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모친의 부고를 듣고 찾아간 성당의 빈소는

조용하고 차분하였다.

서로 바빠 이태를 넘게 격조하게 지낸 친구가

검은 상복에 초췌한 모습으로 빙그레 웃으며 반긴다.

매일 거울을 통해서 익숙해진 내 얼굴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어느새 주름지고 중력으로 늘어진 그친구의 얼굴에서 세월을 찾아낸다.

그 친구의 결혼식 전날 

신부 집 문턱에서 그리도 짖궂게 함을 팔던 기억이 나는데

애닳아 하던 통통하고 뽀송하여 예쁘고 순진했던 신부는

치매와 지병으로 오랫동안 앓던 시어머니를 방금 보내고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된 표정으로 펑퍼진 중년의 아줌마로 서서

나에게 육개장 그릇을 내민다.

세월이 참..  많은것을 앗아간다.

사람도 데려가지만

남아 있는 이들도 전과 같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변하듯

거리도,

집도,

풍경도,

사람들의 마음도 변한다.

소시적에 나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던 棋友하나가

작년에 유서를 써 놓고 철길로 뛰어들었다.

평소에 조용하고 차분해서

절대 남에게 절대 폐를 끼치려고 하지 않던 소심하고 꼼꼼한 그 성격이

마지막 가는 길도

아파트 옥상이 아닌 철길을 택한 것이라 짐작된다

그는 어릴적부터 막연히 예감하고 또 성년이 되어 부딪히던 세상이

세월을 쌓는 동안 너무 많이 매몰차게 변하고 생경해져

올망한 아이들을 남겨 놓고도

결국 자살을 택한 것이라고 보아진다.

태양계 생성 초기

우주의 유구한 세월에서 (160억년) 인간의 출현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우주의 역사를 한 해(1년)로 가정해 보았을 때

10월정도에 미생물이 처음 생겨났고

12월 31일 자정을 불과 수 분 남겨놓고서야 

겨우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호모사피언스가 등장한다.

이렇듯 광활하고 무한한 우주의 크기와 시간은

인간이 짐작하기조차도 힘든 엄청난 것이다.

이러한 우주가 성경에서처럼 인간을 위해서 생성되고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인가?

살면서 나름 지각을 가진 40여년 세월을 격으며

수없이 바뀌고 변하는 세상과 사람을 대하며

좌절하고 때론 분노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 고뇌의 밤을 보냈던가!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밀고 당기는 가운데

끊임없는 욕구로 무언가 얻기를 갈망하고

그러기에 매사에 연연하고 부대끼며 나의 정신의 양분을 고갈시켜왔다.

하지만 내게 종교처럼 다가온 우주는

내가 세상에 실망하고 안따까와하는 마음을

가뭄에 말라가는 밭고랑에 가랑비를 촉촉히 뿌리듯 포근하게 달래준다.

수천억의 은하속의 우리 은하

그 은하속의 수천억개의 별들 중

'태양'이라는 특별할 것없는 항성을 도는 자그만 지구 

아시아의 조그만 모퉁이인 이 땅에 생명으로 존재하는 의미와

삶의 지표를 일깨워준다.

크고 무서운 육식동물의 이빨을 피해 다니며

그저 진화를 통하여 뇌를 발달시킨 보잘것 없는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며 우주의 주인공인듯 스스로 크게 자부하는 사회의 적법한 의미는

무한 우주의 아주 자그만 운행에도

터럭처럼 흩날리고 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세월과 변화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얻는다면

나처럼 허블의 눈을 쫓아 하늘의 별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