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喪輿) 1화 | 나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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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의눈 소돔의 벤치에 앉아...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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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喪輿) 1화
2015-01-08 오후 11:41 조회 5931추천 8   프린트스크랩




"부걸떡! 부걸떡 있는가?~"

 

"아이고 성님! 지 집을 다 오시고.. 먼 일 있능가라?~

 

천정에 걸쳐진 금이 간 서까래가 그으름으로 새까맣고

거섶을 작두로 잘라 진흙과 버무려 바른 벽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정지에서

옥수수섞인 보리쌀 항아리 바닥을 긁고 있던 북월댁은

초가마당에 들어서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황부자댁 행랑아짐인 순애에미를 반갑게 맞이한다.

아껴먹던 옥수수 보리죽도 끼닛거리가 다 떨어져

어제도 종일 굶어 어지럼증이 심해지고 움직일 힘조차 없는데

독은 이미 텅 비어있는줄 알지만

산으로 들로 천지사방을 먹을 것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지친 서방과

얼굴에 황달기가 퍼져 누리끼리한 어린 성수를 생각해서라도

혹시나 남아 있는 찌끄래기로 풀죽이라도 할 수 있을까하여 긁고 있던 참에

순애에미가 찾아 왔다는 것은

뭔가 양식을 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밤에 노마님이 돌아가싰네!

초상 치를 때꺼정 일손이 필요헌디.. 헐 수 있을랑가?"

 

"오메 이를 우짜!~

먼 말씀이다요~ 당연히 히야지라"

 

"근디...자네 안즉 식전인가빈디..?"

아궁이에 불끼가 없는 것을 보고 순애에미가 말하자

 

"아이고 밥은 무슨...양석이 한 톨도 없는디 먼 밥을 헌다요

보리쌀 구경헌지도 솔찬히 뒤얐네요."

북월댁은 마치 '내 사정 좀 알아주소~'라는 듯 궁짜 낀 얼굴을 하고 신세타령을 한다.

 

"그람 끄니는 와서 일 함서 때우고 후딱 따라 나서게

에고~ 헐일이 태산인디...머보텀 히얄지..

싸게 형구에미도 불러야 쓰겄고만."

 

 

 

족히 서른칸이 넘는 황부자댁 사랑채 넓은 마당에는

벌써 일꾼들과 일가 친척들이 모여

광에 있던 멍석들을 마당 여기 저기에 깔고

그 위에 흰색 광목 천막을 치고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는등

상가배비(喪家配備)하느라 부산하였다

대청마루에서는 장지와 상여 끄는 일들을 상의하느라

행랑아범이 제법 필을 끄적거리면서 문중 어른들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북월댁이 황부자댁 정지로 들어 섰을 때

아직 부르지도않은 형구에미는 어느새 와서 가마솥 앞에서 불을 때고 있다가

새초롬하게 웃으며 눈인사로 아는 척을 한다.

이태 전에 갓난쟁이 아들을 등에 업고 동네로 이사 온 형구네는

아직 젊고 얼굴이 갸름하여 눈 밑에 애교살이 도톰한 예쁘장한 얼굴이었는데

눈꼬리가 살짝 올려지는 웃음을 살살 흘리는 것을

동네에서 지관 일을 하는 관상쟁이 박영감이 처음 보고 하는 말이

눈이 뙝그랗고 동자가 새카만 것이 토끼상에다 

얼굴에 도화살이 퍼져서 필시 사단이 날 팔자라고 했다.

형구네는 마땅한 소작이 없어 남의 농사를 거들고

겨우 집 앞에 조그만 채전 밭뙈기에 먹을 것을 심어 끼니를 이었는데

추수철이 지나면 형구네가 방물을 이고 여기 저기 발품으로 장사를 다닌다.

눈치가 빠르고 사근사근 말주변이 좋아 장사를 마칠 무렵에는

무거운 보리자루를 머리에 이고 

저고리 안섶에 제법 도톰해진 전대를 지니고 돌아온다.

머리에 인 자루를 한 손으로 잡고

헐렁해진 방물 보퉁이를 흔들며 펑퍼짐한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걸을 때

한층 가늘어 보이는 허리가 하늘하늘한데

들 일하던 동네 남정네들이 이 모습을 힐끔거리고 바라보다

제 계집의 눈총을 받고 가끔 대판 벌어지는 부부싸움의 단초가 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형구네는 그러거나 말거나 항상 상글거리는 얼굴을 하고

' 진지 자셨는게라우~' 하며 인사성도 밝다.

하지만 동네 아낙들이 형구네를 좋게 볼 일이 없었다

동이에 물을 길러 오거나 밭 일을 끝내고와서 손 발을 박박 문질러 씻을 때

우물가에 모여서 다른 얘기를 하다가도 형구네가 보이면 다들 한마디씩 수근거린다.

 

"젊은 것이 매파할매들이나 허는 방물장시를 헌다고

살살 꼬리를 살랑거림서 돌아댕기먼

어느 동네 발정난 수캐덜이 가만 놔두것소! 안그리요?"

 

저게 다 즈그 서방 새끼 믹이자고 저래 돌아 댕기는디 너무 글지 마소"

 

"허이고 성님! 부처님 나셨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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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공0 |  2015-01-09 오전 8:48:5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소설 장르를 택하셨군요.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팔공선달 |  2015-01-09 오후 2:36: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만에 오셨네요. 방가요.^^
정초에 상여를 메고 오신 이유를 천천히 알아 보겠습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__)  
BROVO |  2015-01-09 오후 2:37:5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감칠나게 토속어로 써나가는 솜씨가 범상치 않습니다. 추천 받으시고 자주 자주 다음 편도 올려주세요. 감사합니다.  
허블의눈 |  2015-01-09 오후 10:25: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댓글 주신 작가 제위분들! 안녕하세요
반갑고 감사합니다.
요즘은 바둑만 뒀다하면 지고 스트레스 받아서 접속하기가 싫네요 ㅜㅜ  
팔공선달 허블님. 바둑은 져도 스트레스 안받아야 되는데.
저도 최근 12연패하고 잠시 쉬었습니다. 지는 이유는 이기려 뒀기 때문이고 몇 판 지면 복구하고 싶은 마음에 빨리 이기려다 또 집니다. 7단으로 갔을 때는 그저 한 판 한 판 성의 것 뒀을 때고요.
상대보다 착점을 천천히 하시고 수가 보여도 보류하시고 계가 바둑을 둬 보시죠.
호흡을 한 템포 늦추어 바라보시면 내 실수가 줄고 상대의 실수가 눈에 들어 올겁니다. 그것을 즐기십시요. 한판의 승률보다...그저 제 경험을 말했는데 혹 도움이 될지. (__) 도움이 되어 접속이 잦아지면 한 잔 사세요. ^^
팔공선달 동급에게 승률이 낮다면 테크닉보다 심리라 보기에...
곰소가는길 |  2015-01-12 오전 8:49: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었습니다.
멋진 글들은 '융합'을 호도하여 여기저기서 짜깁기하여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출판, 그리고 영화판 시나리오에 까지 이용해 먹는 부류가 허다하오니 천기누설만큼은 조심하세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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