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붉은 달이었는데 오늘도 붉은 달입니다.
붉은달이 이제 산을 넘어갔습니다.
어둠을 바라 봅니다.
어둠 속을 지나서 멀리 산이 보입니다.
이제 밤은 가을로 접어들었는지 더위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며칠 밤마다 홀로 어둠을 봅니다.
어둠을 보고 있노라니 변하는 것이 없습니다.
한참을 앉아있어도 어둠은 그대로이고 산도 그대로입니다
시간을 느낄 수 없는 공간입니다.
시간. 공간.
공간은 우리를 변하게 하지 않지만, 시간은 우리를 변하게
합니다. 늙는 것이지요.
태양의 움직임. 달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느끼겠지만,
만약 우리가 늙지않는다면 그 시간이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만큼 의미가 있을까요?
시간이라는 것. 굉장히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의외로 주관적이고 인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간만 있고 시간의 의미가 소멸해버리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화가가 그림을 그립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을 투여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화가의 행위를 보고 있으면 그 또한
하나의 예술 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시간은 소멸해버립니다.
바둑에 있어서도 시간은 절대적입니다.
한수씩 교차하면서 두어지는 바둑에 있어서 시간은 뺄수 없는
요소입니다. 지금과 같이 유한한 시간 속에서 대국하지 않더라도
오랜 옛날처럼 상당히 긴시간 속에서 두어지더라도
착점하는 순간 시간의 의미를 소멸합니다.
생각하는 동안은 시간이 의미를 가지지만, 한점에 두어지는 순간
바둑의 그 장면은 공간의 의미만 있습니다.
우리는 늘 동시대를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 생활범위안에 있지 않는 사람은 그런 동시대라는 단어의 시간의미는
무가치합니다. 비록 같은 시간의 흐름을 타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 않는다면 시간은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겁니다.
두사람이 한명은 A공간에 또 한명은 B공간에 있고
그 공간이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없다면 그 두공간에는 시간이라는 것이
시간이라는 개념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시간에 맞추어 살고
하루하루 시간에 목메어 살지만
절대자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무가치 할 수 있다는 걸 느끼는 날입니다.
적절한 예를 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보다는 공간이 더 의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