계로 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가일수를 하십시오. 바둑이 많이 이겨 있고 종반전에 이르렀다면 무조건 미심쩍은 곳에는 가일수를 해야 합니다.
가일수를 하는 것은 자존심을 상하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아집으로 가일수를 하지 않아 바둑이 패했을 때 바로 그때 자존심이 상하는 것입니다.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일수를 하십시오.
"예끼! 여보슈 부자 몸조심도 좋지만 그렇게 조금 조금씩 물러나다가 역전패하는 바둑은 그 얼마나 많냐구? 공격이 최선의 방어 아냐? 당신 너무 소극적인 거 아냐"
하시는 분
물론 일부분 맞는 말씀입니다.
박빙의 바둑이거나 지고 있는 바둑에서 가일수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확실히 이겨있는 바둑은 가일수를 통해서 승리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통상 확실히 이겨 있는 바둑은 초중급자의 경우 15집 이상 유리한 바둑을 말합니다.
약 10년전 제가 맨 처음 프로기사와 바둑을 두었을 때였습니다.
모3단과의 4점대국이 거의 종반에 이르렀을 무렵.
제가 계가를 해보니 약 20집정도 제가 유리하더군요.
그런데 그때 프로의 대마가 두 집이 나지 않았었습니다.
저는 무난히 그냥 살려주고 계가로 가면 무조건 제가 이기는 것으로 봤습니다만 당시 저에게 괜한 객기가 일어나더군요.
"아 프로대마는 죽지 않은지 한번 보자구. 프로라도 두 집 안 나면 죽는 거 아냐?
그냥 평범히 이기기 보단 프로대마를 한번 잡아 보자"
저는 건방지게도 프로의 대마를 몰살시켜 버릴 작정을 했습니다.
거의 잡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묘한 곳에서 수가 나 결국 저의 보가가 다 깨어지는 바람에 불계로 돌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복기하는 자리에서 프로는 제가 잡으러 왔던 그 시점에서 그냥 살려 주고 계가로 갔으면 제가 이겼을 것이라며 그 시점에서 제가 약 10집정도 유리했다고 얘기하더군요.
역시 프로는 무서웠습니다.
저는 그 시점에서 약 20집정도 유리한 것으로 보았습니다만 기실 약 10집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니.....
그때 이후로 저는 결코 이겨 있는 바둑을 객기를 부려 일껏 잡은 승세를 놓쳐 버리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3. 모르는 수는 두지 마라.
바둑이 늘기 위해서는 이런 저런 수를 두어 보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상수와의 대국에서 자신이 잘 모르는 정석을 둘 경우 백이면 백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반드시 본인이 아는 수만 두십시오.
미지의 세계, 그 아득한 경계에 대한 호기심은 잠시 접어 두십시오.
본인의 호기심이 넘쳐날 때 그때는 그 정석을 그 수순을 공부하십시오.
그래서 그 수에 대해 완벽히 알게 될 때 그 수를 실전에서 쓰십시오.
흔히 인간사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며 자신이 잘 모르는 영역의 사업에 손을 댔다가 집안 말아먹는 분들 수 없이 보아 오셨을 겝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바둑판을 말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아는 수만 두어야 합니다.
후기) 저의 보잘것 없는 글에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다음편은 바둑 1급이 되는 법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많이 기대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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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소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