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넷..." 숫자 세는 애기의 목소리가 어느듯 서른을 넘어갑니다.
아직 어린이집을 다니는지라 1부터 100까지 그렇게 소리내며 외우는 것이 아직은 재미
있나봅니다. 100까지 다세고 나면 헥헥거리면서 좋아합니다.
그날도 그런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빠 40개다"하더라고요.
"뭐가?"
"화분이 40개다"
믿지 못해서 제가 계가하듯이 화분을 속으로 세어봤습니다. 39개더군요.
작은 화분이 많아서 제가 틀려서 40개일지도 모릅니다.
평소 화분이 몇개인지 인식도 없었지만 애기의 말에
집에 있는 화분이 15개정도 많아도 20개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더군요


평소 화분을 못기리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부터 조금씩 관심을 가졌더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요즘 화분을 키우면서의 기풍(?)은 색깔, 향기 그리고 개화기입니다.
예전 기풍^^은 벌레가 생기지 않는 식물이었습니다. 단지 벌레만 생기지 않고 잘 죽지
않는 식물이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작년부터는 집에서 1년내내 꽃을 볼수 있도록
봄에 꽃이 피는 화분, 여름에 꽃이 피는 화분, 가을에 꽃이 피는 화분 그렇게 갖출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이왕이면 향기도 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가꾸고 있습니다.
바둑은 세력도 있고 실리도 있기가 힘들지만 화초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좋습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수필에서는 난화분에 대한 일을 가지고 이야기하셨지요.
저는 화분을 40개나 가지고 있으니 무소유에는 발끝도 못따라가지요.
얼마전 윗층에 이사를 왔습니다.
2주정도 쿵쾅쿵쾅 리모델링해서 왔지요. 그래서 공사하는 동안 몇번 가서 구경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저희 집은 볼품이 없는데, 새집이 되었더군요.
아무리 공사하고 새집처럼해도 사시사철 꽃피는 집보다 좋겠냐고 했습니다만...
집에서는 씨도 안먹히더군요. 새집에 꽃을 가꾸어도 된답니다..
베란다 화분은 저의 작은 공간입니다.
화분을 보면서 멍하니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바둑에 몰입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바둑에 몰입되면 모든 것을 잊지 않습니까?
그런데, 꽃이 핀 화분이 아니더라도 새싹을 보고, 심지어 심었지만 싹도 돋아나지 않은
화분을 바라보면서 상상하고 있으면 무릉도원입니다.
혹시 압니까? 화초를 기르다보면 깨닭는 바가 있어서 바둑에서 "화초류"라는
새로운 기풍을 만들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