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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국에서 정관장 홍민표(오른쪽)가 질 수 없는 바둑을 역전패한 다음 허탈해하고 있다. |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
첫날 두 판의 대역전극...포스코켐텍VS정관장 1승 1패
야구공이 둥글다지만 바둑알도 둥글다. 두 경기가 가진 공통적인 매력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전도 가끔 있는 일이어야지 너무 잦으면 싫증이 난다. 그 점에서 이날 벌어진 동시 역전극은 짜릿하다기보단 실망스러운 내용으로 비쳤다.
5월의 마지막인 31일,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4라운드 2경기 첫날 대국에서 두 판의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밤 11시가 지나 거의 동시에 끝난 두 대국에서 1국은 정관장 이원영의 대역전승. 하지만 2국에서는 포스코켐텍 한상훈이 홍민표를 상대로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거두면서 양 팀은 피장파장, 1승1패를 기록했다.
▲첫날 1국(왼쪽.안국현-이원영)과 2국(홍민표-한상훈)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는 스튜디오. 원래대로 라면 승자는 안국현, 홍민표가 돼야 했으나 막판에 모두 뒤집어졌다.
"수없이 이길 기회가 많았는데 다 놓치니 이런 결과가 오죠"
1국에서 안국현이 크게 우세한 바둑을 역전패하자 유창혁 해설자의 입에서 탄식하듯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국가대표 감독의 입장에서 랭킹 상위권의 안국현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핀잔과 실망이 섞인 멘트였다.
하지만 옆의 판에 비하면 이것은 약과였다. 한상훈-홍민표가 마주앉은 2국은 일찌감치 한상훈이 너무 망해서 중반 이후에는 검토도 하지 않은 채 종국만을 기다리던 바둑이었다. 하지만 이 판도 홍민표가 수없이 이기는 길을 외면하면서 결국 한상훈의 대역전승. 1국에 가려 드문드문 방송을 탔기에 망정이지 유창혁 해설자가 제대로 봤다면 1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한 소리가 나왔을 법한 내용이었다.
이날 대국의 당사자인 안국현과 이원영의 랭킹는 각각 19위와 24위, 한상훈과 홍민표는 29위와 38위였다. 한마디로 우리 바둑의 허리층이라 할 네 명의 선수가 동시 출전한 것인데 보여준 내용이 빈약했다. "이게 우리 바둑의 현실이죠" 지켜 보던 정관장 김영삼 감독의 입에서도 자조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 <제1국>안국현-이원영. 안국현이 중반 들어 좌변 패를 결행하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았으나 우하귀 이원영의 노림을 간과한 탓에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박상돈 심판위원이 "반면 8집, 흑 1집반승이 맞죠(?)"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 <제2국>홍민표-한상훈. 직전 경기에서 시간패를 당했던 홍민표가 상대 전적의 우세(3승1패)를 발판으로 일찌감치 질레야 질 수 없는 형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바둑을 복잡하게 만들면서 자꾸 얽혀들어 간 것이 패인. 홍민표는 계가에 착오가 있었는지 2집반 패배를 확인하고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승리로 8개팀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4승 고지를 밟은 한상훈(26.포스코켐텍 4지명). 지난 시즌 4승7패로 부진했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시즌 초반 3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밀려난 정관장과 1승2패로 6위에 처져있는 포스코켐텍의 피할 수 없는 하위 탈출 전쟁이 시작됐다. 이 경기를 지면 정관장은 4패, 포스코켐텍은 1승3패가 되면서 암담한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야 하는 만큼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포스코켐텍은 주전 5명중 3명(목진석 조한승 김주호)이 30대라 '생활전사팀'으로도 불리고 있는 노장팀. 김성룡 감독은 이들의 생계형 투지와 노련함에 기대를 걸었지만 아직은 제몫 이상을 하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목진석, 김주호가 1승2패, 심지어 주장 조한승은 3패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중국리그에서 3승1패를 거두고 있는 조한승이 첫승을 거둬주는 것. 둘째날 5국에서 정관장의 김정현과 대결하는 조한승의 선전 여하에 따라 팀의 운명도 결정될 전망이다.
▲둘째날 3~5국에 나란히 출전하는 목진석 김주호 조한승. 사진 왼쪽부터의 순서 그대로다.
시작 때만 해도 우승후보로 꼽혔던 정관장도 주장의 부진에 애를 먹고 있기는 마찬가지. 나현은 다른 기전에서의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인데 KB리그에선 내리 3패를 당하고 있어 김영삼 감독의 속을 끓이고 있다.
정관장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2지명 김정현이 2승으로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 만약 둘째날 4국에서 나현이 기대했던 첫 승점을 올려 주고 5국에서 김정현마저 승리한다면 정관장은 잘못 꿰인 단추가 일거에 풀리면서 단번에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관장의 원투 펀치 김정현과 나현. 이 조합이 정상 가동된다면 정관장도 남부럽지 않게 강팀의 면모를 찾을 수 있다.
8개 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챔피언을 가리는 2014KB국민은행바둑리그의 상금은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천만원, 4위 3천만원. 매 대국 승자 4백만원, 패자 7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되며 1지명에겐 40만원의 출전 수당이 별도로 주어진다. 생각 시간은 속기 10분, 장고 90분.
[사진ㆍ기사제공ㅣKB리그운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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