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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대한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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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대한 목격
| 김수광 2011-08-23 오후 04:52 [프린트｜스크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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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념이 녹아 이글이글 타는 박정환의 눈. 전혀 상대에게 해롭지 않다. |
나의 두 번째 후지쯔배 출장이었다. 지난봄이 처음이었다. 후지쯔배 출장은 내게 일본 출장이란 말과 같다. 일본에 다른 일로 갈 기회는 거의 없다.
해외 출장은 때로 즐겁다. 일상이 반복되고 있을 때 기분을 전환하고 활력소 구실을 한다. 잦은 출장엔 몸이 축나지만 적절한 출장은 축복이다. 내 경우, 중국출장은 가면 갈수록 중국이란 나라를 잘 모르겠고 일본은 출장을 갈수록 좀 더 잘 알게 된다. 잘 모르게 되는 것이 나쁘고, 더 알게 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더 알게 되는 것이 나쁘고 더 모르게 되는 것이 좋다는 말도 아니다. 차라리 모르게 되는 것이 낫겠다는 심정이 들기도 하며, 일단 알아 두고 취사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그 어느 것이라 해서 도움이 되리라 확신하지 못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꼭 ‘도움이 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반드시 '도움'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 그러므로 나는 해외 출장을 가되, 알게 되는 것과 모르게 되는 것의 구분을 애써 무너뜨리고, 도움이 되지 않아도 좋은 이유를 스스로 만들어 후회하지 않으려 한다.
이번 24회 후지쯔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동일본대지진 때문에 연기됐던 이야기, 32강전부터 16강, 8강, 4강, 결승까지를 5일 만에 쉬지 않고 치르는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는 이야기 등은 기사에서 많이 다뤘으니 크게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래도 지진 이야기는 잠깐 해야 할 것 같다. 지진이 진행되던 3월의 일본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지진해일(쓰나미)의 피해를 당한 곳은 북동부(일본은 동북부라 표기하더군요)에 국한되었지만, 지진은 보다 넓은 지역으로 확산되었고 심지어 도쿄까지도 여진의 영향을 받았다.
더 무서운 것은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 손상으로 말미암은 방사능 유출이었다. 방사능의 힘은 국지적이지 않았다. 바람을 타고 일본 전역의 상공과 지면, 거기에 사는 동ㆍ식물, 사람, 물 그리고 바다를 오염시켰다. 그러곤 점차 세계로 조금씩 확산되었다.
4월에 어쩌면 후지쯔배는 연기되지 않고 강행되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중국과 한국 등 국가의 기사들은 일본으로 이동해야 했다. 일본이 국가적인 큰 슬픔에 빠져 있었지만 당시 전 세계로부터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들은 텅텅 비었다.
이것은 영화 백투더퓨처의 ‘백’에 불과한 얘기로, 현실에서는 다시 가볼 수 없는 과거다. 이번 후지쯔배는 연기되어 8월에 치러졌다. 개막식 없이 10일 바로 본선1회전(32강)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나는 언제 출국할 것인지 생각해 보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이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므로 최대한 늦게 그러니까 9일 오후에 떠나더라도 대회 취재에 지장은 없다(일정을 이렇게 빠듯하게 잡을 리는 없지만).
하지만 기자는 본선 시작 이틀 전인 8일 일본으로 떠나기로 했다. 한국기원관계자 그리고 선수단 일부와 동행하는 일정이었다. 일찍 출발하는 것은 장점도, 단점도 있다. 여유 있게 취재 준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빨리 도착한 만큼 좋은 취재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좋은 취재거리를 찾지 못하면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게 된다.
‘꺼리’는 풍부할 거라고 예상했다. 이번 후지쯔배는 기존과 달리 관서 오사카에서 열리기 때문이었다. 오사카는 한국 바둑이 그리 주목하지 않았던 곳이다. 일본 바둑의 중심은, 일본의 수도이자 성적 좋은 기사들이 몰려드는 도쿄 이치가야의 일본기원이다. 세계대회 후지쯔배도 도쿄에서 치러져 왔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장소가 갑자기 서쪽으로 옮겨졌다.
