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띠리리리~ 링 ” , “ 띠리리리~ 링 ”
“ 여보세요 ”
“ 혹시 일본어 하세요? 이번 한달에 한해서 저희회사에서 특별히 무료 교재보급이 있어서 안내 드리는데요, 아주 좋은 기회거든요 , 한번 받아보셔서 맘에 들면 다음달부터 수강하셔도 좋구요, 필요하시면 교재만 보셔두 되구요,  저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

밑도 끝도 없이 상대가 누군지  또 자기가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상대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화를 받을 형편에 있는지도 묻지도 않고  무작정
자기 할말만 해대는 이런 통화에 난 이미 익숙해 졌는지,,  짜증도 내지 못하고
서서히 빨려 들고 있었다.

“ 저 제가 뭘 좀 하는 중이라서 ,, , ”
“ 아! 잠깐이면 돼요, 이거 고객님께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거든요. 그러니까 ,, 어쩌구 저쩌구 ~~ ”

나에게 전화를 끊겠다고 얘기할 틈을 주지 않고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졌다.
그냥 무작정 끊어도 되겠지만 그렇게 긴박하게 얘기하는 상대를 매몰차게 끊을만큼
난 그런 성격이 못되어 최소한 들어주는 편이다.
근데 저쪽에서 뭐라 뭐라고
계속 얘기하는 도중에도 난 ‘ 안해야지, 계속 들으면 않되 ’ 하며 자기 최면을 걸며
어디쯤에서 이야기를 끊고 정중히 거절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통화한지도 벌써 25분이 흘렀다. 결국
거절을 못하고

“ 제가 입사한지 사흘이 되었는데, 한 건도 실적을 올리지 못해서 짤리기 직전이예요.”
“ 옆 동료들은 다 한 건씩 했는데 ,, 제발 선생님 부탁이예요 한 번만 봐 주세요”
“ 전 이일을 내가 할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
“ 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전 회사에서 나가야 해요,, ”
“ 선생님은 저의 아버지 같은 분이잖아요 ”

20대 초반의 아가씨 목소리였으나 이미 목은 쉴대로 쉬고 목에서 피를 토할 듯한
절절한 부탁에 ,, 그리고 위의 몇마디에 난
계속 망서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 필요는 없었지만 형식상 가장 싼 상품을 선택해 승락을 하고 그날
집에서 와이프에게 바가지를 좀 긁혔지만 ,, 난
내가 생각하는 바와 반대로 간 내행동이
옳았는지 아니면 잘못된 건지 확신할 순 없었다.

작은방 책장 위쪽에 먼지만 쌓인채 잠자고 있는 ‘일본어 첫걸음’ tape
그나마 1권은 누가 본다고 빌려 갔는지 없어졌고 ,,
그렇게 그녀와 장시간 통화했던 기억마져 희미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