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에 오른지 하루가 지나고서야 다리가 아프네요. 어제 소백산을 오를땐 다리가 하나도 안아프더라고요. 원래 산에 도착해서 잠시 오르면 사용하지 종아리부터 당겨오는 느낌이 있는데 정상까지 올라가도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 그동안 내가 운동을 많이했구나'하며 내심 흐뭇했는데 오늘 아침까지도 아프지 않던 다리가 오후에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점점 더 아파 이제 파스를 찾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당겨오는 종아리 근육을 아래로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어제의 이야기를 적을려고 합니다.
어제 산에 가게 된 것은 충동적이었습니다. 장마철 무더운날씨에 누가 작정을 하고 산에 가겠습니까? 특히 저같이 운동하기 싫어하는 초보등산객은 엄두를 내지 않을 일이지요.그래도 산에 찾게 된 것은 지난 가을 소백산의 기억때문입니다. 단풍이 가득한 소백산을 오르기는 했는데 정상이 가까이부터는 안개가 가득해서 정상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초입인 희방사를 지나서 산중턱까지는 땅바닥부터 하늘까지의 화려한 단풍이었는데 정상에서는 1m앞도 볼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정상은 얼마나 아름다울까하는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지난 산행과는 달리 여름입니다. 산의 초입부터가 완전히 다릅니다. 지난번에는 아래주차장부터 탐방로로해서 올랐는데 이번에는 앞부분은 생략하고 차로 올라갈 수 있는 제일 마지막주차장부터 올랐습니다. 비로봉까지 가볼까하는 대책없는 욕심때문이었지요.

매표소를 지나자 말자 이쁜 꽃이 반겨아줍니다. 꽃을 보기만해도 이름을 맞출 수 있는 꽃입니다. "초롱꽃". 식물도감을 찾아봐도 초롱꽃이 맞네요. 그런데 초롱꽃을 보는 순간 궁금하더군요. 안에는 어떻게 생겼을까? 초롱꽃 안을 보신분 계시는가요? 보통 지나가면서 꽃을 보긴 하더라도 안을 올려보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개미가 되어 초롱꽃을 위로 올려봤습니다. 하늘을 배경으로한 초롱꽃은 전혀 다르더군요. 우리가 초롱으로 본다면 개미는 무궁화처럼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록으로만 보이는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산 안은 전혀 다른 공간이었습니다. 무수한 녹음이 하늘을 가렸고 산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을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리고 장마철의 비를 잔뜩 머금은 땅은 버섯의 세계였습니다. 많은 꽃을 보리라는 기대와 달리 꽃은 볼 수 없었지만, 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버섯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버섯의 아름다움에 비해 제가 버섯에 대한 지식이 짧아서 일단 카메라에 담고 나중에 찾아볼 요량으로 최대한 버섯의 친구가 되어 같은 눈 높이로 찍었습니다. 그렇게 카메라에 담고 보니 위에서 버섯을 볼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사진을 찍기전에는 위에서 '버섯의 갓'만 봐서인지 저런 것을 담아서 나중에 볼만할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역시 그것은 눈높이가 다른 관점에서 본 저의 선입견이었습니다. 찍은 버섯마다 모두 이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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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에서 자라는 버섯도, 바위에서 자라는 버섯도 나무에서 자라는 버섯도 모두 모두 제몫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등산로의 바닥을 보며 걷기를 잠시 절이 나타났습니다. 희방사입니다. 절의 규모면에서는 암자처럼 작지만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아름다운 절입니다.
그리고 절 앞을 가르는 얇은 계곡은 너무 나 맑았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는 손도 담그고 세수도 하며 제대로 물을 느꼈습니다. 깨끗하고 투명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이 너무나 맑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이 물이 흘러서 다리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사진이 몽환적인 느낌으로 이쁘게 나왔습니다만은 제가 카메라 초보라서 그런지 별다는 조작없이 그냥 디카로 꾸욱 누른 것입니다. 만약 조작이 있었다면 제눈이 카메라처럼 보지 못하는 탓이겠지요




