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3명이 상의를 하면 더 잘 두는 것이 맞을까요? 저는 부정적이라 봅니다. 3명이 1명을 이길 수 없다고 봅니다. 무제한의 시간이면 모르겠지만 제한 시간이 있다면 1명이 장고하는 것보다 3명이 상의하는 것이 비효율 적일 겁니다. 이창호 9단의 전성기를 생각해봅시다. 이창호 9단의 전성기에는 대국하는 상대도 해설자도 이창호9단의 바둑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창호9단을 상대로 여러 명이 상의한다고 해서 이길 수 있었을까요?
조훈현-유창혁-이창호, 이세돌-박정환-최철환이 한 팀이 돼서 바둑을 둡니다. 바둑의 특성상 포석부터 상의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럼 각 팀에서 제일 잘 두는 사람이 판을 이끌고 가고 나머지 두 명이 보조적으로 조언을 하면 제일 효율적이니까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중반전에서 수읽기가 필요한 부분에서 수읽기를 도와주면 도움이 될까요?
얼마 전 회사에서 연수를 갔을 때입니다. 10개 팀이 퀴즈를 푸는 것이었는데 제가 속한 팀은 단결이 잘 되서 중반까지 10개 팀 중에서 1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제가 속한 팀과 또 다른 팀에서 신입 여직원 1명씩 나오게 하고 팔씨름을 해서 결과를 맞추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신입 여직원이 나가기 전에 나름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작은 소리로 신입 여직원에게 질 것을 주문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고요. 남들이 우리 팀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할 때 우리는 지는 쪽에 걸어서 점수를 독점하겠다는 작전이었지요. 바둑에서 1감처럼 아주 짧은 시간 생각했지만 저는 반대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이기라고 하고 이기는 쪽에 걸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승패의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묵살 당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물론 신입여직원이 고의로 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팀이 점수를 받았지요. 그러나 이내 다른 팀에서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고의로 졌다고. 그래서 사회를 보던 분이 반칙을 확인하고는 결과를 번복하고 우리 팀은 얻은 점수를 빼앗겼습니다. 그제서 다들 제 얼굴을 한번 씩 보더군요. 제 의견이 맞았다고. 그날 밤 저는 신입 여직원에게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배들이 양심을 어기는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고... 경기하러 나가는데 양심에 걸려서 고민하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주강배의 핵심은 3명이 상의해서 한판을 둔다는 것입니다. 효율성이 높고 이길 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라 하여 대회의 핵심적인 사항을 어기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대전제가 3명이 상의해서 두는 것인고 이것을 어기면 다른 대회와 같아지니까요. 비효율적이지만 포석때부터 3명은 충분히 상의해야합니다. 각자 공평하게 의견을 제시하고 회의를 하고 설득을 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집단지성을 완성해서 최선의 수를 한 수 한 수 두어야하는 겁니다. 설령 그렇게 해서 1인이 주도한 팀에게 지더라도 말입니다.
이 바둑의 또 다른 면은 바둑이라는 것이 묘수를 여러 번 둬서 이기기보다는 한 번의 실수로 지는 것임을 생각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명이 의논을 해서 실수를 줄이는 것이 이 대회의 정답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3명이 각자 선배 자격 내려놓고, 랭킹이 높다는 것 내려 놓고 민주적으로 충분히 상의해서 두면 1인이 주도하는 바둑에 무조건 이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