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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등지고 요란記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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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담뱃갑
2007-05-17 오전 8:50 조회 12946추천 11   프린트스크랩
 


“다리를 왜 떨어?”

내 옆을 지나는 사람마다 한마디씩 하는 것이 왜 다리를 떨고 있냐는 핀잔이다.

요즘 사무실에서 스스로 생각해도 지나치게 다리를 많이 떤다. 어릴때부터 다리를 떨었으니 벌써 다리를 떨어온지도 수십년이나 되었다. 어린시절 덩치가 큰 탓에 학교에서 책상이며 걸상은 늘 몸에 비해 작았고 작은 의자에 앉다보니 남들보다 훨씬 다리를 많이 떨게 된 것 같다. 교실에서 책상이 작아서 책상밖으로 한쪽 다리가 밖으로 나와 있고 아무리 덩치가 크다지만 초등학생이 다리를 떨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잘보아도 어색하고 안어울린다고 할 수 있고 보통은 버릇이 없거나 정신이 이상한 아이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게 다리를 떠는 버릇은 없어지지 않았고 다리를 떨면서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 되고 다시금 바둑에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TV에서 상당히 노련한 모습으로 다리를 떠는 사람을 보게되었다. 그때 느껴지는 동질감과 동질감에서 오는 안도감은 내가 다리를 떨면서 고민해오던 모든 것이 없어졌다고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특히, 내가 속해있는 인간관계에서는 그 누구도 다리를 떠는 것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국테이블도 어린시절 학교 책걸상처럼 나에게는 작았고 그렇게 발앞굼치로 바닥을 짚고 떠는 다리는 경망스럽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들에게는 그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듯 핀잔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하철을 타러가는 길에 화장지를 사기위해서 잠시 눈을 돌린 매점에는 빨간색이 유난히 눈에 띠는 담뱃갑이 테이블에 놓여있다. 한참을 멀끄럼히 바라보았다. 한학년선배지만 나이는 몇살더 많은 선배가 있었다. 그는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유난히 수줍음을 많이 탔다. 그리고 젊은 시절이 다그렇듯이 몸은 상당히 말라있었다. 낮에는 별로 먹는 것이 없고 해가 지고서야 술한잔과 같이 먹게 되는 음식 몇덩어리 그리고 길어지는 술자리에 늘 잠은 부족했으니 마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바둑돌도 유난히 가지런히 조용조용 놓았다. 그러나 바둑에 대한 열정은 얼마나 강했든지 금방 3급의 기력을 넘어섰다. 1급이 되는 것도 힘들었지만 하수들에게는 5급, 3급의 실력을 넘어선다는 것은 존경을 보낼만큼 부러운 일이었다. 1년뒤에 나도 저정도 둘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다. 그런 그는 바둑이 격하지 않았다. 승부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공대생들의 특성일까? 이 돌이 어디에 놓여져야할까?를 생각하는 모습은 마치 장난감 조립에서 떨어진 부품 하나가 어디에 들어가는 것이 맞을까?생각하는 모습과 같았다. 그런 소심한 성격의 그가 늘 피우던 담배는 역시 포장이 빨간 담배였다. 그 시절 빨간포장의 담배는 상징이었다. 감히 빨간포장의 담배를 피우다니... 기력이 되지 않는 하수가 그 담배를 피우면 늘 한소리 듣기 마련인 탓에 쉽게 피울 수 있는 담배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그 담배를 피우던 것을 보면 담배 맛보다는 다른 이유로 상당히 피우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다리를 떨면서 듣는 핀잔에 우연히 보게 된 빨간포장의 담배에 제일 먼저 한 사람이 생각하는 스스로를 보고 있노라니 역시 나는 바둑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빨간 포장의 담배는 담배를 끊어 피우지도 않으면서 사서는 모니터 옆에 두고 관상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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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ugy79 |  2007-05-17 오전 11:18: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장미 담배갑.. 조국수님이 떠오르는데.. 맞나요? ^^  
애별리 |  2007-05-17 오후 12:51:00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젤 먼저 솔을 시작으로 피다가 바둑판 앞에 앉기 시작해서는 장미를 한동안 피웠지요
조국수로 유명한 장미, 가늘게 기이다란 장미, 연기가 많지 못해 힘껏 빨아줘야 하는 장미

ㅎ 인제는 담배 끊었습니돠
 
아름★다움 |  2007-05-17 오후 12:57: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앞으로 좋은글 마니마니 부탁드립니다^^  
마음의여정 |  2007-05-18 오전 9:49: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움..며칠 전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20대 초반의 미니스커트 처자가 다리를 달달 떨고 있더군요. 딱 한마디 떠오르더군요..
니가 조훈현이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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