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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병 외통수에 걸리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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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바다를 보았다 하는가 [40]
결코 거부하는 법이 없다 군말조차 하는 법이 없다 다만 시퍼런 입술과 물결의 높이만으 로 그 보다 많이 드러낼 뿐, 사람들은 바다에 가서 바다를 보지만 바다를 본 적이 없다 그 심연 이 이루고 있는 암호를 도저히 해독할 재간이 없다 단지 겉으로 드러난 수평선과 노니는 바다 새 몇 마리로 읽어낼 뿐, 누가 바다를 보았다 하는가 ...[2008.12.12 조회수5434 추천16]
아코디언 [17]
비누처럼 미끈거리는 건반이 조용히 읊조리는 독백에서 실타래가 삭아터지듯 폐허로 끝난 다 잠을 깨니 늙은 바람이 불고 헬리콥터가 부르르 떨며 하늘을 날고 있었는데 뜻밖에 쿠바나 아 르헨티나로 가는 모양이다...[2008.12.12 조회수5216 추천15]
반성문 [28]
셀 수 없이 많은 길 위로 둥둥 떠다니는 무거운 짐들 내 눈으로, 머리로, 어깨로 흘러 들 어 왔 다 기억한다 사랑의 방 한칸 낮과 밤이 심장에 고여 어지럼증마저 몸에서 나가는, 반성문은 나와 내 새끼들 사이 두터운 징검다리, ...[2008.12.09 조회수5442 추천10]
시를 쓰다가 빈 깡통 속에 넣다  [19]
잠을 자지 않아도 내일은 오겠지 내일이 와도 또 오늘, 순환되지 않는 마른 선율이 흐른다 지우개로 쓱쓱 생각의 갈피를 지우면 글자의 각질이 비듬처럼 떨어져내린다 부르튼 살을 벗겨낸 것처럼 아픈 신음과도 같은 그것들, 젓가락으로 진공포장의 깡통 속에 하나 둘 조용히 집어 넣어본다. ...[2008.12.09 조회수5761 추천9]
바비런던 팝하우스에서 [21]
바비런던에 짙은 안개가 내린다 템즈강가에 어리는 외로움 한줄기 낚싯대가 된다 피 아 노 건 반은 물고기처럼 튀어오르고 취기는 말짱하니 걷힌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 은유의 밤 ...[2008.12.08 조회수6939 추천11]
황태에 대하여  [23]
얼었다 녹았다 녹았다 얼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남은 여정의 후렴 모진 겨울 바람, 거꾸로 매달려도 황태가 익어간다 노래처럼 익어간다 처음엔 후줄근한 죽음이어도 마를수록 빛나는 마지막 절창(絶唱)의 후렴은; 황태는 스스로 단련하여 황태임을 일으켜 세운다 거꾸로 매달린 채, ...[2008.12.05 조회수6204 추천13]
재즈에 관한 짧은 생각  [28]
재즈는 들으면 들을수록 참 희한해 세상살이가 힘겹다거나 허무할 때 허공을 축으로 가슴을 핧으며 위로해 주거던, 더듬어 껴안은 음색은 헐렁한데 느낌은 끈끈하지 빛의 그늘 같다고나 할까 혼자 가는 길처럼.... 녹슨 기억들이 우울한 밤을 깨우면 언어의 궁핍에 삐걱거려도 참아야 해 호마이카 탁자 위 술잔 비늘처럼 번들거리고 음악이 흐르면 고요가 불타고 시위를 하지 세상을 비스듬히 바라보기도 하고 혹은 창 밖, 별자리에서 모래사막을 찾기도 하지 ...[2008.12.01 조회수6079 추천11]
두부 [141]
두부는 텅 비어 있다 비어있으므로 늘 꽉 차있는, 두부는 밖이 없다 오로지 안으로만 부드럽게 진입하는 두부는 여전히 허전하고 허기진 ...[2008.11.30 조회수7174 추천11]
1mm  [25]
나의 여생 30cm 플라스틱 자(尺) 속에 있다 1mm 마다, 촘촘한 내 여생의 간격이 보인다 한 눈금씩 따라가다 어디서 갑자기 멈출 것인가 모래알 같은 1mm, 아슬아슬하게 끊어질듯 이어진다 거대한 사막 한 가운데 한 알의 모래 같은 1mm 눈금, 내 불연속의 짧은 생애 시간의 모래밭, 1mm 눈금 위에 있다...[2008.11.30 조회수5836 추천12]
새벽달 아래서 [10]
양철지붕 위로 둥근 달이 미끄럼을 타는 시간, 비틀거리며 골목에서 호주머니 속에 든 여러 장의 술값 영수증을 북북 찢어 날려버린다 영수증은 새 떼가 되어 훨훨 하늘로 날아간다 마음이 아파 아마 내일도 술을 마시게 될 것이다 밤마다 날려보내는 저 새들, 언제쯤 파편 되어 돌아올까 저 새벽달은 알지 모르겠다 ...[2008.11.28 조회수5828 추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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