'꺼리'로 보면 이것은 기회였다. 오사카에 일본기원의 지부인 관서총본부와 그리고 일본기원과 일본 바둑계의 양대 협회 중 나머지 하나인 관서기원이 있으므로 지금껏 잘 다루지 않았던 이 장소들을 취재하면 되었다. ‘자, 이제 취재는 큰 문제 없겠지’
한국 선수단, 한상열 단장, 한국기원 이주배 차장과 그리고 다른 쪽 기자와 모인 시각은 8일 정오였다. 인천공항 아시아나편 K카운터에서 프로기사들이 한 명씩 시간 간격을 두고 나타났다. 대회에 한국은 모두 7명이 출전하는데 이날 선수는 최철한 9단, 박정환 9단, 강유택 4단 3명만 출국했다. 허영호 9단, 이영구 8단, 김지석 7단은 전날 7일 먼저 한국을 떠나 관서기원에서 입단한 윤춘호 초단과 합류했고 이세돌 9단은 9일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다 마치고 나자 시간이 들떴다. 2시 10분이 이륙시각이었고 40분 정도 남았는데, 무얼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해당 게이트 부근에서 서성이는데 강유택 4단과 마주쳤다. 강 4단도 마침 배회하던 중이었던 듯싶었다. 강 4단은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한 잔이 당겨서 같이 커피 파는 곳을 찾아보았다. 커피를 막 시키려는데 마침 박정환 9단도 같은 장소에서 줄을 서고 있었다. 셋이서 함께 씩 웃었다. 내가 커피를 쐈다. 기사들한테 ‘쏠’ 기회는 많이 없다.
탑승시각이 가까워져 왔을 땐 3명의 기사와 농담을 하면서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최철한 9단은 넷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인터넷서핑을 하거나 방송을 봤고, 박정환 9단은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나타나면 묘수풀이집을 손에 놓고 풀었다. 나는 주로 강유택 4단과 이런저런 이야기할 기회가 많았다.
강 4단은 이번이 후지쯔배 첫 출전이었다. 후지쯔배는 세계대회다. 신예인 강 4단에겐 단박에 날아오를 기회의 대회였다. 강 4단은 원익배 십단전 결승에서 이세돌 9단과 맞겨뤘고(준우승했다), 한국바둑리그 다승상을 받은 바 있으며 농신신라면배 대표가 된 대형 루키다. 단정한 옷차림, 겸손한 어조, 확신에 찬 표정. 얼굴에 어리는 약간의 수줍음은 그의 특징이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무리할 정도로 내성적이지도 않다.
그는 글 쓰는 게 직업인 나를 신기해했다. 바둑은 자신 있지만 분량이 얼마 되지 않는 글을 쓰는 데에도 그는 힘들다는 얘기를 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주다니. 배려가 고마웠다. 기자와 기사 간엔 생각보다 공통의 화제가 많지 않다.
난 무어라고 대답하긴 했는데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충 요지를 추려보면 “나 스스로 현실과 괴리된 측면이 있어서 내가 작성한 기사가 몽환적으로 변하지 않을까, 그래서 심지어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판타지로 써버리고 마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글을 향한 두려움을 얘기했던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웃을 만한 대답인지 심각한 성격의 것인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답하는 것인지 듣는 사람이 헷갈리거나 오해할 만했다. 또 질문의 요지를 꿰뚫는 똑바른 대답도 아니었으므로 금방 후회가 밀려왔다.
다행히 강 4단이 웃었다.
대화란 완전하기 어려운 것이라 믿는다. 대화는 나의 세계와 저만치 떨어져 존재하는 이를 둘러싼 세계의 영역이 만나거나 교차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즐거움과 미움, 감동, 시기, 기쁨, 환희, 불쾌함이 섞여 교감한다. 사람들은 이것을 매순간 시도하고 이것이 끊기면 좌절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척이나 어려운 걸 그와 수행해 나갔다.
강 4단의 휴대 전화 이야기도 했다. 아이폰을 쓰느냐고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나는, 마침 사이버오로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용 <오로바둑> 애플리케이션이 막 나온 터라 알려주려고 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강 4단이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그의 휴대 전화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피처폰이었다.
나는 이야기를 바꿔 어떤 스마트폰을 쓰면 좋을까 여러 정보를 줬다. 우습다. 나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 몇 개월 되지 않는데 감히 누군가에게 설명을 해 주겠다고 하다니 …
탑승 게이트 가까이에 앉은 최철한 9단은 넷북을 여전히 무릎에 들고 즐거워하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표를 들고서 길게 늘어진 줄로 다가서며, 일행 중 한명의 아이패드를 손에 높이 들고 그것으로 사진을 찍으며 깔깔대면서 서서히 여객기 쪽으로 진입했다.
