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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E&M 2지명 이지현이 신안천일염 주장 이세돌을 꺾고 큰 위기에 몰릴 뻔 했던 팀을 구했다. 이세돌에겐 7전 7패를 기록한 후 여덟번 만에 거둔 첫 승리였다. |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신안천일염-CJ E&M, 첫날 '장군멍군'
첫날부터 심상치가 않다. '신안천일염이 우세할 것'이라는 대다수의 관측이 살짝 빗나갈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정규시즌 2위팀 신안천일염과 정규시즌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한 CJ E&M. 두 팀의 플레이오프 1차전 첫날 경기가 24일 오후 1시 바둑TV에서 벌어져 쌍방 1승씩을 가져갔다. 단판으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와는 달리 플레이오프는 총 3차전, 휴일 없이 6일 연속 진검승부가 펼쳐진다. 물론 어느 팀이 2연승하면 그것으로 끝난다.
스타트는 신안이 기분 좋게 끊었다. 기선 제압이 걸린 중차대한 1국에 양 팀 감독들은 약속이나 한 듯 5지명을 출전시켰고, 이 동급 대결에서 이호범이 강승민을 꺾고 선제점을 올렸다. 두 팀 중 최소 한 팀은 상위 지명을 내보낼 것이란 추측이 많았던 만큼 양 팀 모두 5지명을 낸 것은 뜻밖이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중계석의 유창혁 해설자는 "두 선수가 강자들에게 강한 면모가 있는 만큼 '응수타진'의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는데 감독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신안천일염 이상훈 감독은 "우리 팀은 이세돌 선수는 어차피 장고대국에 출전하지 않으니까 네 명 중 골라야 하는데, 정규시즌에서 가장 장고판 출전이 많은 이호범(4승2패)이 적합하다고 봤다"라고 말했고, CJ E&M 윤현석 감독은 "이호범을 예상하고 상대전적에서 앞선(1전 1승)강승민을 출전시켰다'고 밝혔다.
▲ 제1국(장고). 올해 성적이나 40위권을 넘나드는 랭킹이나 큰 차이 없는 5지명 간의 선봉 대결. 강승민이 우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근소한 우위를 잡았으나 이후 이호범의 역습에 크게 흔들렸다. 여러 차례 '열'을 부를 뻔한 순간에 허겁지겁 착점하는 모습을 보였던 강승민은 결국 거꾸로 대마가 잡히며 166수 만에 항복.
애써 준비한 '맞춤 오더'가 실패로 돌아가자 윤현석 감독은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하지만 이미 이지현에게 출전 준비를 시킨 상태. 윤감독은 번복 없이 당초 생각을 밀고 나갔고, 기다렸다는 듯 신안의 이상훈 감독은 최강의 이세돌 카드를 내놓으며 압박을 가했다.
상대 전적 이세돌의 7전 7승. '저승사자'나 다를 바 없는 이세돌을 상대해야 하는 이지현의 처지는 바람 앞의 등불 같았다. 방송에선 "CJ E&M으로선 최악의 선택,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는 송태곤 해설자의 멘트가 곧 다가올 이지현의 운명을 암시하듯 흘러나왔다.
바둑 내용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이세돌 특유의 '선 실리 후 수습' 작전이 빛을 발하면서 종반으로 접어든 시점에선 이세돌의 승리가 낙관시되던 상황. 한데 이 즈음부터 골인을 앞둔 이세돌에게 수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하쪽 상대가 젖혀 패로 버티는 수단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본체인 중앙 대마를 소흘히하는 난잡한 기류를 타고 만 것이다.
결국 대마는 간신히 두 눈을 내고 살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세돌이 당한 피해는 말 그대로 피눈물나는 것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던 이세돌의 역전패. 마치 사망 선고를 기다리던 망자(亡者)가 벌떡 일어나 저승사자를 쓰러뜨리는 것 같은 놀라운 일이 반상에서 벌어진 것이다!
▲ 내심 2-0을 기대하면서 이세돌을 필승카드로 내밀었던 만큼 이 패배는 신안천일염에게 큰 충격으로 와닿았다.
사진은 계가 직전 이세돌이 돌을 거둔 다음 신안천일염 이상훈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복기하는 장면. "여기(우하귀) 버텨오는 게 갑자기 신경쓰여서..." , "차이가 제법 나던데(?) 한 5집반(?)" 등등 하이 옥타브의 감상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같이 1승씩을 주고 받았어도 1국과 2국은 무게감에서 비교가 안 된다. 조금 전까지 이세돌의 승리를 믿고 웃음꽃을 피웠던 신안천일염 검토실은 졸지에 찬물을 뒤집어 쓴 얼굴들이 됐다. 반면 CJ E&M 검토진은 천길 바다 밑에서 용왕님을 보고 온 사람들처럼 들뜬 가슴을 애써 진정하는 분위기. 단 한 판의 승부가 가져온 결과는 이처럼 극과극, 천양지차였다.
▲ 준플레이오프에서 윤준상에게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는 등 포스트시즌에 와서 기세와 행운이 따라주는 이지현. "이세돌 사범님한테는 그동안 줄곧 져왔기 때문에 한번 설욕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질 줄 알았던 제가 이긴 만큼 내일 팀이 3-2 정도로 이겨주지 않을까 합니다" 라는 소감을 말했다.
양 팀은 25일 속행되는 3~5국으로 1차전 승부를 결판낸다. 승부의 중요한 고비가 될 3국에 신안안천일염은 3지명 목진석을, CJ E&M은 주장 강동윤의 출전을 예고했다. 상대 전적은 7승3패 강동윤의 우위.
2015 KB국민은행 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포스트시즌 순위에 따라 1위 2억원, 2위 1억원, 3위 6,000만원, 4위 3,000만원. 매 대국의 오더는 1국은 개시 2시간 전에, 그 외는 앞 대국 종료 후 10분 안에 제출해야 한다.
▲ 유창혁 해설자가 "바둑리그의 사나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신안의 아이콘 이호범.
▲ 강승민은 1분 초읽기에서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최명훈 해설자로부터 "실전 부족이 아니냐"는 소릴 들었다.
▲ '포스트시즌에서 챔피언이 되려면 어느 한 선수가 미쳐줘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이지현이 그런 선수가 될 수 있을까.
▲ 내심 부담이 만만찮았던 것일까. 평소와 달리 시종 긴장된 얼굴로 대국에 임했던 이세돌.
▲ 포스트시즌에서의 1국(장고)은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 별실에서 복기하듯 진행된다. 이날은 최명훈 국가대표팀 코치(오른쪽)가 최유진 진행자를 사이에 두고 유창혁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KB리그는 이번이 첫 해설.
KB리그 운영본부가 제공한 사진과 글을 사이버오로가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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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타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