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닭] 요리하는 법[4]
할아버지는 앉은 채로 젊은 놈의 멱살을 틀어쥐었습니다.
이 호로 새 새끼들, 어디서 사기 화투야?
[호로 새의 새끼] 줄여서 [호로새끼]라는 욕설을 태어나 처음 들었습니다.
더구나 면전에서 직사하는 [호로새끼]라는 욕설은 상당한 타격감조차 느껴졌습니다.
체구는 청년에 비해
작아 보였지만 할아버지의 팔뚝은 정말 굵었습니다.
마치 강철 심 박힌 질긴 와이어를 보는 듯 강해 보였습니다.
평생을 노가다하며 굵어진 그 강인한 힘으로
청년의 멱살을 틀어 쥔 할아버지의 손아귀는
옆에 있던 다른 청년이 함께 달려들어 손목을 잡아 비틀어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젊은 두 놈이 할아버지 한 분에게 폭력을 행사하기에는
구경꾼이 너무 많았습니다.
멱살을 잡은 채로,
멱살이 잡힌 채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섰고
할아버지에게 멱살 잡힌 젊은 놈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가
이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청년의 멱살 틀어 쥔 할아버지의 손아귀가 청년의 숨통조차 막고 있었던 것입니다.
둘이 마주서서 실랑이를 하며 몇 분 쯤의 시간이 지나자
젊은 놈은 손을 흔들며
마치 그레꼬로망형의 레슬링에서 목이 눌려 항복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할아버지를 쳐다보았고
할아버지가 잡은 멱살을 조금 늦춰주자 젊은 놈이 말했습니다.
[돈 돌려 드릴게요. 돌려주면 될 게 아녀요.]
청년의 멱살을 놓아 주고
당신의 돈을 모두 돌려받은 할아버지는 젊은 두 놈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하셨다.
이 호로새 새끼들아.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사기를 치려고 해.
젊은 새끼들이 이 늙은이 일 년 넘게 노가다 판에서 뼈 빠지게 번 돈 눈탱이 치려고 해?
이 호로 새끼들……. 눈깔을 다 뽑아 버릴라…….
몸집은 크지 않았지만
어깨는 굽은 듯 넓고
강철의 심 박힌 듯 굵은 힘줄이 선명하던 강한 팔
평생을 막 노동으로 단련된 단단한 그 힘으로 젊은 두 청년을 혼 내 주시던 할아버지는
이제 갓 스무 해를 살고
살아내야 할 날들이 너무 많았던 나에게
평생을 두고
힘들고 어려운 일 부딪힐 때면 헤쳐 나갈 수 있는 강단과 지혜를 주셨습니다.
밤바다를 항행하던 가야호의 삼등 객실에서 나는 내 인생의 큰 스승을 만났던 것입니다.
젊었던 날도, 제법 나이든 지금도…….
당시의 할아버지보다 열 살도 더 많이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도 나는 자신이 있습니다.
어떤 호로 새의 새끼에게도 눈탱이 맞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댐벼……. 이 호로새 새끼들아. 큰소리치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完]
그 뒷 이야기
가야호를 무대로 사기 화투놀이 하던 그 젊은 친구들은
할아버지에게 당한 뒤로
제주 부산연락선인 도라지호로 무대를 옮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