일본에 도착했다.
오사카 관서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삼을 호텔까지 이동하기 위해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중 햇빛이 가장 강렬한 때를 지나 있었다. 선수들의 볼에 코 그림자가 길게 그어졌다. 얼굴을 하나씩 들여다보다 보니, 박정환 9단이 사라졌다. 아무 얘기도 없이.
'어, 어딜 갔지?‘
화장실을 갔나 했는데 오랫동안 오지 않는다. 솔직히 박 9단은 말수가 적은 편이어서 그런지 길을 잃은 것은 아닌지 불안해졌다.
박 9단은 버스가 출발하기 전 모두가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하얀 비닐 봉지를 들고 있었고, 봉지가 열리자 일행 모두가 실컷 마실 수 있을 만큼 음료수가 들어 있었다. 박 9단은 미소 지으며 음료수를 돌렸다. 박 9단은 미소는 짓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난 아무래도 동행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많은 것을 생각했다. ‘누가 우승할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저 세 사람부터 살펴보자.
최철한 9단, 박정환 9단, 강유택 4단. 언제 세계대회에서 우승해도 손색이 없는 기사들로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 차창 밖 하늘과 바다가 새파랬다.
계획과 달리 이날 바로 취재에 나서기는 힘들어 보였다. 숙소에 도착하자 금세 어둑어둑하다. 오사카의 지리에 밝은 이는 일행 중엔 한 명도 없었다. 기사들은 한큐인터내셔널 호텔로 갔고 나는 거기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신한큐 호텔에 묵었다.
밤에, 걸어다니며 주위 지리를 익혔다. 복잡했다. 지도는 별 도움이 안 됐다. 우메다 역 근처, '한큐산반가이'는 유명한 번화가였다. 거리는 휘황찬란했다. 지하철 부근엔 무명 여성 록커들이 스피커와 음향기기를 벌여 놓고 즉석 공연을 했고 지나가던 이들이 주위를 빙 둘렀다. 행인들도 대부분 젊은이들이었다.
본선1회전 전날 9일, 짜인 취재 일정은 없었다.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나에게 달려 있었다. 첫 목표는 대회장인 일본기원관서총본부를 찾아가 보는 것이었다. 호텔을 나서는데 구두 밑창이 위쪽과 벌어져 덜렁거렸다. 발을 조금이라도 높이 들면 밑창이 주르르 흘러내렸고 다음 걸음에 밑창이 접히어 밟혔다. 한국에서 낡아졌는데 하필 일본에서 망가져버린 것이었다.‘아휴 …’
호텔 앞 대형마트에서 새 것으로 하나 사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매장 멀찍이서 흘긴 눈으로 가격표를 살펴보았다. 나는 그길로 포기하고 돌아왔다. 대략 우리 돈으로 25만원을 훌쩍 넘기는 가격들이었다. 다행히 호텔에서 3분 거리도 안 되는 곳에 구두수선집이 있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지도를 들고서 알기 쉬운 지표만을 따라 걸으며 힘겹게 일본기원관서총본부에 도착했다. 많이 우회해 온 게 틀림없었다. 사실 그렇게 숙소에서 먼 거리가 아닌데, 질러가는 길을 안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따져보니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였다.
일본기원관서총본부의 간판은 아주 작아 찾기 어려웠다. 파이브아넥스라는 건물의 6층과 11층을 사용했다. 11층엔 프로기사들을 위한 대국실, 검토실, 응접실이 있고 6층엔 사무국과 일반 애기가들을 위한 바둑강의실, 서적코너 등이 있었다. 3층에서는 창 밖으로 지하철 레일이 보였다. 도쿄 일본기원보단 규모가 작았지만 깔끔하고 아기자기했다.
사무국 들머리에는 일본의 샛별 이야마 유타 9단의 전신 피겨가 먼저 반긴다. 피겨는 주먹 크기만한데, 웃고 있다. 이야마 9단은 이곳 관서총본부 소속이었다. 사는 곳도 지하철로 몇 정거장 거리에 있다. 서적코너엔 이야마 9단의 사진이 눈에 띄게 표지에 박힌 책부터 배열되어 있었다. 이야마 9단은 일본의 자랑이기도 하지만 그중에서도 관서총본부가 가장 자랑하는 샛별인 듯 보였다.
