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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현 |
나현 3단은 게으른 천재인가.
18살 청년 나현 3단은 기대를 받는 신예기사 중 한 명이다. 어린이 바둑 꿈나무들의 로망 한화생명배(전 대한생명배)에서 우승할 때부터 바둑계는 어린이 나현을 주목했다. 한화생명배 우승을 해 본 기사가 나현뿐은 아니지만, 나현이 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 당시 또래들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월등히 윗길에 있었다는 것이다.
바둑 동네에서 나현의 입단은 시간 문제로 여겨지고 있었다.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나현은 2010년 5월 19일 순조롭게 입단했다. 한데 입단 직후 성적이 생각 만큼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입단한 이듬해인 2011년 국제대회인 제16회 삼성화재배에서 4강에 올랐다. 입단한 해에 LG배 결승에 오른 한상훈 6단과 같은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나현의 성과는 빠른 편에 속했다.
‘역시 나현은 천재야’ 바둑 동네는 함부로 쓰지 않는 단어 천재를 나현에게 붙여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3번기로 펼쳐졌던 4강전에서 구리 9단과 겨루며 보여줬던 내용은 몹시 좋지 못했다. 힘 한번 못썼다는 평가가 맞을 것이다. 2-0으로 나현을 제압하고 결승에 오른 구리는 국경을 떠나 후배인 나현에게 쓰디쓴 충고를 남겼다. “침착하고 장점이 많지만 힘(수읽기)을 더 키워야 한다.”
바둑계는 기대가 큰 만큼 나현의 빠른 진보를 바랐다. 나현은 기대에 부응할 만큼 또 한 번의 ‘큰 사건’을 터뜨리지 못했다. 나현이 실력이 탁월한 기사라는 데 아무도 토를 달지 않지만 일류기사인가라는 질문엔 의문부호가 붙곤 했다. 자신보다 랭킹이 아주 낮은 기사에게 맥없이 지는 모습은 굉장한 강자를 이길 때의 좋은 인상과 상쇄되었다. ‘끝내기 솜씨는 뛰어나지만 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은 아직도 나온다.
사이버오로는 나현의 소속팀 포스코LED 김성룡 감독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나현에 관해 들어본 일이 있다. 김성룡 감독은 당시, 나현 선수는 공부하지 않는 천재라고 했다. 나중에 김 감독은 그 의미를 부연해 설명했다. “저는 나현 선수가 인쇄한 기보를 손에 들고 바둑판에 놔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나현은 공부를 하지 않는 기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늘 하는 게 있다. 사이버오로 앱 속의 기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천재들의 방식을 일반적인 시각으로 재단하려고 하면 안 되지 않겠나.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공부한다. 이런 점을 존중해 주어야 할 것 같다.”
▲ 29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펼쳐진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예선4회전에서 나현(왼쪽)이 황재연을 꺾고 예선결승에 진출했다.
올해 나현은 중국갑조리그 용병으로 3승(딩웨이•판팅위•중원징), 2패(창하오•스웨)를 거두고 있다. 국제기전을 보면 올해, LG배 예선에서 아깝게 떨어졌지만 중국이 올해 출범시킨 거대 국제기전 몽백합배 본선에 올랐다. 국내기전을 살펴보면 국수전 본선 진입에 실패했지만, 한국물가정보배 본선에 올랐다. 5월 29일엔 박카스배 천원전 예선4회전에서 황재연을 꺾고 예선 결승에 진출했다. 또 하나의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나현은 갑자기 무얼 터뜨리지 않지만 왠지 기대하게 하는 매력적인 데가 있다. 김성룡 감독은 나현의 발전 가능성을 이렇게 봤다. “나현 선수는 지금, 일류기사가 아니다. 즉 이류다. 자신보다 랭킹이 훨씬 낮은 선수에게 질 때가 있는데 그 빈도가 적지 않다. 안정감이 뒷받쳐줘야 일류다. 지금의 나현 선수는 전반적으로 덜 다듬어졌다. 하지만 일류를 향해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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