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시골집을 내려갔을 때
벽장에서 꺼내어 본 오래된 앨범 사진 속
친구 상규는 하얗게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서 있다.
그가 죽은지 벌써 수 년이 되었지만
사진속의 젊은 그는 바로 내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어쩌면 그 호방한 웃음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죽음에 다다르기 몇 해 전 과는 다르게
너무도 생기있는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마치...
그가 아직도 현실속 어딘가에 함께 하고 있는 듯한 착각과
과거에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사진에서처럼 다정하게 함께 웃던 그 환한 미소와는 다르게
어쩐지 가슴 한 켠이 싸~해지면서 자그만 슬픔이 자리한다.

세상에 모든 것들은 진실이면서 허구이다.
눈에 비쳐지는 많은 것들은 현실인듯 과거이다.

환하게 비추는 저 보름달은
진공 우주의 바다 38만키로를 건너
1.3초의 시차를 두고 내 망막에 투영되고
시인의 표현처럼 가을 과실에 마지막 단맛을 들게하는 따사로운 햇살은
약 8분전의 것을 느끼는 것이다.
슬픔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눈빛을 내게 건네고
하이얀 병실 시트처럼 창백한 얼굴을 하고 상규가 죽던 그날 밤...
은하계의 한쪽 나선팔을 따라 회전하는 태양계를 넘어
우리 은하의 수천억개의 항성들속에서 빛났을 작은 별 하나..
그 별빛이 친구를 어두운  땅속에 묻고 몇광년이 지난 지금에야 달려와
보름달의 빛에 가리워 희미하게 내 동공을 자극하고 있다.
오랜시간 바래진 사진속에 그리운 친구의 모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