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을 찬찬히 읽어보십시요!

옛날 생각 나실 겝니다.

개학하고 새 책을 받는 날은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뭔가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기가 어려웠던 그 시절

선생님이 나누어 주시는 책들은

온전한 내 것,으로서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빳빳한 책들,

상큼하게 느껴지는 활자 냄새

알록달록 그려진 삽화가 정겹고

정갈하게 배열 된 명조체의 글자가 예쁩니다.

2학기 개학하는 9월이면

추석이라는 제목으로

제 1과 첫 대목으로 배웠던 위의 내용은

추석이 다가오는 즈음에 맞추어

아직 감은 떫고, 밤은 속이 차지 않았지만

대보름 명절, 그 날을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배웠습니다

또 이 내용은

음악시간에 힘겹게 발판을 밟으면서

풍금을 두드리는 선생님께 배웠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한창이었던 3공 박통 시절

시골에는 대부분 초가집이었지만

삽화에는 기와집을 그려 넣어 선진화를 꾀했던 흔적이 보이는군요.

주로 국어 숙제는

노트에 1과 내용을 써오기 정도였는데

10페이지 5장 정도의 분량이 왜 이리도 많게 느껴졌는지요!

지금 이렇게 다시 보니

그닥 많이 쓰여진 내용도 아닌데 말입니다.

몽당연필 침 묻혀 꾹꾹 노트에 눌러서 한 페이지 쓰고는

얼마나 남았는지 뒷장을 뒤적여 세어보곤 하던 기억이 납니다.

추석....

지금의 명절은 사뭇 분위기가 달라

그 옛날의 정취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장사하는 이들의 대박을 노리는 대목이라는 시기도 더 이상 아닌 것같고

그저 마트에서 대충 장 보고

오랜만에 보게 될 시댁식구들과의 불편한 자리가 걱정스러울 따름이죠.

아련한 추억이 되버린 그 시절...

서울 공장에 돈 벌러 간 오빠, 언니들이

선물꾸러미를 양 손에 들고

미어터지는 통일호 열차에 고단한 몸을 실으면서도

정겨운 고향마을에 가까워지면 못내 설레여하던 그 때,

드디어 도착한 고향,

코스모스 흐드러진 익숙한 시골 마을 토담길을 지나

함빡웃음으로 엄마를 부르며 싸리나무 삽짝으로 들어서면

버선발로 반기며 나오시던 늙은 어머니의 검게 탄 주름진 얼굴,

눈 감고,

꿈에나 그려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