한국 선수 7명 모두에게 오사카, 일본의 서쪽은 익숙지 않은 곳이었다. 관서기원에서 입단한 윤춘호 초단은 한국 선수들의 귀와 입이 되어 주었다. 대체로 윤 초단과 선수단은 저녁밥을 같이 먹었다. 이세돌 9단은 일본에 오면 '코코이치방야'를 찾는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카레전문점인데 정말 어딜 가나 눈에 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도 이 9단이 카레마니아라기보다는 입에 맞는 음식을 찾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32강전이 벌어진 10일 허영호 9단, 이영구 8단, 강유택 4단 3명의 한국 선수가 탈락했다. 강 4단은 최대 난적 중국 씨에허 7단을 만나 패했다. 한국기사에게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기사인 만큼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아쉬웠다. 이영구 8단은 졌지만 시원하게 웃었다.
누군가 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 승부 세계의 정해진 이치다. 패배는 있을 수밖에 없으니 준비해야 한다. 이 8단의 웃음이 보는 이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지난해 포항에서 열렸던 한중천원전에서 라이벌에게 쓴 패배를 당한 천야오예 9단이 생각났다. 당시 천야오예 9단은 라이벌로 지목되면서 결코 지고 싶지 않았던 상대 박정환 9단에게 1-2로 패배했다. 바둑을 지고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기사는 처음 봤다.
그는 겨우 복기를 이어갔다. 바둑판에 혼절해 쓰러질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천야오예 9단은 그날 밤 관계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낯빛이 밝았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오늘 패배가 견디기 어렵지 않으냐?” 묻자 그는 “나는 젊고, 대국해야 할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계속 괴로워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대답했다. 대국장에서와는 완전 딴 판이었다.
후지쯔배에서 패배의 쓴잔을 들이켠 한국 선수들이 그랬다. 패배의 고통이 심했지만 이겨내고 웃었다. 물론 바둑에서 지면 그 순간은 힘들지만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영영 주저앉을 수도 있다.
나는 생각한다. 모름지기 프로 수업을 받는 학생들 모두가 패배를 견뎌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더 멀리 날기 위해 그 연습을 하는 거라고.
같은 날 콩지에 9단과 이세돌 9단 등 전기 우승 준우승자들은 순항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콩지에 9단이나 이세돌 9단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다. 아니 지난번처럼 결승에서 만날지도 몰라… 라는 추측이 더 컸다.
32강에서 가장 늦게 끝난 판은 일본 이야마 유타 9단 대 중국 구리 9단의 대국이었다. 이야마 9단은 초반부터 패색이 짙었던 바둑을 역전시키며 구리 9단을 본선1회전 탈락시켰다. 관서총본부가 술렁였다.
이야마 9단은 이 대회 최고의 화제였다. 물론 한국보도진들에겐 한국의 성적이 가장 관심이었지만 이야마 9단의 선전은 과연 신선했다. 일본은 해마다 열리는 권위있는 기도상 시상식에서 수년째 국제상 부분 수상자가 없다. 장쉬 9단도 국제무대에서 괜찮은 성적을 못낸 지 오래고, 야마시타 게이고 9단 같은 이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이야마 9단이 사카이 히데유키 8단과 더불어 8강에 진출한 것은 일본에 큰 힘이 됐다. 그토록 일본 바둑팬들의 기대를 받았던 이야마 9단이 세계대회 8강 성적이 생애 처음이라니 … . 이야마 9단은 나중에 4강까지 올랐다. 그때 일본이 그렇게 들뜬 모습을 오랜만에 봤다.
기사를 다 쓰고 나면 밤마다 걸었다. 호텔은 아주 시설이 좋았지만 왠지 답답했다. 밖은 여름밤의 열기와 습기가 대단했지만 그래도 답답하진 않았다.
거리에는 술집 호객용안내지를 들고 걷는 이를 붙드는 청년들, 아주머니들 그리고 음식점 앞에 서서 손님을 모으는 20대 초반의 아가씨들이 외치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빠찡코 가게도 성황이었다. 유리문 안쪽으로 넥타이를 매고 서류 가방 같은 걸 자신의 의자 옆에 내려 놓고 빠찡코 기계와 씨름하는 이들이 보였다. 가끔 문이 열리면 굉음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다 문이 닫히면 그쳤다. 나는 '돈키호테'라는 거대한 편의점에서 물만 사들고 거리를 지나 호텔로 돌아왔다.