'소백산희방사', '희방사'라는 두 현판은 어느 것이 더 낫다는 말을 할 수 정도로 바라보는 저를 편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지나가는 스님을 바라보면서 절의 현판과 겹쳐보입니다. 저분들은 어떻게 살까하는 막연하고도 단순한 생각을 해봅니다. 지난 가을에 아름답게 본 단풍을 생각하면서 왠지 계절을 느끼며 살 것 같습니다. 직장인인 저야 한달이 가고 6개월이 가고 1년이 가면 경영평가를 나타내는 숫자로 시간과 계절이 가는 것을 느끼지만 저분들은 제대로 시간을 느낄 것만 같습니다. 가을을 단풍으로 느끼고 눈으로 겨울을 느끼고 말입니다.
스님이 되지는 않더라도 자연과 함께 하는 자연인이 되어서 현대에 살고 도시에 살더라도 마음은 시간을 느끼면서 살고 싶습니다. 나중에가 아니라 지금 그렇게 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비록 숫자 속에서 희노애락을 느끼게 되어있지만, 산을 보며 하늘을 보며 계절을 보면서 말입니다.
여름 산은 처음입니다. 소백산 뿐만 아니라 제 인생에서 여름 등산은 처음입니다. 완전초보이지요. 그래서 지난 가을 등산때엔 할아버지 두분을 못따라가는 경우를 당했는데 이번에는 초입에서 만난 할머니 네분과 엎치락 뒷치락하면서 올라갔습니다. 저번 할아버지들께는 배 한조각을 얻어먹었는데 이번에는 자두와 사탕을 얻어먹었습니다.

저번에 한번 올라서 이번에는 더 힘들 줄 알았지만 온몸은 땀으로 덤벅이 되고 정말로 정신이 혼미합니다. 다리는 그동안 자전거로 출퇴근해서 단련이 된 탓인지 아프지 않았지만 심장은 벌렁벌렁합니다. 숨은 쉴 수가 없습니다.
제 경우는 첫번째 오르는 산은 어디가 중간이고 끝인지 모르고 오르막 다음에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급한 마음도 있고 해서 덜 힘이 듭니다. 무식과 용감함이죠. 그런데 한번 오르고 난 산은 오르막이 언제 끝이 날지도 알고 그뒤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기때문에 힘이 더 듭니다. 1.5배는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옛말이 틀린 것 없다고,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결국 이번에도 다 올랐습니다. 꼭 산에만 있는 나리가 아니지만 산정상에서 만난 나리는 더 이쁩니다. 꽃은 작지만 색이 더 진하고 뚜렸합니다.

이제야 작년에 보지 못한 정상의 풍경을 봅니다. 그리고 가까이에 천문대도 보입니다. 눈앞에 있는 천문대가 지난번에는 표지판도 볼 수없었거던요. 천문대에 가보니 증축 공사중이었습니다. 그래도 간단하게 견학을 했습니다. 직원분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천문대안에 있는 망원경도 구경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연구목적의 국립 천문대 두곳중 하나라고 하네요. 나머지 하나는 영천 보현산 천문대라 합니다.

천문대에 가면 물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맞았습니다. 올라오는 동안 물 1리터를 마셨습니다. 충분할 줄 알았는데 아껴아껴 마셔야했습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가을보다는 갈증이 많이 났습니다. 초보라서 몰랐던 것이지요. 최소한 한병은 더 준비했어야했는데 말입니다.
천문대에 도착하니 식수대가 있습니다. 앉은자리에서 물 1리터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500ml 한병에 물을 더 담아 왔습니다. 갈증에 한이 맺혀서인지 내려오는 내내 절에서 본 자판기 생각만 간절했습니다. 절에서 나오는 샘물이 더 맛이날까 자판기의 사이다가 더 맛이날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절에 내려오자 말자 가방에 동전을 뒤져서 사이다를 한캔 뽑아 먹었습니다. 엄청 시원하더군요. 냉장이 한참된 사이다였습니다. '원래는 절의 샘물'이 더 맛이 나야 이야기가 되는데... 사실대로 말씀드려야지요. 그리고 돈을 더 넣고 다른 음료수도 하나더 뽑아 먹었습니다. 온몸이 시원해지는 것이 정신이 돌아오더군요. 대신 수분이 들어가서 그런지 땀은 닦아도 닦아도 멈추질 않고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사이다가 더 맛있는 것을 보니 저는 마음은 자연에 있더라도 몸은 아직 도시에 있어야하나 봅니다. 그렇게 짧은 여름 등산은 끝이 났습니다.

(사진: 돌아오는 고속도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