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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국 주장 대결에서 박정환이 120수 만에 나현을 불계로 제압했다. 박정환은 6월에 중국리그에서 거둔 4승이 보약이 되어 랭킹 1위 수성에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
박정환, 주장 대결 승리, 정관장은 2국 가져가…양 팀 첫날 1승1패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6라운드 1경기
“앞이 보이지 않네요…”
박정환이 중앙 흑 일단을 턱하니 씌워가자(108수) 정관장 검토진에서 신음과도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박정환을 상대로 부담없이 싸워줄 걸로 기대를 모았던 나현이 다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정관장은 2국 퓨처스리거 대결에서 이형진이 승리하며 실속 면에서 괜찮은 성과를 얻었다.
26일 서울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 6라운드 1경기 첫날 대국에서 티브로드의 주장 박정환이 정관장 주장 나현을 120수 만에 간단히 불계로 제압했다.
하지만 2국 퓨처스리거 대결에선 정관장 이형진이 윤찬희에게 승리, 양팀은 1승씩을 주고받으며 첫날을 마무리했다.
■ 위기의 정관장, '사활 걸린 한 판 승부'
3승2패(3위)의 티브로드와 1승4패 최하위 정관장이 중반 라운드가 시작되는 첫 관문에서 만났다. 티브로드는 지난 경기에서 선두 CJ E&M을 4-1로 대파하며 우승후보로서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고 위용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관장은 최악이다. 당초 티브로드 못지 않은 전력으로 꼽혔음에도 좀처럼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번 경기마저 지면 '트래직 넘버(최하위 팀의 최종 탈락을 결정하는 패수(敗數)'를 세는 것이 빨라 보일 정도다.
KB리그의 승부는 대개가 1~3지명 싸움에서 승패가 갈린다. 1~3지명이 강한 팀이 당연히 우승 후보고, 성적도 좋을 수밖에 없다. 그 점에서 나현 김정현 이원영이 포진한 정관장과 박정환 김승재 강유택이 주축인 티브로드는 8개 팀 가운데 손꼽힐 만한 진용이다. 그런데도 양 팀의 성적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단 하나, 정관장 1지명 나현의 부진 탓이다.
▲ 정관장은 2지명 김정현과 3지명 이원영이 각각 3승1패로 제몫을 다해주고 있으나, 1지명 나현이 좀처럼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탓에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박정환과의 주장 맞대결도 그랬다. 나현은 지난 5라운드까지 모두 자신보다 랭킹이 낮은 상대와 대결했고, 거기서 1승4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이날의 박정환은 세상이 알아주는 초일류이니 나현 입장에선 처음으로 부담없이 싸울 수 있는 상대를 만난 셈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불과 120수 만에 나현의 불계패. 나현은 여전히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중반 승부처에서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리는 등 시간 사용에 있어서도 문제점을 드러내며 무릎을 꿇었다. 종국 시간은 장고대국 치고는 이례적으로 이른 밤 9시40분. 나현이 돌을 거두었을 때 박정환은 30분이나 시간이 남아있을 정도로 시간 운용, 내용 면에서 나현의 완패였다.
<제1국>박정환-나현. 좌상귀 미묘한 패의 공방전에서 나현이 시간을 물 쓰듯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 정작 패를 해소하고 중앙의 난해한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나현은 이미 시간이 없었다.
▲ 무명의 김민호와 김지석에게 당한 패배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박정환(4승2패). 김지석에게 7개월째 지켜오던 랭킹 1위를 내줄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6월 중 중국리그서 거둔 4승이 ‘보약’이 되어(김지석은 중국리그서 1승1패) 1위를 지켜낼 전망이다.
▲ 다시 패배를 안으며 1승5패가 된 나현. 최근 주변에 “내년에는 바둑리그에서 뛰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상태다. 흔들리지 않고 크는 나무는 없다. 그러니 함부로 비난하지 말자. 오히려 ‘승부를 피할 수 없다면 즐겨보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자. 그는 누가 뭐래도 우리 바둑의 미래이니까.
■ 정관장, 퓨처스리거 이형진 ‘수확’
하지만 이날 나현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관장의 분위기는 생각만큼 어둡지 않았다. 2국 퓨처스리거 대결에서 이형진이 티브로드 윤찬희에게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1국 주장 대결에 가려 주목을 끌진 못했지만 전체 승부에서 볼 때 이 판은 매우 중요한 판이었다.
대국 전 예상은 2007년 부터 KB리그를 뛰어 왔고, 최근 천원전 예선에서 이형진을 꺾은 바 있는 윤찬희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하지만 이형진이 윤찬희의 세찬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하면서 정관장은 둘째 날 벼랑 탈출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제2국>이형진-윤찬희. 내용만 놓고 보면 이 판이 주장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시종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 펼쳐졌다. 결과는 유리한 흐름을 흔들림 없이 마무리한 이형진의 승(257수 흑1집반승). 박정상 해설자는 “이런 난해한 바둑을 미세하게 이끈 두 사람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감탄하면서 “유명기사는 아니지만 수읽기에서 매우 정확했다.”는 말로 두 대국자를 칭찬.
▲ 지난 경기에서 안형준을 꺾은 데 이어 다시 승리한 정관장의 퓨처스리거 이형진. 2009년 입단했지 만 군 제대 후 이제서야 KB리그에 첫발을 디딘, 이를테면 ‘중고 신인’이라 할 수 있는데, 주전 라인업이 늘 유동적인 정관장 팀내에서 ‘붙박이’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첫날을 1승1패로 마친 양 팀은 둘째 날 승부를 결정짓는 3~5국을 속행한다. 대진은 안조영-김정현, 김승재-이원영,강유택-김현찬(이상 앞이 티브로드). 3국은 정관장이, 5국은 티브로드가 우세하다고 본다면 승부는 컨디션 최상의 양 팀 주자가 맞붙은 제4국에서 결판날 공산이 크다.
8개 팀이 더블 리그를 벌여 상위 4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챔피언을 가리는 2014 KB국민은행바둑리그의 상금은 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 3위 6천만원, 4위 3천만원. 매 대국 승자에게는 4백만원, 패자에게는 7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되며 1지명자에겐 별도로 40만원의 출전 수당이 주어진다. 생각시간은 속기 10분, 장고 90분, 초읽기는 공히 40초 5회이다.
이 기사는 KB리그운영본부가 제공하는 바둑리그 기사를 사이버오로가 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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