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왔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비가오더라고요.
다시 우산을 가지러 돌아서려다가 그냥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서고 출근을 했습니다.
봄비를 맞는 기분이더군요.
1월이면 한창 겨울인데 날씨도 따뜻하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너무 봄이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겨울비 보다는 봄비가 훨씬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직장인인 나에게 제일 기분 좋은 시간이라면,
모든 가족들이 잠이 들고 혼자 마루에서 바둑TV 잠시 시청하다가 자는 것입니다.
제가 일찍 자는편이라 보통은 스피드 초점국을 다 보지 못하고 전원을 끄고
들어가 잡니다.
그 시간이 10분이 되었던 20분이 되었는 가만히 바둑이 두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안정이 되고 기분도 좋습니다.
하루중에 가장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이지요.
그래서인지 바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오릅니다.
그날은 안조영9단의 바둑이었습니다.
그 바둑을 보면서, 바둑에서 아무리 모양이니 조화니 균형이니
그런 이야기를 해도 바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한수"였습니다.
"한수"만이 절대 진리였습니다.
"한수"라는 것이 다름아니라 한수만 빠르면 된다는 것입니다.
한수차이면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모양이 나빠도 그만이고 상대에게 모든 것을 굴복 시킬 수 있더군요.
세상에 "한수" 같은 것이 있을까요?
공부를 한등수 못한다해서, 출근 하루 안한다해서
뭐든 하나 안한다해서 크게 영향받는 일이 사실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바둑에서는 "한수"면 절대입니다.
그한수 위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에는 그런 "한수"가 없어서 좋습니다.
인생에서 그런 한수때문에 강요 당하고 굴복당하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바둑판은 정말 치열한 전장입니다.
너무나 치열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곳입니다.
내가 바둑알이 아닌 것에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뿜습니다.
그날밤은 그런 여유의 날이었습니다.
요위에 누워 그런 바둑의 한수를 생각하다 잠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