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애와 극장에 만화영화 보러갔다가 대형마트 입구 판매대에서 파는 19,000원짜리 바지를 사고 하루 종일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양복바지인데 2장을 샀습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의 겨울을 보내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17년차인데 양복 한 벌 마음 놓고 살 수 없는 세월입니다. 이번 달 초 날은 추워졌는데 지난해까지 겨울에 입던 바지가 닳아버려 버리고는 아직 장만을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상설할인매장이 있어서 40%가 넘는 세일을 하는 것을 샀는데도 지갑을 열기 부담스럽더군요. 그래서 정장을 아래위 한 벌 밖에 못 샀습니다. 바지는 2개 이상을 사야 되는데 바지도 하나 밖에 못 산거지요. 오늘 이제 오래된 상의와 맞춰 입을 바지 두벌을 산 것입니다. 5년 전에 산 옷보다 천이 몇 년 더 전에 유행했던 패턴이더군요.
직장인이 출근을 하려면 옷을 입고 가야하는데 어떻게 옷 한 벌 마음 놓고 사지 못하는 세월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얼마 전 읽은 책이 생각나더군요. “민주주의의 적은 성과주의다”라는 말입니다. 회사에서는 매월, 매분기, 매년 목표를 달성한다고 경쟁에 정신이 없고 그렇게 목표를 달성해도 생활은 매번 제자리고... 대학생들은 그런 회사에 입사하겠다고 과경쟁을 하고 있고, 고등학생들은 그런 대학생이 되겠다고 또 과경쟁을 하고 있고...
그래도 우리나라 성장기라고 부르는 70,80년대도 바둑은 두었는데 요즘은 바둑 둘 시간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년은 경쟁에 시달리고 청년은 포기하는 세월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경쟁을 유도하더라도 사람은 음악을 들어야 하듯이 바둑도 두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세상이 우리를 바둑 두게 허락하던 시절이라면, 이제는 우리가 세상이 여유있게 해서 바둑을 두게 만들어야하는 시절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