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오로 홈페이지 오로광장 게시판에 지난 6월 3일 올라온 이강욱 8단의 '베트남 통신'을 뉴스란을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이강욱 8단은 바둑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에서 바둑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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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작년 9월 베트남 전국 바둑대회에서였다. 하노이 바둑선수(?)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본 나는, 그간 내가 알고 상상하던 베트남 바둑계의 모습과는 다른 그들의 모습에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으니...
첫째!!!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들의 강한 실력이다.-
그동안은 호치민 팀에서 우승을 독차지 했고, ‘아직은 하노이 팀의 실력이 걱정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는 호치민 선수들의 이야기도 그렇거니와 하노이에서조차 ‘아직은 우리의 실력이 약하니 그런 호치민을 이기기 위해 중국 유학을 다녀온다.’던 하노이 팀이었다.
사정을 알아보니 그동안은 호치민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베트남의 바둑 원로(?) 선생들의 독무대(?)였고 서서히 세대교체가 진행 되고 있는 과정에서 하노이 선수들이 세대교체 선두주자 대열에 서 있었던 것이다.
둘째!! -상상 이상이었던 하노이와 호치민 두 도시의 경쟁 관계다.-
양 도시 선수들은 말 한마디는 물론이요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 모습이었고, 하루 대국 일정이 끝나면 팀 별로 숙소로 돌아가 버린다.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지경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 사이를 이렇게 갈라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셋째!!! -내가 가르치는 호치민 학생들과는 정반대의 성향이다.-
호치민 선수들은 너무나도 말 많고 장난, 잡담도 심해서 시끄럽단 생각이 들 정도다. 이와 달리 하노이 선수들은 말도 없고 조용히 복기를 요청한 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경청하는 모습이라 은근 부럽게 느껴 질 정도였다.
▲ 차분하고 조용했던 하노이 팀과의 저녁식사
처음엔 나와 교류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 했지만, 제법 안면을 익힌 후 다시 만났던 지난 1월의 하노이 팀의 모습은 여전히 그러했다. (물론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그렇다)
전국대회 당시 매달 정기적인 하노이 방문을 약속했건만 비자 문제 등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약4개월 만에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는데...
사전에 방문 할 것을 알리고 하노이 바둑 클럽을 찾았건만 분명 내가 오리라는 것을 알았을텐데도 클럽은 무척이나 한산한 모습이었다. (흑흑 ㅠ.ㅠ)
호치민이었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며 난리(?)가 났을 상황인데 하노이는 너무나 차분한 분위기였다.
다음날은 장소도 바뀌고 새로운 학생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하노이에는 바둑클럽 외에 문화센터로 추정되는 큰 건물 안에도 바둑 둘 수 있는 공간이 형성되어있다. 호치민에선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바둑판 들고 카페등을 전전하며 마시는 찻값조차 부담스러워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없다. 크게 대조가 된다.)
▲ 호치민 카페에서 바둑두는 학생들, 일반 손님들과 함께 인 탓에 조용히 바둑을 두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환경이다
잔뜩 기대했던 방문이었다. 최대한 나를 이용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한 몸 불사르리라 하며 하노이를 방문한 내가 오히려 머쓱해지는 시간이었다.
호치민 사람들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나로서는 오히려 소외감이 들 정도의 분위기인 그들의 식사 시간 또한 생소했다. 시끌벅적 농담도 많고 내게 많은 이야기를 시키는 호치민 선수들에 비하면 하노이 선수들은 내게 별로 말도 걸지 않았다.
조용히 꼭 할 이야기만 하고 각자 식사에 열중(?)한다. 이렇듯 양 도시 사람들의 성향들을 경험하고 나니 이제야 그간의 쌓였던 의문점들이 해소 되는 느낌 이다.
▲ 문화센터로 추정되는 또다른 공간. 쾌적한 하노이의 바둑 환경이 정말 부러웠다
개방적이고 활발한 호치민 사람들과 좀 더 강한 자존심-베트남을 하나로 통일시켰다는- 베트남의 수도 출신이라는 자부심에 보수적인 하노이 사람들. 이 차이가 지난 사전답사 시 느꼈던 의문점에 대한 답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바둑 환경이다. 바둑 인구는 호치민시가 하노이시보다 월등하게 많을 텐데도 호치민 바둑클럽의 모습은 하노이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작고 초라한 모습이다.
“이런 열악한 곳에서 3시간씩이나 네게 바둑을 배우겠다고 먼 거리를 달려오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바둑인들이고 이들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호치민 바둑클럽을 방문하신 한 지인)
“호치민에는 이런 환경(바둑클럽)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비록 지금은 하노이 선수들의 실력이 밀릴지 모르나 이런 환경이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사실이고 이런 환경이 하노이 선수들의 실력을 보다 빨리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노이 바둑클럽에서 활동 중인 일본인)
위 두 분의 말씀이 현 베트남(하노이,호치민) 바둑계 상황을 단편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나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바둑만이라도 두 도시가 화합하여 환경이나 실력 모두 대등한 관계가 되어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며 실력을 향상시키고 세계적인 바둑기사도 배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3 년 전쟁을 한 남/북한도 적개심이 팽배한 데 수십년 동안을 총부리를 맞대고 동족간 피를 흘린 남/북 베트남에서 평화 통일이 아니라 무력 통일이 이뤄짐에 따라 상호간의 적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제력에 월등한 남부 베트남이 북 베트남에 점령당함에 따라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여전히 증오와 멸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오리와춤을
｜ 2011-06-05 오전 10:15:00 [동감1]
베트남과 한국을 잇는 가교, 중요한 일이지요.
바둑을 빌려 두나라의 마음들을 한테 묶으려는 님의 노력에 박수를 드립니다.
비록 지금은 크게 빛이 안나더라도
머지안은 장래에 님의 노력에 꽃다발이 쌓이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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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분하고 조용했던 하노이 팀과의 저녁식사 
▲ 호치민 카페에서 바둑두는 학생들, 일반 손님들과 함께 인 탓에 조용히 바둑을 두기에는 적합하지 못한 환경이다 
▲ 문화센터로 추정되는 또다른 공간. 쾌적한 하노이의 바둑 환경이 정말 부러웠다 
▲ 세대 교체의 선두주자들- 하노이 팀의 실질적인 에이스 팜안( Pham Anh) 
▲ 전국대회 당시 아쉽게 우승을 놓친 하노이 팀의 꾸왕(Quang). 세대교체의 중심인물 
▲ 마땅한 장소가 없어 카페에서 활동 중인 호치민 바둑 학생들 
▲ 비교적 차분한 느낌의 하노이 거리 풍경 
▲매주 일요일 어린이 바둑 지도 중인 하노이 바둑 클럽 
상식과상상
오리와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