16강전이 진행되던 11일엔 속보를 쓰다 말고 관서기원에 다녀왔다. 관서기원까지는 지하철과 도보를 포함해 20분 정도 걸렸다. 이세돌 9단이 빠른 시간 안에 승리했는데 다녀와 보니 이미 대국이 끝나 있어서 속보도 늦었다.
그래도 관서기원엔 꼭 가보고 싶었다. 앞으로 다신 올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관서기원 옆으로는 아름다운 강이 흐른다. 마침 본선대국실에선 프로기사들이 대국 중이었다. 1층에선 후지쯔배 공개해설회가 열리고 있었다. 넓지 않은 장소였고 관객석에 빈 자리는 거의 없었다. 윤춘호 초단은 프로기사인 여성 진행자의 미모를 칭찬했다. 급하게 돌아보고 오느라 사진만 찍었지만 가보지 않았다면 관서기원은 여전히 막연한 이미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13일 4강전, 의미심장한 한-일전이 펼쳐졌다. 8강에서 이세돌 9단이 치우쥔 8단에게 져 떨어지면서 한국은 박정환 9단 1명 만이 생존했고, 오랜만에 세계대회 도약을 꿈꾸는 일본의 기대를 어깨에 걸머진 이야마 유타 9단이 격돌했다. 나머지 한판은 중국기사들끼리의 대국이었다.
한국팬들은 댓글을 통해 지난 밤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이 얼마나 졸전을 펼쳤는지 성토하고 있었다. 이세돌 9단과 윤춘호 초단도 축구 중계를 보면서 재미로 최종스코어 맞히기 내기를 했는데 한국이 대패하자 속만 터졌다.
축구에서 이긴 일본은 난리도 아니었다. 청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무언가 외쳐댔다. 축제 분위기였다.
참혹한 축구 패배와 맞물려 후지쯔배 4강 한-일전이 벌어진 거였고, 사이트에선 축구에서 당한 걸 대신 설욕해달라는 식의 응원도 나왔다.
박정환 9단은 대국 초반 고전했다. 그대로라면 지는 것이었다. 한국 보도진은 불안했다. 일본까지 왔는데, 한국 선수 중 한 명도 결승에 못 간다면 정말 김새는 일일 것이었다.
박 9단은 승부로 나왔다. 흔들기를 펼쳤는데 조금씩 통했고 나중엔 완전히 주도권을 쥐었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박 9단은 불계승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조용히 복기했고 조용히 대국장을 떠났다.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했다. 4강이라 인터뷰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4강은 좋은 성적이지만 한국에서 1명의 선수만이 남은 상황에서 박정환 9단은 우승까지 해내야 했다. 애초의 목적이기도 했다.
이야마 9단은 지고도 인터뷰 세례를 받았다. 여태껏 억눌려왔던 일본의 갈증을 그가 풀었다. 세계대회 4강 기록은 3년만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그에게 “중반까지 유리했었기에 아쉬움이 크겠다”고 말을 건넸더니, 그가 소리 없이 웃으며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의 이야마 9단은 한국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맥없이 지던 일본에 이야마 9단 같은 훌륭한 젊은 강자도 있다는 존재감을 알렸다.
이번 후지쯔배가 진행될 때 한국에서 조훈현 9단은 이야마 9단의 바둑에 관심을 보였다. 대한생명배 어린이국수전에 참석했던 조 9단은 시간이 날 때면 일부러 노트북이 있는 곳을 찾아 이야마 9단의 바둑을 유심해 지켜봤다. 조 9단은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마 9단의 바둑을 친히 해설해 주기까지 하며 “이야마는 다른 일본 기사들과 수읽기가 다르다”면서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후지쯔배 4강의 면면은 새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막으로 비쳤다. 한국 박정환 9단, 일본 이야마 유타 9단, 중국 치우쥔 8단과 장웨이지에 5단.
