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도로 안동을 지날때였다. 운전하는 시야에 멀리서 부터 눈길을 끌며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정면에서 다가오던 그것은 길이 굽어 자동차가 앞으로 나감에 따라 왼쪽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도로에서 조금 윗쪽 언덕에 위치한 밭에서 핀 도라지 꽃을 본 것이 다. 내가 생에 처음으로 도라지 꽃을 본 날이다.
그때 내가 자동차를 막 운전할때였으니까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좀더 지난 시절일 뿐이다.
평소 도라지를 먹어도 시장에서 하얗게 깐 것만 봤지 어떻게 생긴 놈인지는 대면할 일이 없었다. 그것도 어릴때 어머니가 도라지 요리하기전에 부드럽게 하신다고 내게 좀 두드려달라고 하셔서 흰색인 줄 알지 요리하신 것만 먹었으면 초장에 무친 붉은색만 봤을지도 모른다.
그날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 본 하늘빛과 흰빛의 별모양을 한 도라지밭은 너무나 이뻤다. 그날도 오늘과 같이 습기가 가득한 무더운 여름날이었는데 자동차 핸들을 꺽어 국도에서 빠져나가 결국 그 밭에 가서 눈으로 그꽃을 확인하고 말았다. 흐드러지게 핀 별모양의 도라지 꽃이 얼마나 마음을 흔들어 놓던지 눈과 가슴 깊이 꽃을 새겨놓았다. 시골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막 솓아질 듯한 은하수 속의 별을 땅에 뿌려놓은 줄 알았다.
어린시절 도라지에 대한 기억이 없던 나는 불과 몇년전 도라지꽃이 피기전에 오각형으로 생긴 꽃봉오리를 누르면 팡~하는 귀여운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 도라지꽃을 보자 실제 어린시절의 기억에는 없지만 마치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간듯 꽃봉우리를 터뜨려보고 싶었지만 어른이 가진 양심때문인지 해볼 수가 없었다. 같이 간 애기에게 모른척하고 넌지시 시켜보았더니 재미있게 웃으면서 몇번 꽃봉오리를 터뜨린다. 내게는 없는 추억 하나를 어린시절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나중에 별모양의 꽃을 좋아하던 나를 기억하게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