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1. 원성진 7단 vs 홍성지 5단

시계는 어느 덧 두시를 넘어갑니다.

대국장의 열기에 사범님들이 들어올 엄두를 못내고 문 밖을 서성입니다.

아직 십 분이 넘게 남은 상황..

목진석 사범님이 가장먼저 용감하게 대국실로 들어옵니다.

시합 전엔 반상 앞에 앉아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목사범님.

들고 온 부채로 펄럭펄럭~ 몇 번 부채질을 하더니..

이 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반상 앞에 앉아 이내 명상에 빠집니다.

“어! 이거 초반 기싸움에 질 순 없어!!” 라며..

어디선가 예쁜 부채를 구해온 송태곤 사범님도 코끝에 송글송글 땀을 달고 나타나 반상 앞에 앉습니다.

이런 재미있는 반상 밖의 기싸움을 보는 것도 계시원 일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은하가 맡은 대국은 원성진 7단 vs 홍성지 5단..

선이 굵은 천상 남자. 원성진 사범님과.. 꽃미남 홍성지 사범님이 은하 앞에 마주 앉으니..

괜시리 기분이 좋습니다.

평소보다 긴장이 되고 입이 마르는게.. 더위 때문만은 아닌가 봅니다.

와이셧츠 소매 단추를 풀어 살짝 걷어올린.. 원성진 사범님의 굵은 팔둑과.. 구렛나루에 쓰러지는 은하..

>>ㅑ아~ 귀여워.. 꽃미남 홍성지 사범님의 꽃미소는 은하를 두 번 쓰러뜨립니다.

헤헤헤.. 오늘만 같아라..

은하 신이나서 계시를 시작합니다.  >>ㅑ아아~ ^^

episode2. 안조영 9단 vs 최원용 4단

1국이 끝났습니다.

온소진 vs 조한승 사범님의 대국이 길어져서.. 다음 대국 시작이 조금 늦춰졌습니다.

쉬는 시간이 생긴 은하.. 검토실로 건너갑니다.

이 곳도 덥지만.. 조명이 없어서인지 대국장보단 낫네요..

선수들은 지친 얼굴을 하고도 검토에 한창입니다.

열심히 돌을 놓아보는 목진석사범님이 보입니다.

대국 시작전에.. “만약에 오늘 지면 계시기 던질꺼얏!!” 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은하..

차마 오빠에게 결과를 직접 물어볼 수는 없어.. 기사 작성 중인 최기자님께 슬쩍 물어보니 다행히 계시기는 안던져도 되나봅니다. ^^

마지막까지 계가가 안되었던 난전은 결국 온소진 사범님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자.. 이제 안조영 9단 vs 최원용 4단.. 의 제 4국.

드디어 구하고 구하던 선풍기가 도착했습니다.

선풍기 4대가 돌아가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찬물도 떠다 놓고.. 계시기 태엽도 감고.. 게시판도 원래대로 준비해놓았습니다.

4국은 아까보단 시원하게 치를(?) 수 있을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안조영 사범님과 최원용 사범님이 들어옵니다.

그들이 앞에 앉자.. 억! 선풍기 바람이 안옵니다.. ㅜㅜ

최원용 사범님.. (초면에 죄송하지만.. 바람을 막는 그 떡벌어진) 등판이 너무 밉습니다. 슬쩍 흘겨봤습니다만.. 이내 시선을 계시기로 옮겼습니다.

그러고보니 또 상반되는 두 남자의 대결 한 가운데에 떨어진 은하.

섬세한 안조영사범님과.. 안섬세한.. (아차! 선풍기를 가려서 이거 너무 편파적인 평가입니다..) 아니, 우직한 최원용 사범님의 대결.

사무실에서 넥타이를 메고 컴퓨터를 두드리며 일을 하는.. 그리고 취미는 피아노 연주 일 것 같은 남자와..

초록 바탕색의 테니스 장에서 라켓을 휘두르다.. 이온음료를 병채 들이킬 것 같은 남자가 한꺼번에 은하 앞에 있네요..

헤헤헤 ^^ (상상에 잠시 빠진 은하.. 날이 더우니 자꾸만 4차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대국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엄숙한 목소리로 대국 시작을 알렸습니다.

몇 수 진행도 하기 전에 10분을 다 써버린 두 사범님은.. 초읽기 3번 중에 2번마져 초반에 다 써버렸습니다.

개인의 승패와 더불어 팀의 승패가 걸린 대국이기에.. 더욱 신중하게 초반을 풀어가는가 봅니다.

덕분에 은하는 이후 1시간이 넘도록 '마지막 20초'를 숨가쁘게 불러대야 했지요.

대국은 안조영사범님의 승리로.. 홈팀인 한게임의 승..!

대국장 문앞에서 서성이며 초조하게 지켜보던 신성건설 선수들의 눈빛에 안타까움이 뭍어납니다.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복기..

어느새 목사범님까지 들어와 더욱 진지해진 복기는 끝이 날 줄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