이세돌 9단, 구리 9단, 콩지에 9단 등 세계대회를 번갈아가며 차지하던 세계바둑의 ‘지붕’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많은 세계기전이 다 그러한 양상은 아니지만 세계 바둑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한국기자단이 좀 미안해한 기사가 있다. 장웨이지에 5단이다. 지명도가 높아진 지 오래된 기사는 아니지만 엄연한 중국 명인이고, 이번 대회에서 바둑도 좋은 내용을 많이 보여줬는데 스포트라이트를 상대적으로 덜 비췄다.
힘이 굉장히 좋다고 느꼈다. 거의 모든 판에서 그는 대마 추격전을 벌였는데 대부분 성공했다. 특히 씨에허 7단에 대마를 잡은 것은 가히 장관이었다. 명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의 바둑에서 감지하게 된다.
결승전을 앞두고선 푹 자기로 했다. 결승전엔 취재량이 늘어난다. 대국의 무게감을 반영해 속보 올리는 간격도 더 좁힐 심산이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상당히 피곤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국 시작 시각이 11시여서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5일 연속으로 본선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국자들의 피로도 극도로 심각한 상황일 것이었다. 하루쯤 쉬고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히 바랐던 순간이 이때였다. 나중, 우승자 인터뷰 때 박정환 9단도 “지금 하고 싶은 것은”이란 질문에 “쉬고 싶다”고 답했다.
14일 결전의 아침, 아니 아침과 점심 사이 11시 조금 못 된 시각 박정환 9단이 큰 키에서 나오는 큰 걸음으로 대국실에 입장했다. 종이컵에 물을 한 잔 따라마시더니 지그시 바둑판을 바라본다. 십 여개의 카메라 렌즈가 그를 겨냥하는데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했다. 박 9단은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바둑판으로 완전히 떨구었다가 다시 정좌했다. 이윽고 중국기사들이 나타났다. 장웨이지에 5단은 3위결정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가고 치우쥔 8단이 이쪽으로 왔다. 치우쥔 8단은 좌우로 몸을 크게 휘청거리며 걷는다. 자리에 앉더니 얼굴을 있는 힘껏 찡그린다. 본선 내내 보여주던 모습이다.
박 9단은 치우쥔 8단의 동작 하나하나를 주시했다. 박 9단은 바둑판을 응시하다 이따금 상대를 봤다. 상대를 보는 시간은 지극이 짧은 순간인데도 눈동자에 빛이 어리고 섬뜩하다.
치우쥔 8단은 상의를 벗어 자신의 의자에 걸치더니 다시 앉았다. 치우쥔 8단은 일본 기사들 사이에서는 ‘끈기의 화신’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치우쥔 8단은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추격한다. 신형에 밝은 것은 지독한 연구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 9단도 바둑연구 하면 질 사람이 아닌데, 공교롭게도 좌상에서 신형 변화가 펼쳐졌다. 여기서 박 9단은 약간 실수를 한다. 다소 느슨했다. 느슨함은 곧바로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차이를 끝까지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진다. 짙은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노트북으로 속보를 쓰는데 인터넷이 너무 느렸다. 일부 기자와 바둑TV PD는 호텔로 가 파일을 전송하거나 송고하고 왔다. 호텔도 그리 인터넷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이런 때면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 감사하게 된다.
일본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강렬한 햇볕이 도로의 자동차 지붕을 데웠고 길을 걷는 이들은 축축 처졌다. 곳곳에 더위로 누가 죽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근래 박 9단은 슬럼프를 겪었다. KBS바둑왕이 되었을 때 그는 무적이 된 듯 했는데, 갑자기 어두운 터널을 만난 것이다. 4월에서 6월사이엔 7연패를 하기도 했었다. 딴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러다 진구렁을 빠져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박정환 9단은 두터운 바둑을 구사한다. 그는 언젠가 "두터움이 있으면 왠지 지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두터움으로 실리 차지, 공격에 두루 활용하는데 그 운용이 창조적이다.
박 9단은 우변에서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용 3마리가 공중으로 솟으며 얽힌 듯한 싸움에서 백의 양곤마를 꾸짖었다. 급기야 하변 백은 죽음 직전까지 갔다.
