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오로의 최고급 브랜드 ‘우스꽝’

 2009년 6, 7월 바둑계에는 유래 없던 태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바로 한국랭킹 1위, 이세돌 9단의 휴직파동이다. 시시비비를 떠나 명실 공히 세계최강인 그의 바둑을 당분간 볼 수 없다는 게 바둑팬들의 공통된 아쉬움이었다. 프로와 아마를 막론하고 바둑을 두지 못하는 고통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공식대국에 나서지 않는 이세돌 9단이 이참에 사이버오로를 접수(?)하러 인터넷 바둑세계로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아무튼 충분히 충전한 뒤 진정한 1인자의 풍모로 돌아올 날을 기대해 본다.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 최철한 9단은 한국바둑을 대표하는 3인이지만 공교롭게도 3명 모두 인터넷바둑은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버 공간은 빡빡한 공식대국 속에서 가끔 머리를 식히는 곳이지 진검승부의 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모니터 앞의 면벽수련은 취향이 아니라고 느끼는 건지.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에게 인터넷바둑사이트는 제2의 기사실이자 연구실이다. 공식대국이 없을 때에는 이곳에서 속기바둑으로 승부감각을 유지하고 단련한다.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교류하거나,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신수들을 테스트해 보며 그 폭발력을 실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프로9단들도 두려워하는 무시무시한 1조 연구생들과 승부의 최전선에서 칼을 가는 젊은 프로기사들이 득실대는 사이버바둑세상의 최강자는 누구일까?

세계 1인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세계타이틀을 몇 개 가지고 있느냐가 제일의 기준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사이버오로에서 최강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월간랭킹 최강전 우승자를 말한다. 지난 6월 랭킹최강전 우승자가 가려진 뒤 보도된 기사의 일부분을 보자.

“창검이 난무하는 32강 서바이벌 게임, 엄청난 내공을 지닌 바둑고수들조차 단 한번 우승하기가 쉽지 않다. 사이버오로의 왕별★스타 '우스꽝'이 랭킹전 '5회 우승'의 신기록을 달성했다. 6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 동안 열린 2009 6월 랭킹최강전 결승3번기에서 '우스꽝'이 '꿈을향해서'를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해 우승상금 300만원을 손에 쥐었다. 월간 랭킹전 통산 5회 우승이며, 이 기록은 오로 랭킹전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우스꽝은 7월 랭킹최강전전에서도 오제자를 상대로  2:0으로 우승하여 현재는 통산 6회 우승을 기록하고 있다.)

우스꽝스러운 대화명이지만 우스꽝스럽기는커녕 찬탄사만 연발하게 되는 우스꽝 7단★. 전무한 5회 우승 기록에서 보듯 그는 사이버오로 세계에서 이창호 9단에 필적하는 스타이다. 10초 바둑에 관한 한 모든 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한수 위로 쳐주는 그다. 7월 초 한가한 오후에 홍익동 한국기원 4층 기사실에서 우스꽝을 만나보았다. 이전에 몇 번 보고 느낀 우스꽝에 대한 이미지는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의 주인공 캐릭터(그림)였다. 언제나 귀엽고 어린 느낌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가까이 마주앉아 보니 18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맑은 눈매와 웃음이 순수해 보이는 어엿한 청년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