유튜브와 더불어 각광받는 유스트림에서는 대국자의 숨결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했다. 유스트림 속 두 대국자는 흐릿하게 보이는데,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절벽 끝까지 내몰렸던 치우쥔 8단은 1선 묘수를 내며 기적처럼 살아났다. 치우쥔 8단의 본 모습이었다. '치우쥔 공포'가 되살아났다. 직선으로 잡으러 가다 실패한 박정환 9단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박 9단은 알 수 없는 템포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들기의 시작이었다. 하변에서 좌변에서, 좌변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전투가 벌어졌는데 그 모든 접전에서 박 9단은 성공을 거두었다.
이윽고 후반, 박 9단이 좌변에서 중앙으로 이어진 거대한 백 대마의 숨통을 끊었고 바둑도 막이 내렸다.
기자들은 일제히 대국실을 향해 달렸다. 일본 케이블 방송 '바둑 ㆍ 장기 채널', 요미우리 신문, 주간고에서도 취재 경쟁을 벌였다. 일본 언론은 박 9단의 나이가 18살밖에 되지 않는 데 주목했다. 현재 세계 최강이라 할 이세돌 9단이 후지쯔배에서 첫 우승할 당시 19살이었는데, 그보다도 어렸다. 후지쯔배 사상 최연소 챔프의 등극이었다.
박 9단은 후지쯔 우승컵을 들고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카메라가 많아 오랫동안 들고 있어야 했다. 우승컵이 무거워 점점 손이 밑으로 내려가자 부끄러워하며 웃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누군가가 이세돌 9단과 박 9단을 비교해 달라고 하자 그는 "나는 이세돌 9단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스스로 낮추었다.
이날 새 제왕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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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앤 |
｜ 2011-08-24 오전 12:2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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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목적이 사건의 결과를 신속, 간결, 정확하게 전달하는 일반기사는 아니므로 이렇게 주변의 얘기거리들을 모아 따뜻한 글로 표현해 주시니 무척이나 감사합니다. 본인과 강유택4단과의 대화내용과 본인이 걱정하는 몽환적인 표현등등 가슴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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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고생 |
｜ 2011-08-23 오후 11:1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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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무척 잘 쓰시는군요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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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오마레 |
｜ 2011-08-23 오후 10:4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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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의 히말라야 8좌 등정의 첫 고지 등정을 지켜봤으니
가히 위대한 목격이라 할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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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오마레 |
｜ 2011-08-23 오후 10:3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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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에 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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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by56 |
｜ 2011-08-23 오후 10:1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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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내용전달 위주의 글만 보다가 이런 감정이 실린 글을 읽으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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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구 |
｜ 2011-08-23 오후 7:1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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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글솜씨가 좋네요. 그런데 제목에서 위대한이란 단어를 쓴 것은 좀 인플레가 되었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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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hj0071 |
｜ 2011-08-23 오후 6:5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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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취재스토리입니다...프로기사들의 바둑관, 집념, 열정과 인간미, 성격,습관,인간관계,,,,등등을 알리는 무진장 재미난 기사라 단숨에 읽었어요..수고에 감동의 마음을 보냅니다. 여지껏 처음보는 컨텐츠 기사?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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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물국수 |
｜ 2011-08-23 오후 6:4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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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잘 읽었습니다.
마치 속삭이는 말투가 연상되는... 몽환적인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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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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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람 걸음걸이에 따라 구두가 먼저 닳는 부분이 다르다네요. 아~ 당연한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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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승 |
｜ 2011-08-23 오후 6:1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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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뉴스 보도 외에 현장에서 바둑 기자가 겪은 체험담을 쓴 이런 수필류의 기사도 좋네요. 바둑 주변 얘기들을 접할 수도 있고..
앞으로 종종 이런 형식의 글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글 중간 중간에 이미지도 삽입하고, 한 번에 읽기 편한 분량으로 나누어서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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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승 |
｜ 2011-08-23 오후 6:1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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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입니다. 주요 에피소드만을 압축해서 스토리를 전개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네요. 글이 너무 길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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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희눈꼽 |
｜ 2011-08-23 오후 5:45: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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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광 기자, 쭈욱 봐온 바 참 성실합니다. 능력도 있고... 대기자가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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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애 |
｜ 2011-08-23 오후 5:30: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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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고맙습니다.
박정환9단, 그대는 날카로운 눈빛이 보배군요. 이 날카로운 눈빛 언제까지나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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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abyu |
｜ 2011-08-23 오후 5:2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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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내용의 기사인데, 사설이 너무 기네요... 마치 소설책을 읽은 듯한 느낌... 여하튼,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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